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외식을 하든 그 장소가 불러내는 감흥은 다채롭고 다면적이다. 그리고 이런 느낌은 대체로 이주민이 들여온 기분 좋은 결과다. 원래는 한 이주민 공동체가 그 공동체의 사람들을 위한 음식으로 들여온 것이다. 1960년대 북미의 일본인 사회나 1940년대 런던 이스트엔드의 방글라데시 이민자 사회를 예로 들 수 있다. 그러다 그 나라의 주류 사회도 이주민의 음식에 맛을 들이면 정작 그 음식을 들여온 이주민은 괄시하더라도 음식은 즐기면서 자기네 주류 문화의 핵심으로 편입시킨다(영국의 인도 음식처럼).”
외식의 역사는 다름아닌 사회문화사다. 외식에는 당대 사회, 문화가 역사적 맥락과 결부돼 있다. 사람들이 어디에서 어떤 음식을 먹는지를 알게 되면 사회의 특징과 개개인 성향까지도 알 수 있다.
음식에 관한 책은 언제 읽어도 흥미롭다. 하루하루 일상은 사실 무얼 먹는가와 관련돼 있다. 직장인의 공통적인 고민 가운데 하나는 ‘점심으로 무엇을 먹을까?’이다. 어떤 메뉴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식당도 달라진다. 가정주부의 일상적인 고민 또한 매 끼니마다 어떤 음식을 식탁에 올리느냐이다. 오랜만에 모임을 갖는 사람들은 장소와 메뉴 선정에 더 많은 신경을 쓴다.
사람들은 평소에 접하지 못한 음식을 먹기 위해 레스토랑을 찾는다. 다시 말해 레스토랑은 외식 문화와 관련돼 있다. 외식(外食)의 사전적 의미는 “집에서 직접 해 먹지 아니하고 밖에서 음식을 사 먹음”이라는 뜻을 지닌다. 예전에는 누군가를 만나거나 데이트를 하기 위해 레스토랑을 찾았다. 그러나 지금은 다중 감각으로 색다른 음식을 맛보기 위해 가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고대 로마제국의 도시 폼페이에서 번성했던 레스토랑과 여관을 소개한다. 폼페이의 5번가의 프리무스 여관은 단연 인기 있는 장소였다. 도심에서 일하는 다양한 고객을 끌어들였다. 인근에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파는 상점 등이 발견되었다. “와인 가게와 빵집과 이발소뿐 아니라 식료품점, 청과물 가게, 은행, 사창가 몇 군데, 세탁소, 공중목욕탕” 등이 그것이다.
19세기 프랑스의 마리 안투안 카렘은 전문 식당의 음식과 가정식을 구분했다. 오늘날까지도 그가 처음 만든 요리사 모자, 소스 분류법과 제조법이 전해진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코스에 맞춰 요리를 차려내는 방식을 고안한 점이다. 또한 150년 이상 레스토랑 서비스 경전이 된 책을 여러 권 집필하기도 했다.
전후 미국의 두드러진 변화는 패스푸드 혁명도 빼놓을 수 없다. 사업가들이 자동차 조립라인에서 영감을 얻어 주택 건설과 음식 조리에 적용한 것. 햄버거 가게가 문을 열었으며 새 음식에 대한 욕구가 일어났다. 급속히 증가하는 이민자들에게서 영감을 얻은 조리법도 있었다. 멕시코인의 타코 기계 발명으로 음식문화에 변화가 일어난다.
일본의 초밥 산업을 바꾼 이는 시라이시 요시아키다. 그는 접시를 이동시키는 컨베이어벨트를 발명했는데, 일본 문화가 세계로 뻗어 가는데 일조했다. 어느 날 그는 맥주회사 초대로 공장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맥주병이 컨베이어벨트에 따라 이동하는 시스템에 매료됐다. 그는 좁은 공간에서 천천히 돌아가는 작은 컨베이어벨트 제작을 의뢰했다. “컨베이어벨트는 정확히 1초에 8센티미터씩 이동합니다… 보면서 어느 접시가 끌리는지 생각하기에 최적의 속도죠. 더 느리면 지루하고 더 빠르면 조급해집니다.”
이밖에 책에는 비위생적이고 무질서했던 중세 식사 문화를 바꿔놓은 식탁보 출현, 사교계와 상류층을 위한 공간이자 정치 회합의 장이 됐던 초기의 커피하우스, 식민주의 체제에서 탄생한 봄베이의 레스토랑에 관한 이야기도 수록돼 있다.
한편 박찬일 셰프(음식 칼럼니스트)는 책에 대해 “역사적 식탁의 정교한 재구성, 시니컬한 유머, 당연하지만 음식에 대한 뛰어난 지식”이라고 평한다. <소소의책·2만8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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