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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천기자

봄날, 꽃잎 한장의 기도로 건네는 따스한 위로…꽃잎 한 장처럼

by 광주일보 2022.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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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이해인 수녀 지음

살아갈수록 나에겐

사람들이 사랑으로 걸어오네

아픈 삶의 무게를 등에 지고도 아무렇지도 않은 척

웃으며 걸어오는 그들의 얼굴을 때로는

선 듯 마주할 수 없어

모르는 체 숨고 싶은 순간들이 있네

늦은 봄날 무심히 지는

꽃잎 한 장의 무게로 꽃잎 한 장의 기도로

나를 잠 못 들게 하는 사랑하는 사람들

오랫동안 알고 지내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그들의 이름을 꽃잎으로 포개어

나는 들고 가리라 천국에까지



(‘꽃잎 한 장처럼’)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 수녀이며 첫 서원 때 받은 수도명이 ‘클라우디아’다. 지금은 ‘넓고 어진 바다 마음으로 살고 싶다’는 뜻을 담은 이름처럼 부산 바닷가 수녀원에서 사랑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바로 이해인 수녀다.

많은 독자들은 오랫동안 이해인 수녀의 글을 읽으며 위안을 받곤 했다. 시들 가운데는 교과서에도 실릴 만큼 사랑을 받는 작품이 적지 않다.

올해 만 77세 희수(喜壽)를 맞은 이해인 수녀. 첫 서원을 한 지 54주년이 되는 올해에 “다시 선택하고 싶은 말은 언제나처럼 감사, 행복, 사랑일 뿐”이라고 말한다. 이해인 수녀가 봄을 알리는 꽃과 같은 한 권의 책을 펴냈다. ‘꽃잎 한 장처럼’은 신작 시 30여 편이 수록된 위로의 시 편지다. ‘오늘을 살아가는 당신을 위한 이해인 수녀의 시 편지’라는 부제처럼, 봄날의 꽃처럼 아름답고 향기로운 시와 글이 담겨 있다.

지속되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많은 사람들이 우울감에 빠져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이도 있고, 질병으로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더욱이 경제난으로 삶이 팍팍해진 이들은 부지기수다.

이런 때 한줄기 빛과도 같은 위로의 말은 다시 일어설 힘을 준다. 그 일어섬은 봄이며, 봄은 꽃으로 수렴된다. 이해인 수녀가 펴낸 책 제목에는 유독 ‘꽃’이라는 단어가 많이 들어 있다. ‘필 때도 질 때도 동백꽃처럼’,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 ‘향기로 말을 거는 꽃처럼’ 등이 그렇다.

아마도 ‘꽃’은 생명, 꿈, 희망, 마음 등을 포괄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책의 제목이 된 표제시 ‘꽃잎 한 장 처럼’에도 “꽃잎 한 장의 무게로/ 꽃잎 한 장의 기도로/ 나를 잠 못 들게 하는/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고난의 시간, 고통의 시간을 겪는 이들에게 위안을 건네는 저자의 따스한 음성이 느껴진다.

더러 이해인 수녀는 나무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지혜를 얻는다. 그리고 그것을 독자들에게 나지막한 음성으로 건넨다. 나무는 침묵, 기다림, 인내라는 덕목을 거느린 존재다. 가벼운 말과 참을 수 없을 만큼 가벼운 행실이 넘쳐나는 삶의 현장에서 나무가 보여주는 덕성은 무엇에 비할 바 없는 참다운 지혜로 다가온다.

“서로의 거리를 두어야/ 잘 보이고/ 침묵을 잘해야/ 할 말이 떠오릅니다”의 표현은 침묵의 힘을 이야기하며 “남의 말을/ 듣고 또 듣는 것이/ 사랑의 방법입니다”에서는 지혜의 미덕을 풀어낸다.

한편으로 저자는 죽음에 대한 사유도 언급한다. 힘들고 우울한 상황 탓인지 몰라도 부지불식간에 죽음을 묵상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살아 있음 그 자체로 얻는 기쁨으로 두려움을 극복한다.

오늘이 힘겨운 사람들을 향한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행복이란 것은 거창한 데에만 있지 않고 일상에서 당연하게 누려왔던 것의 소중함을 깨달을 때 발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밖에 저자의 사유와 삶이 고스란히 담긴 글 외에 공동체를 향한 기원, 세월호 생존자 격려의 글, 김대건 신부와 구상 시인, 박완서 작가, 장영희 교수를 기리는 글 등 다양한 기념시와 글들도 만날 수 있다.

한편 나태주 시인은 추천사에서 “당신의 기도로 우리가 하루하루 순간순간 많은 위로와 축복과 치유의 기회를 얻었음을 감사히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샘터·1만6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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