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립미술관, 개관 30주년 기념 7월10일까지 ‘두 번째 봄’전
‘항해의 시작’ ‘빛의 도시 광주’ ‘연대와 확장’ 3개 섹션 구성
사회·문화에 따른 30년 미술사 조망…33명 70점 전시
전시장을 다 둘러보고 나면, 새삼스레 ‘광주 미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보게된다. 전시에 참여한 33명 작가의 ‘처음’과 ‘지금’을 웅변하는 작품을 동시에 접하며, 허투루 지나온 세월은 없었음을 확인한다. 그들은 시대에 가장 민감하고 반응했고, 힘든 여건 속에서도 변화를 거듭하며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 왔다. 이번 전시는 그 현장을 ‘제대로’ 보여준다. 우리 곁에 존재하는 소중한 작가들을 인식하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이번 전시가 전하는 메시지다.
광주시립미술관(관장 전승보)에서 열리고 있는 ‘두번째 봄’(7월10일까지)전은 올해 개관 30년을 맞은 미술관이 야심차게 준비한 기획이다. 광주시립미술관 개관, 광주비엔날레 창설, 유네스코 창의도시 선정 등 광주 미술사의 큰 프로젝트들과 맞물리며 변화해온 광주 작가들의 성장을 보여주는 전시로, 30년간의 광주 미술을 조망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참여작가는 1990년대 이후 광주미술의 중추적 활동을 보여준 60대부터 40대까지 중견작가를 대상으로 선정했다. 장석원(전 전남대 교수), 조인호(광주미술연구소대표), 김은영(광주시립미술관 교육창작지원과장), 문희영(예술공간 집 디렉터), 백종옥(미술생태연구소장) 등 전문가들과 미술관 담당 학예연구직들이 회의를 거쳐 전시의 내용과 참여작가 선정을 확정했다.
33명의 작품 70여점을 만난 이번 전시는 지금까지 작품을 걸지 않았던 공간들도 적극적으로 활용해 작품을 배치하는 등 전시장 구성에 공을 들였다. 전시 작품 한 점 한 점을 감상하는 즐거움과 더불어 사진 스폿으로도 손색이 없는 공간 구성이 인상적이다.
첫 번째 섹션 ‘항해의 시작-역동과 실험’은 1990년대 세계화, 탈냉전, 민주화, 포스트모더니즘의 유입 속에서 한국 미술 문화의 세계화와 광주 민주 정신을 문화적 가치로 승화시키기 위해 창설된 광주비엔날레가 지역 작가들과 어떻게 조응했는지 보여주는 공간이다. 광주비엔날레 참여작가를 중심으로 다양한 실험을 거듭해온 아티스트들의 만남을 만날 수 있으며 작가들의 초기작품을 만날 수 있어 더 없이 흥미롭다.
대학 4학년 때 마주한 1980년 5월 현장을 담은 송필용 작가의 ‘학살-금남로’를 지나면 만나는 손봉채 작가의 비엔날레 참여작 ‘보이지 않는 구역’은 뒤로 가는 수십 개의 외발 자전거가 스크린에 투영된 모습이 인상적이다.
임남진 작가의 2005년 작 ‘풍속도’는 화면 속에 등장하는 남녀노소 수백명 인물들을 통해 자신의 모습과 주변 이웃들의 모습을 한번쯤 돌아보게 만들며 강운 작가는 대표작인 구름 연작 ‘순수형태-여명’과 함께 소나무와 저녁 풍경이 어우러진 ‘밤으로부터’로 관람객들에게 색다른 느낌을 전해준다.
또 화려한 파스텔톤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조근호 작가의 초기작 ‘도시의 밤’ 연작의 묵직하 색감과 독특한 공간 구성은 현재의 작품과 비교해 볼 때 흥미롭게 다가오며 광주 퍼포먼스 아트신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김광철 작가의 작품도 눈길을 끈다. 그밖에 허달용·박문종·윤남웅·박정용·정광희·김상연 작가가 참여했다.
2부 ‘빛의 도시 광주-뉴미디어아트’는 광산업과 연계한 광주 미디어아트의 태동에서부터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 도시’ 선정(2014) 전후 미디어아트를 광주에 정착시키고 견인한 작가들과 사진과 영상 매체를 활용하는 작가를 소개하는 섹션이다.
박상화 작가는 광주 미디어아트의 태동기였던 2002년에 발표한 ‘Tower of Babel’ 시리즈 2022년 버전을 선보이고 있으며 임용현 작가는 팬데믹의 두려움을 우주 공간에서 표류하는 우주 비행사의 모습으로 묘사한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또 진시영 작가는 작은 방 안에서 관람객들이 작품과 하나가 되어가는 ‘빛의 정원’을 선보이며 이정록·신도원·펑크파파·정운학·이매리·정정주 작가도 참여했다.
3부에서 만나는 표인부 신호윤 윤세영 작가의 작품.에서는 2000년대 중반 이후 광주미술의 역동적 움직임과 다양성을 소개한다. 예술분야의 인프라와 공적시스템 구축, 인터넷의 발달에 따른 정보화와 교류의 확대 등으로 다변화된 미술계의 흐름을 만나는 흥미로운 섹션이다. 세상의 부조리함에 목소리를 높이며 직접 행동해온 주홍 작가를 비롯해 김자이·신호윤·표인부·윤세영·김설아·박인선·최요안 작가가 참여했다. 특히 권승찬 작가는 동료 작가들의 작업실을 방문한 ‘권승찬의 드로잉 탐방’을 통해 작가들과 관람객들의 연결 고리를 만들어준다.
1층 전시실에서 2층 전시실로 올라가는 길에는 이이남 작가의 미디어 아트 작품 ‘기운생동’을 배치, 관람객들이 작품에 직접 참여하는 기분을 준다.
미술관은 참여작가 수와 전시구성의 제약을 극복하고 광주미술의 다양성을 보완하기 위해 작가 중심의 자발적 행사와 그룹 활동들,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참여나 공공미술 프로젝트 등을 담은 ‘아카이브 영상’도 곳곳에 배치했다.
지역 미술관의 역할이 지역 작가를 발굴하고 키우는 일이라고 한다면, 이번 전시는 북경창작센터, 국제 레지던시, 청년작가전 등과 더불어 작가와 미술관이 함께 성장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현장이기도 하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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