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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기자

‘푸른연극마을’ 금남로 시대 엽니다

by 광주일보 2022.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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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극장 ‘씨어터 연바람’ 이전
80석 규모…다섯번째 터전
‘고백-나는 광주에 있었습니다’
24~28일 첫 무대에 올려

새롭게 문을 연 씨어터 연바람에서 연습 중인 푸른극단 단원들.

지하 공연장으로 내려가는 계단 벽면에 커다란 유화 그림 하나가 시선을 사로 잡는다. 그림 속에는 아코디언과 바이올린을 든 거리의 악사들과 그 뒤로 ‘씨어터 연바람’이라는 간판이 내걸린 아담한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전체적으로 푸른색이 많은 그림은 파란색으로 도색된 건물 내부와도 잘 어울린다.

그림 왼쪽 아래엔 ‘인생은 연극이야’라는 글귀가 쓰여있다. 푸른 연극마을의 대표 이당금씨는 지역 유명 화가인 한희원 작가가 공연장 이전을 기념해 그려준 그림이라고 했다. 한 작가의 작품은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의 포토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 연극계의 터줏대감 푸른연극마을이 전용극장 ‘씨어터 연바람’(광주시 동구 구성로 204번길 1-1 지하 1층)을 이전했다. 동명동 아트팰리스 지하 1층에 극장을 오픈한 지 5년만이다. 1996년 공연장을 처음 운영한 후 이번이 다섯 번째 이사다. 공연장 이전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임대료가 많이 오르면서 불가피했다.

이번에 이주한 곳은 광주우체국 뒷편, 금남로 5가역 인근 지하다. 65평 규모의 아담한 공간이다. 그다지 넓지 않지만 분장실, 백스테이지, 객석 등 갖출 건 다 갖췄다. 전문업체에 공사를 맡기기엔 부담이 되고 일반적인 인테리어 업체가 할 수 없는 일이라, 단원들이 직접 팔을 걷어부쳤다. 2달에 걸쳐 수년간 비어있던 유흥주점을 극장으로 탈바꿈시켰다.

“동명동보다는 유동인구가 적지만, 오히려 접근성은 뛰어난 편이죠. 주변에 노래홀이나 콜레탁이 많은데 저희 극단이 들어오고 해서 어떤 분들은 이곳 또한 ‘예술의거리’가 되지 않겠냐는 우스개소리를 하더라구요.”

지하 공연장 계단 벽면에 전시된 한희원 작가의 유화 그림.

이 대표는 금남로 시대가 기대된다고 했다. 이곳에서 올리는 첫 작품은 창작극 ‘고백_나는 광주에 있었습니다’. 남편인 오성완이 작품을 쓰고, 이 대표가 연출을 맡았는데 벌써 4번째 시즌을 맞았다. 주연은 부산극단 시나위의 대표이자 40년 차 배우 박상규가 맡는다. 계엄군의 딸 역할에는 오새희가 출연하며, 극을 쓴 오성완이 만호반점 주인을 연기한다.

“작품에 조금 변화를 줬어요. 전 시즌에선 계엄군이 주체적인 역할을 했다면 이번엔 계엄군의 딸을 통해서 이야기를 이끌어 갑니다. 연극배우인 계엄군의 딸이 5·18을 주제로 연극을 만들기 위해 광주를 방문하고, 그 과정을 통해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죠. 바로 아빠가 계엄군이었다는 것을요.”

푸른극단은 앞서 지난 12~14일 서울 대학로 무대에 이 작품을 올린 바 있다. 첫 서울 순회 공연이었다. 이 대표는 “5월에는 광주 예술단체들이 광주가 아닌 타 지역에서 5·18 공연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광주 예술단체가 타지로 나가 그곳 지역민들에게 5·18을 상기시키고, 또 그들이 바라보는 5·18은 어떨까 라는 것을 우리도 느끼면서 배울 부분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행히 올해는 5·18재단의 지원을 받아 서울 무대에까지 갈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서울 공연 당시 주먹밥을 만들어 관객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5·18을 상징하는 주먹밥을 통해 광주의 ‘정’을 나누고 싶었단다. 또한 5·18을 상징하는 인형들을 로비에 전시해 눈길을 끈 점도 기억에 남는다.

이 대표는 광주 공연에서 관람객들이 생각할 거리를 찾았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2022년을 살아가는 계엄군과 그의 딸이라는 인물 설정이 자못 흥미로운 이유다.

“1980년 5월 광주에 있었던 청년들이 만약 5·18을 겪지 않았다면 지금 무슨 꿈을 꾸고 있을까, 라는 게 이 작품이 던지는 질문입니다. 아울러 2022년 오늘의 우리는 당시 청춘들이 꾸었던 꿈 덕분에 이렇게 살아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광주 공연은 오는 24~27일(오후 7시 30분), 28일(오후 3시·7시) 펼쳐진다. 문의 062-226-2446.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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