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례 사고 처리 자부담 지시
무리한 합의금 요구 견디지 못해”
근로복지공단, 업무상 재해 판정
“정규직 전환 댓가 금품” 진정서
버스회사 배임수재 등 혐의 수사
시내버스 기사의 운행 중 교통사고 처리비용을 버스기사 개인에게 전가하는 ‘갑질’이 50대 버스기사를 극단적 선택 으로 몰고 갔다<광주일보 2021년 6월 23일 6면>는 지적과 관련, 근로복지공단이 버스기사의 죽음과 업무와의 상당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업계에서는 운행중 발생한 사고에 대한 모든 책임을 버스기사에게 전가하는 일명 ‘사고처리 자부담’ 관행 근절로 이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노동계에서도 버스업계를 넘어 노동계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행해지고 있는 불공정 관행이 ‘직장내 갑질’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결정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13일 근로복지공단 광주지역본부에 따르면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이하 판정위원회)는 시내버스 운행중 발생한 교통사고로 인한 피해보상 책임을 감당하는 문제로 고민하다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시내버스 기사 A씨의 유족이 버스회사를 상대로 신청한 ‘유족급여청구’ 결과, A씨의 사망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다고 판정했다.
판정위원회는 “A씨는 정규직 전환 후 11일 만에 발생한 4차례의 사고처리에 대해 사업주로부터 사고처리(보험)말고 개인비용 처리하라는 지시를 받아 무리한 합의금 요구에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인정했다.
판정위원회는 또 “고인이 숨지기 전 회사 사고담당자와의 통화 녹취록과 유족과의 문자내역 등에서 기사가 보험처리 건수에 따라 인사상 불이익이 발생 할 수 있어 사비로 처리해야 한다는 내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버스회사는 개인적으로 처리하라고 지시 한 바 없다는 주장을 펴왔다.
판정위원회는 “A씨가 정규직 전환이 된 지 보름 가량이 지난 시점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인사상 불이익 등에 대한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사망의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위원회는 이같은 점을 들어 A씨의 사망이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A씨는 지난해 6월 정규직으로 채용된 지 보름만에 4차례의 교통사고를 냈고 개인 비용으로 사고를 처리해야하는 문제를 놓고 극심한 정신적인 고통을 겪던 끝에 ‘미안해, 힘들어서 못 하겠어,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가’라는 마지막 글을 끝으로 나주의 한 모텔에서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번 판정은 A씨의 사망의 원인을 살피면서 버스업계의 고질적 불공정 관행으로 인한 직장 내 괴롭힘, 스트레스를 원인으로 해 발생한 질병과의 상관 관계까지 꼼꼼하게 고려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박영민 노무법인 ‘노동승리’ 공인노무사는 “이번 판정은 버스를 운행하면서 발생한 사고로 인한 승객, 충돌 차량 운전자 등의 과도한 합의금 문제 등으로 발생한 건강장해,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내 직장내 괴롭힘 등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이 돼 발생한 질병의 경우에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된 것”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박 노무사는 이어 “비정규직 버스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과 버스업계 내 운행중 발생한 사고에 대한 모든 책임을 기사에게 전가하는 관행이 근절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과 노동당국은 A씨 유족이 버스회사가 정규직 전환을 댓가로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채용절차법·근로기준법 위반·배임수재 등)로 버스회사측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접수받아 수사 중에 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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