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버트니스 지음, 조은영 옮김
인간 중심적으로 사고하는 사상은 철학에서부터 과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인간을 ‘특권을 가진 종’으로 생각했으며 그에 따라 문명을 특별한 ‘인간만의 것’으로 여겼다. 인간의 힘으로만 그 문명을 이룩했다고 보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이에 대해 마크 버트니스 브라운 대학교 생물학과 명예교수는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저서 ‘문명의 자연사’는 인류 문명을 인간이라는 종이 자연환경에 대응하는 과정으로 해석한다. 농업과 의학, 정치, 종교 등을 매개로 문명과 문명이 발전해온 과정을 들여다보며 한편으로 문명의 기원, 발전 그리고 미래를 아우른다.
책에 대해 쏟아진 찬사가 표지 뒷면을 채울 만큼 가득하다. 그 가운데 ‘인간의 본성(들)’의 저자 폴 에얼릭은 “인류 문명의 발달과 궤적의 ‘큰 그림’을 이해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사회의 붕괴를 직면한 오늘날의 현실에 반드시 필요하다. 버트니스의 책은 오늘날의 교육이 무엇을 중심적으로 다루어야 하는지에 관한 훌륭하고도 간결한 수업을 제공한다”고 의미를 부여한다.
사실 반세기 전만 해도 진화는 다윈의 자연선택이라는 적자생존 과정으로 받아들여졌다. 진화의 주요 요소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저자는 “경쟁이 아닌 협력이 가지는 필수적이고도 강력한 역할을 종종(심지어 과학계 내에서도) 간과한다”며 “생물 간의 협력적인 상호작용은 리처드 도킨스가 이기적 유전자라는 말로 함축한 자기중심적이고 경쟁적인 동인(動因)을 몇 번이고 초월했다”고 강조한다.
지구의 생명들이 만든 협력의 틀은 생물학적 체계를 결합하고 진화의 역사에서 주요한 변곡점을 만들었다. 아울러 인간의 능력은 바로 생명 세계와의 긴밀한 관계에서 기인한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책은 모두 3부로 구성돼 있다.
제1부 ‘생명’에서는 우주의 시작, 생명의 발생부터 문명이 태동하기까지를 다룬다. 진화의 이해와 문명의 역사와 관련된 주요 용어를 설명한다. 하나의 종으로서 인간은 자연에 대한 도전과 순응을 통해 역사를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손과 뇌가 진화했으며 불을 이용하기 시작하면서는 먹이사슬의 최정점에 올랐다.
특히 인간은 언어를 발전시켰고, 동물을 사냥에 활용했다. 협력을 토대로 한 가축 길들이기와 농경시작은 농업혁명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인류는 미생물 진화를 활용해 위기를 극복했다. 인간만이 발전시킬 수 있다고 믿었던 물리적, 계층적 구조 또한 자연계 법칙을 따른 결과다.
저자는 현재 인류가 처한 문제 원인을 진단하고 미래 방향도 제시한다. 제3부 ‘운명’은 인류가 생태계와의 공존을 무시하고 자원을 남용한 탓에 벌어진 부정적 양상에 주목한다. 또한 인류 발전에 영향을 끼친 인공지능을 다루는 한편 미래의 재앙을 예방하기 위해선 ‘협력’이 답이라고 강조한다.
<까치·2만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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