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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천기자

태양의 저쪽 밤의 이쪽, 명작 탄생 현장서 소설의 본질을 만나다

by 광주일보 2022.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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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임 지음

 

함정임 작가(동아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하면 소설과 함께 여행이 떠오른다. 끊임없이 여행을 하고, 그 여행의 결과물로 글을 쓴다. 프루스트의 파리, 토마스 만의 베네치아, 카뮈의 루르마랭, 박완서의 아치울 마을, 한강과 박솔뫼의 광주…. 함 작가는 작가들의 공간을 기웃거리며, 작가들이 무엇 때문에 평생을 작품에 매달렸는지 사유한다.

함 작가는 “아름다움이란 작품뿐만 아니라 그것을 지어낸 사람, 곧 작가 그 자체임을 알게 되었고, 그것을 쫓는 것이란 일종의 병임을 깨닫게 되었다”고 말한다. ‘여기가 어딘 그 어딘가’를 꿈꾸며 작가와 작품을 쫓는 마음이 자신에게는 일종의 불치병과도 같다는 것이다.

함 작가가 이번에 펴낸 ‘태양의 저쪽 밤의 이쪽’은 작가를 따라 세계의 작품 현장을 걸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은유적인 제목이 말해주듯 작가는 명작이 탄생한 장소를 숨 가쁘게 가로지르며 미지의 세계를 탐색한다. 책은 코로나 팬데믹이 발발하기 직전까지 작가와 작품 주인공의 여정을 따라 답사하고 썼던 24편의 글을 엮었다. 30여 작가의 40여 장소를 아우른 글은 다채롭고 우아하며 서정적이다.

피츠제럴드가 소설 &lsquo;위대한 개츠비&rsquo;의 집필을 시작했던 그레이트넥 게이트웨이 드라이이브 6번지 전경. <열림원 제공>

작가에게 오래 전 가슴을 흔들었던 소설이나 이제 막 인쇄돼 잉크냄새가 마르지 않는 소설이나 그에게는 ‘소설로 만나는 천국’이다. 시카고와 파리에서는 헤밍웨이 소설의 단서를, 센강의 미라보 다리에서는 아폴리네르와 로랑생의 사랑의 추억과 실연을 떠올린다. 그레이트넥에서는 피츠제럴드와 ‘위대한 개츠비’를 둘러싼 비극적 운명을 생각한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공간은 특유의 아우라를 발산한다. 그 아우라를 고스란히 느끼기 위해 여행길을 오를 때는 소설 한 권씩을 품고 가라고 권유한다. 런던에는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이나 찰스 디킨스의 ‘올리버 트위스트’를, 더블린에는 조이스의 ‘율리시스’를 추천한다.

아울러 일반의 눈에는 어쩌면 하찮게 보일 수 있는 ‘소설 따위’가 작가에게는 삶을 지탱하는 힘이라고 부연한다. 소설을 쓰는 일은 고된 노동이지만 마치 “천 개의 바늘 끝이 머리 한쪽을 수없이 찔러대는 고통”의 연속일지라도 지극히 의미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프랑스 비평가이자 기호학자인 롤랑 바르트의 ‘롤랑 바르트, 마지막 강의’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소설은 세계를 사랑합니다. 왜냐하면 소설은 세계를 혼합하고 또 포용하기 때문입니다.” 소설이 지닌 마력이자 본질이다. 함 작가는 소설의 다시 말해 “맑고 투명한데 찌르듯 아프고 아프면서 아름다움에 몸을 떨게 만드는 힘”을 지지하고 믿는다.

푸르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주인공 나는 마들렌 조각이 녹아든 홍차에 “잃어버렸다고 믿었던 유년의 우주가 깨어 일어”나고,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의 엠마는 한적한 시골에서 귀부인의 삶을 동경하다 비극적 최후를 맞는다. 비록 소설 속 이야기지만 그것은 늘 새롭게 해석되고 또 다른 서사를 견인한다.

그러나 다른 무엇보다 소설은 치유의 힘이 있다. 함 작가는 한강과 박솔뫼의 소설을 읽다보면 일종의 호명 행위라고 부연한다. 두 작가의 어떤 페이지에서도 “자기 안에 갇혀 있던 오래된 슬픔, 또는 자기 안팎에 떠도는 이름들을 제대로 호명”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소설이 지닌 자유함과 치유는 어떤 예술과는 비교할 수 없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열림원·1만7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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