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뮬레이션 운행 용역 중 드러난 문제점들
정거장 간 길이 짧고 곡선구간 많아 광주시청~광주역 간 속도 늦어져
시간 당 운행대수 줄어…480여억원 투입 전동차 28량 추가 구입할 판
배차간격 4분→5분 30초로 늘어…전문가 “애초 검토 과정서 잘못 설정”
광주시가 도시철도 2호선에 쓰일 전동차 28대를 추가로 투입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차량 배차 간격(운전시격)이 애초 기본 설계 과정에서 제시됐던 것보다 늦어지는 문제점이 발생한 데 따른 것으로, 차량 추가 구입으로 인한 사업비 증가 뿐 아니라 자칫 전체 공사비 증액으로도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2일 광주시 도시철도건설본부 등에 따르면 시는 최근 도시철도 2호선 1단계 시험·시운전, 운전·운영보고서와 관련, 시뮬레이션 운행 용역을 진행하던 중 광주시청~광주역 간 표정속도가 애초 설계보다 늦어진 점을 확인했다.
표정속도란 출발역부터 도착역까지 소요시간(정차시간 포함)으로 주행 거리를 나눈 수치다.
도시철도건설본부 등은 1단계 구간의 경우 기본설계 당시 표정속도를 시속 33.46㎞로 예측했지만 시뮬레이션 결과, 23%나 감소한 시속 25.88㎞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용역사측은 2호선 1단계 구간의 경우 정거장과 정거장 간 길이가 짧고 곡선 구간이 많은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광주시 등은 표정속도를 기준으로 전체 구간 길이, 정거장 수, 승차감·안전성 등을 감안해 배차간격을 4분으로 정해 각종 공정을 진행한 만큼 배차간격 조정도 불가피해졌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 지적이다. 출·퇴근 시간대 4분 간격으로 지하철을 출발시키기로 했던 구상에 차질이 빚어지게 된 것이다.
당장, 기본설계를 유지할 경우 배차간격이 5분 30초로 늦어지게 된다. 이렇게되면 시간 당 운행대수도 15대에서 10.9대로 줄어든다. 차량 예비율(운행차량 대비 예비차량 비율)도 국토교통부가 권고하고 있는 기준(10%)에 못 미치게 된다. 국토교통부는 ‘교통시설 투자 평가 지침 법적근거’ 지침상 차량예비율을 10%로 보고 있다.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의 경우 KDI의 ‘예비타당성조사 수행을 위한 세부지침 도로·철도 부문 연구’에 따라 갑작스런 사고와 장비 문제가 발생했을 때 운행 스케줄대로 운행할 수 있도록 정한 차량예비율(12%) 기준을 따르는 지를 감독하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애초 기본설계대로 배차 간격을 4분으로 맞춰 차량예비율(을 따르려면 당초(33편성·66량)보다 14편성(28량)을 늘려 운행해야 하는 실정이다. 차량 구입비에 차량기지도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등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만 480억원으로 광주시 등은 추산했다. 배차간격을 4분 30초대로 일부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중이지만 이마저도 1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차량 구입비 외에 전체 공사비 증액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배차간격이 전체 구간, 정거장 수, 승차감과 안전성 등을 고려한 속도 등을 종합해 정해진다는 점에서 배차 간격이 늘어나게 되면 당연히 공사비 증액이 불가피하지 않겠냐는 게 건설업계 분석이다.
이 때문에 광주시의 최초 기본설계가 부실해 공사비 증액을 불러왔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한국교통대 철도대학 이장호 교수는 “정거장이 늘었거나 운행 구간이 증가하는 등 조건에 변경이 없는데도, 배차간격이 늘어났다는 것은 애초 검토 과정에서 잘못 설정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 측도 “배차간격을 정하는 게 모든 공정 등을 고려해 설정되는 것인데 공사 과정에서 이렇게 바뀐다는 게 이해할 수 없다”면서 “광주시측의 설명을 들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광주시 도시철도건설본부 관계자는 이와관련, “현재 1단계 공사를 추진하면서 지하철 운전·운영 계획에 대한 시스템엔지니어링 용역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용역사로부터 이같은 내용을 보고받았다”면서 “지난 2017년 기본설계 당시 검토가 부족했는지 살펴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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