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냐 수상작, 국내외 출판사 서적
아티스트 북 전시…현장구매 가능
어린이날 100주년 연중 그림책전 기획
‘환상적인 그림책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한옥을 개조한 양림동 갤러리 포도나무(백서로 79-1) 앞엔 며칠 전부터 작은 간판 하나가 더 놓여 있다. ‘제비책방’. 오는 27일까지 문을 여는 팝업서점이다. 북큐레이터 제비(정하연)가 소개하는 책 150여권이 전시된 책방에서는 그림책을 중심으로 가드닝, 음식, 여행 등 다채로운 책들을 만날 수 있다. 지난해 봄, 포도나무 안집 제비둥지 아래 툇마루에 앉아 있던 그는 갤러리 주인장에게서 “제비 오는 봄에 제비가 제비책방 열어볼래요?”라는 제안을 받고 서점을 열었다.
‘그림+책’을 좋아하는 사람, ‘제비’가 전하는 책방 안내서는 이렇다. “자연스럽게, 책방에 들르는 분들이 그 날 본인의 기분에 따라 눈이 머무는 지점에서 편안히 책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그 중 어느 그림이 문득 마음에 들어오는 순간을 만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좀 더 깊이 들여다 보고 싶은 이들은 출판사별로 특유의 종이질감, 색감, 제본방식 등을 비교하고 작가들 각자의 특징을 탐구해 보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아담한 갤러리 공간에 진열된 그림책들은 한 권, 한 권이 하나의 예술 작품이다. 그 어느 것을 빼어 들어도 한참을 들여다 보게 만든다. 아름다운 그림, 따뜻한 글, 다양한 상징으로 넘쳐나는 책들은 멋진 ‘만듦새’와 어우러져 환상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책방에서는 ‘그림책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국내외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작들을 비롯해 초방책방과 재미마주, 향출판사, 움직씨출판사를 비롯해 타라북스(인도), 꼬라이니출판사(이탈리아), 마법에 걸린 사자책방(미국) 등 국내외 출판사 나이젤 피크, 이수지, 김성희 등 인기 작가, 세미콜론출판사의 그래픽노블, 독립출판물, 아티스트북과 원화를 만날 수 있다. 전시작들은 모두 현장 구매 가능하다.
지난해 볼로냐 라가치 대상을 수상한 밤코 작가의 ‘모모모모’는 논에 심어진 모가 쌀이 돼 밥상에 놓이기까지의 과정을 재미있게 풀어냈다. 프랑스 메모출판사의 스무 권에 달하는 그림책 컬렉션은 아름다운 그림을 보는 듯하고, 프랑스 그래픽 디자이너 파네뜨 멜리에의 손바닥보다 작은 책들도 눈길을 끈다.
‘제비책방’은 “그림책은 세상을 담은 그릇이며, 세상이 함께하는 마을입니다. 그림책은 어린이와 어른을 만나 이야기하며 사람들을 모으는 친구입니다”라고 말했던 고(故) 신경숙 초방책방 대표와 제비의 인연으로 만들어졌다. 신 대표가 권유했던 ‘그림책 100선’을 늘 맘에 품고 있었던 제비는 ‘어쩌다 제비 팝업 책방’을 통해 서울 계동의 찻집 다몽, 남원 달팽이 한옥게스트 하우스에서 책방을 열었었다.
이번 기획은 갤러리 포도나무가 올 1년 내내 지속할 다양한 형태의 그림책 전시 중 하나다. 갤러리 운영자 정현주 독립큐레이터는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IBBY) 학술지에 발표할 그림책과 어린이 문학에 대한 논문을 준비하며 던졌던 질문에 대한 답으로 연중 전시를 준비했다. 어린이날 제정 100주년을 기념하는 기획이기도 하다.
“그림책은 공간적 표현인 그림과 시간적 표현인 글의 다양한 조합을 통해 전통적인 문학이나 회화와는 다르면서도 독특한 서사를 구축할 수 있는 분야”(‘그림책을 보는 눈’ 중)라는 말이 있다. 갤러리 포도나무는 이번 기획을 통해 다양한 그림책을 소개하고 예술로서의 그림책의 지위를 가늠해 보려한다.
4월에는 김세희 작가를 초대해 대만과 일본 여행 관련 작품을 전시하며 이후 ‘이상한 꾀임에 빠진 앨리스’ 등 출판사 ‘향’에서 발간한 그림책 작가들과 함께하는 전시를 기획중이다. 또 김윤이 작가 초대전과 스위스 NGO팀과 함께하는 전시 등도 예정돼 이다.
전시 책 목록은 제비책방 아카이브 인스타그램(@jebi_books)에서 만날 수 있다. 오픈 시간 수~일요일 오전11시~오후 6시. 문의 062-655-7900.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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