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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은기자

오수경 개인전, 자연과 시간의 흐름 ‘너에게로 가는 길’

by 광주일보 2022.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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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28일까지 롯데갤러리

롯데갤러리 광주점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오수경 작가.

화사한 꽃과 푸른 하늘, 시원한 바다풍경이 펼쳐지는 갤러리에 들어서면, 아름다운 이 오월에 잘 어울리는 전시회에 초대받은 기분이 든다. 초록과 붉은 기운이 어우러진 작품 ‘사과나무’ 아래 서면 상큼한 기운이 전해지는 듯 하고, 비파 나무 사이로 보일듯 말듯 모습을 드러내는 푸른 하늘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서양화가 오수경 작가 개인전 ‘우서일절(偶書一絶)-너에게로 가는 길’이 오는 6월28일까지 롯데갤러리 광주점에서 열린다. 전시 제목 ‘우서일절’은 고려시대 승려 충지의 시에서 따온 말로 ‘뜻하지 않게 자신을 찾아온 시 한 구절’을 말한다. 미국 텍사스에 머물며 ‘우연처럼, 때론 필연처럼’ 완성해 나간 작품들을 선보이는 자리다.


그가 전시회를 열 때면 꼭 걸어두는 그림이 있다.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며 그려나간 2001년 작품 ‘범부채’다. 자신의 회화 인생의 출발점이라는 생각, 아버지의 애틋한 마음을 느낄 수 있어 신작을 발표할 때도 이 작품만은 꼭 내놓는다. 식물도감, 조류도감 등을 곁에 두고 보던 아버지 덕에, 또 집 꽃밭에서 만난 온갖 꽃들 덕에 그는 나무와 꽃과 자연을 즐겨 그리는 작가가 됐다. 그의 할아버지는 한국 최초의 인상주의 화가 오지호 화백, 아버지는 오방정색의 작가 오승윤 화백이다.


넘을 수 없는 두 개의 큰 산을 앞에 두고 방황도 하고, 고민도 많았던 그는 결국 “나의 유산으로 받아들이고, 나의 것을 찾는 데” 몰두했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에게서 겸손하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어요.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자꾸 뒤로 숨는 제 자신이 보였습니다. 정체성도 꼬여버리구요. 결국 내 유전자에는 할아버지, 아버지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그분들의 화풍이나 재료를 자연스레 연구하고, 내 것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거치며 정체성을 찾아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전시는 그에게 ‘전환점’이다. 남편 직장을 따라 떠난 미국 텍사스에서 5년간 머물며 생각도, 그림도 큰 변화를 겪었다. 철저하게 혼자 있는 시간이었고, 그 고독 속에서 작가는 자신만의 작업 세계를 찾아나갔다. “외롭지만, 또 편안한 시간”이었고, “마음껏 그림을 그린 시간”이기도 했다. 산책하기 좋은 오스틴의 풍경이 그를 자연으로 이끌었고, 거기서 받아들인 꽃과 나무, 하늘, 사물이 어우러져지며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만들어갔다.


“우연이 만들어준 미국에서의 5년간의 시간이 나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해준 것 같아요. 가기 전에는 ‘화가의 길’에 대한 고민도 많았고, 어쩌면 더 이상 그릴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들도 있었죠. 텍사스는 산이 없는 지형인데, 유독 하늘이 맑아 하늘을 많이 쳐다보게 됐어요. 하늘을 담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고, 어느날 관상용 사과나무와 비파나무 가지 사이로 조각조각 비치는 하늘을 본 순간 감이 왔습니다. 타국에서 본 비파나무와 연꽃, 사과나무 등은 고향집에서 제가 봐왔던 것들이더군요.”


그의 그림의 소재는 ‘꽃’과 ‘풍경’이다. 나무와 열매, 파란 하늘이 어우러진 배경에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 했고, 추상과 구상이 어우러지며 작품은 풍성해졌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달라지는 하늘과 꽃들은 ‘뻔한 색’이 아닌 다양한 색채로 표현하려 했고, 때론 두터운 유화느낌을 주기보다는 가볍고 산뜻한 수채화 느낌으로 작업했다. 소재를 단순화시키고 덜어내며 색다른 조형성을 만들어 가는 과정도 즐거웠다.


채우고 덜어내는 과정은 무리지어 있는 물고기들을 표현한‘바다’와 한 마리의 물고기에 집중한 ‘수초’ 작품을 통해 대비해 볼 수 있으며 마치 ‘일기처럼’ 그려나간 정물화 등 소품들에서도 작가의 탄탄한 내공을 만날 수 있다. 


“결국 제가 하고 싶은 건 슬플 때 위안이 되는 작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 자신이 이번에 작업하며 많은 위로를 받았어요. 보시는 분들에게 위로가 되는 그림을 그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예전에는 주저했던 과감하고 화려한 색채를 써보기도 했습니다.”


이화여대 미술대학 서양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오 작가는 지금까지 7차례 개인전을 열었으며 이서회원, 그룹터 회원 등으로 활동중이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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