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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은기자

이숙경 예술감독 “‘광주 정신’ 중심으로 세계 연대, 공동체 아우르는 전시 기획”

by 광주일보 2022.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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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 인터뷰
도시전체가 비엔날레 주인…관객 밀착 강조
전시 구상 위해 문화전당·양림동 등 방문
2023년 4월7일~7월9일 역대 최장 개최

이숙경 예술감독 ⓒ최옥수

“지구촌에 들이닥친 코로나로 힘든 시간을 통과하고 있지만, 이런 상황이 내적인 관찰의 시간, 삶의 방식에 대해 각자 질문할 수 있는 시간을 준 것도 사실입니다. 힘들 때 예술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예술이 명쾌한 답을 주지는 않지만, 질문은 던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예술의 힘이 분명 있다고 믿습니다. 광주정신을 중심에 놓고 공동체와 연대의 의미를 새기고 주변과 중심의 경계를 넘는 전시를 꾸려볼 생각입니다.”

지난해 12월 선임된 이숙경(54)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이 처음 광주를 찾았다. 지난 21일 광주에 도착, 오는 3월2일까지 머무는 이 감독은 전시 방향성과 구상을 구체화하기 위해 용봉동 본전시관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양림동 호랑가시나무아트폴리곤, 예술공간 ‘집’ 등을 방문하며 리서치 작업을 진행했다.

 
코로나 전 연간 650만명이 찾는 영국 테이트 모던의 국제미술 수석 큐레이터로 활동중인 이 감독은 2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오는 2023년 열리는 제 14회 광주비엔날레의 기본 방향을 설명했다.

예술가들은 시대의 변화와 흐름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존재다. 이 감독은 전시를 통해 코로나 위기, 기후 위기, 인종갈등, 원주민 주권운동 등 전 세계가 안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찾는 여정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995년 제1회 비엔날레가 열릴 때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로 현장을 방문했었죠. 미술관의 역할, 전시를 어떻게 기획하는가 등에 대한 고민이 많을 때였습니다. 그때까지 경험하지 못한 큰 규모의 전시와 젊은 작가들이 현장에서 작품을 설치하고 준비하는 과정을 보면서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아마도 제가 큐레이터 역량을 키워가고 전문가로 커나가는 출발점이자, 분기점이라 생각합니다. 당시 백남준 작가를 만난 기억도 납니다.”

광주비엔날레와의 첫 인연을 소개한 이 감독은 “전시장을 찾는 관람객들이 모두 미술 전문가가 되지는 않더라도, 전시를 통해 개인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하나의 분기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감독이 행사를 구상하며 중심에 둔 건 ‘광주정신’이다. 광주정신의 문화적, 사상적 뿌리와 현재적 의미를 찾고 ‘예향’의 정체성을 기본으로 삼아 전시를 전개할 생각이다.

“개최지 광주와, 광주정신에 방점을 두고 지역성과 국제성, 비엔날레의 정체성, 동시대 미술의 역할까지 함께 고민하는 방향으로 전시를 구성할 생각입니다. 모든 것은 지역의 특수성에서 국제적 보편성으로 나아갑니다. 무엇보다 ‘주변과 중심’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관계의 전환과 평등한 연결을 논의의 핵심으로 삼으려 해요. 특히 최근 2년 사이 급격히 변한 지구촌 상황에 조응하는 전시를 구상중입니다.”

차별과 불안정 등 코로나로 인해 파생되는 여러 현상들을 동시대 작가들의 작업으로 보여줄 이 감독은 ‘행성적’이라는 좀 더 폭넓은 개념을 제안했다. 흔히 쓰는 국제적, 세계적이라는 말 속에 이미 주변과 중심의 개념이 녹아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광주라는 지역적 특수성에서 출발해 전 지구적 문제, 공동체 문제로 외연을 확장하는 게 필요합니다. 광주를 통해서 보고, 광주와 함께 탐구하며 전체 인류 공동체의 고민을 다양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것이죠. 어찌보면 ‘광주정신’이라는 게 기존 비엔날레에서 언급돼 신선하지 않을 수 있지만 ‘현재’가 다르기 때문에 ‘광주정신’은 또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어요. 광주 문화의 깊은 탐구와 진정한 재해석이 급선무입니다.”

이 감독은 중심과 주변이라는 이중법적 사고의 변화도 꾀한다.

“런던에서 일하며 개혁하고, 혁신시키고자 했던 것 중의 하나가 새롭고 평등한 관계 정립이었죠. 중심과 주변의 경계를 허물고, 높낮이가 없는 평등하고 고유한 특성을 발현하는 게 필요합니다.”

이 감독은 이번 비엔날레는 작가들의 리서치 작업과 제작 과정 등을 공개·공유, 전시의 여정을 나누는 ‘함께 만들어가는’ 행사로 구상중이며 전시 공간의 확장도 고민중이다.

“방문한 도시에서 전시 뿐 아니라 ‘다른 것’도 보는 것, 그게 비엔날레의 즐거움 중 하나입니다. 저 역시 세계 비엔날레를 다녀보면 새로운 곳을 알아가는 즐거움이 크더군요. 공간의 집중도와 동선 등을 고려해 전시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곳, 자생적으로 활동하는 작가와 기획자들의 면면을 함께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을 탐색 중입니다. 그런 게 바로 미술적·문화적 생태계를 건전하게 하는 일이라 생각하는데 그런 점에서 양림동이 매력적이더군요.”

영국에서 활동하며 관객 유입 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는 이 감독은 비엔날레의 관객과의 밀착을 강조했다. 그는 현재 테이트모던의 특별기획전 이외에도 미술관의 소장품을 보여주는 상설전을 책임지며 다양한 주제로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도시 전체가 비엔날레를 여는 주인으로서 그 권리를 누리고, 적극 참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비엔날레를 포함한 전시는 결국 관람객을 위한 것이어야하죠. 행사의 주인이 되는 사람들 편에서 전시를 기획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전시회에 갔는데 재밌더라, 질문이 생기더라 이런 생각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어요. 질문을 함께 나누며 작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게 필요합니다. 작품을 꼭 완벽하게 이해하지 않으려해도 됩니다. 논리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좋지만 어떤 느낌이 드는지, 감각과 감성만으로도 즐길 수 있거든요. 체험의 다양성이 중요한 거죠.”

홍익대를 거쳐 영국 에식스대학에서 미술사&이론박사 학위를 받은 이 감독은 코톨드 인스티튜트 박사과정 공동지도교수로 테이트 모던, 암스테르담 스테딜릭 미술관에 등에서 열리는 ‘백남준’전(2019~2022)을 기획했으며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커미셔너로 참여했다.

한편 제14회 광주비엔날레는 2023년 4월7일부터 7월9일까지 역대 최장 기간인 94일간 열릴 예정이다. 이 감독은 4월께 주제발표, 9월초 1차 작가 리스트와 공간 확정, 내년 초 최종 작가리스트 공개 등을 예정하고 있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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