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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기자

근로정신대 피해 세상에 알린 박해옥 할머니 별세

by 광주일보 2022. 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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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남초 졸업 후 일본인 교장 압박에 미쓰비시중 강제노역
1999년 3월부터 끈질긴 소송전…일본 사죄 못 받고 떠나

근로정신대피해 사실을 세상에 처음으로 알렸던 박해옥 할머니가 결국 사죄를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향년 93세.

17일 시민단체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은 “20여년 전 일본에서부터 긴 싸움을 해오신 박 할머니가 16일 오후 5시 지병으로 영면하셨다”고 밝혔다.

박 할머니는 어린 나이에 강제노역에 끌려갔음에도 위안부 피해자들과 혼란이 있을까 함부로 피해자라고 이야기 하지 못했던 지난 1995년 용기 있게 피해 사실을 밝혔다.

박 할머니의 용기 있는 피해고백에 같은 피해를 입은 근로정신대 다른 피해자들이 속속 자신들의 피해를 이야기 해 지난 1999년 나고야 재판까지 이끌어 냈다는 게 시민모임의 설명이다.

일본에서 진행된 재판에서도 박 할머니는 그 누구보다 강단있게 목소리를 높였고 일본 언론 앞에서도 적극적으로 피해 사실을 알리는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순천 출신인 박 할머니는 순천남초등학교를 졸업한 직후인 1944년 5월 일본인 교장의 회유와 압박에 못 이겨 일본 나고야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항공기제작소로 동원됐다.

일본인 교장은 “일본에 가면 학교도 보내주고 돈도 벌수 있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할 수 있다”, “너희 언니가 학교 선생이니까 네가 앞장서야 하지 않겠느냐”며 박 할머니를 압박했다. 박 할머니는 “언니가 학교 선생이었는데, 자칫하면 언니 신상에 해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거부하기도 어려웠다”고 회고했다.

박 할머니의 부모는 일본행을 강력히 반대했으나, 일본인 교장은 ‘대신 부모가 경찰에 잡혀가게 될 것이다’며 박 할머니를 협박했다. 박 할머니는 “어린 마음에 가족이 다칠까봐 결국 교장의 말을 들어야 했다”고 증언했다. 굶주림을 견뎌가며 임금 한 푼 받지 못하고 강제노역에 시달렸던 박 할머니는 해방 후에야 귀국할 수 있었다.

박 할머니는 지난 1999년 3월 1일 일본정부 및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일본에서 소송을 제기했다. ‘태평양전쟁희생자 광주유족회’와 일본 지원단체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이 박 할머니의 뒤를 받쳤지만, 10여년에 걸친 법정 투쟁 끝에 2008년 11월 11일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최종 패소했다.

그 이듬해 일본 정부(후생노동성 사회보험청)는 박 할머니에게 후생연금 탈퇴 수당금 명목으로 99엔을 지급하면서 재차 마음의 상처를 입혔다.

지난 2012년 10월 24일 박 할머니는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광주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6년 1개월여 동안 이어진 소송 끝에 2018년 11월 29일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하지만 박 할머니는 승소 이후에도 배상은커녕 사죄 한마디 듣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미쓰비시중공업은 판결 이행을 거부했으며 일본 정부는 오히려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취하면서 미쓰비시중공업이 한국 내에 가지고 있는 상표권, 특허권에 대해 압류 등 강제집행에 나섰다. 박 할머니가 제기한 소송(상표권 2건)은 지난해 7월 20일 미쓰비시중공업 측의 항고가 기각된 데 이어, 같은 해 12월 27일 대법원에서 재항고마저 기각, 압류가 최종 확정됐다.

광주에서 오랫동안 투병해 왔던 박 할머니는 지난 2019년 자녀들이 있는 전주의 요양병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건강을 회복해 광주에 다시 오겠다며 남구에 거주하던 집과 생활하던 물품도 그대로 두고 갔으나, 끝내 광주에 돌아오지 못했다.

2018년 대법원에서 승소한 미쓰비시 여자근로정신대 소송 원고 5명 중 생존자는 2명(양금덕, 김성주)으로 줄었다.

이국언 시민모임 대표는 “박 할머니는 거짓말로 어린아이들을 속이고 겁박해 끌고가 모진 고생을 시킨 수모와 상처에 대해 일본에게 책임을 묻고 사죄를 받아야 한다”면서 “이러한 사실은 잊혀져서는 안되고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전달할 것을 항상 당부했다” 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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