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가는 북유럽 복지 발원지는 도서관
북유럽 국가들은 100년 전만 해도 지금처럼 부유하지 않았다. 척박한 환경이었고 대부분 가난한 농업국가였다. 안데르센 동화에 등장하는 ‘성냥팔이 소녀’는 당대의 팍팍한 현실이 그려져 있다. 또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라스무스와 방랑자’는 고아원에 사는 아홉 살짜리 소년의 이야기를 그렸는데 역시 당시의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그런데 오늘날의 북유럽은 사회보장제도가 잘 갖춰진 나라로 알려져 있다. 불과 50년만에 이들은 어떻게 지구촌이 부러워하는 복지국가를 만들었을까.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정책위원으로 활동 중인 윤송현은 직접 북유럽 국가들을 둘러봤다. 그는 가는 곳마다 도서관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모든 것은 도서관에서 이뤄졌구나!’라는 깨달음이 절로 생겼다.
사실 그 또한 아내와 함께 초롱이네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2010년 지방시의원으로 활동하면서 복지정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이후 스웨덴을 방문한 이후 복지국가에 관한 다양한 책을 섭렵했다.
그가 이번에 펴낸 ‘모든 것은 도서관에서 시작되었다’는 북유럽 도서관과 복지국가의 비밀을 들여다본다. 도서관이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지 복지국가 플랫폼으로서의 도서관 역할과 미래에 초점을 맞췄다.
“도서관만 찾아다녀도 좋은 여행이 되었다. 가는 곳마다 새로웠다. 몇 군데를 다녀보고 나니 다음에 갈 곳은 어떨까 기대하게 됐고 틀림없이 새로운 모습, 새로운 이야기, 새로운 서비스로 맞아주었다.”
저자는 처음 방문한 핀란드에서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도서관은 책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것이다”라는 탐페레중앙도서관장의 말을 들으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 관장은 또한 “장서는 도서관의 많은 서비스 중 하나일 뿐”이라며 “도서관은 그것이 속한 사회에서 시민의식을 형성하고 모든 사람이 자유롭고 동등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과제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톡홀름의 도서관은 가장 중심지에 건물을 상업공간이 아닌 도서관으로 만들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저자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 공연장만이 아니라 여러 개의 도서관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북유럽 도서관의 공통점 가운데 하나는 만남의 장소로 도서관이 인식된다는 점이다. 정숙하고 조용한 공간이라는 인식보다 “사람들이 쉽게, 편하게, 많이 모일 수 있게” 상정했다. 또한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이 쉽게 책을 선택할 수 있게 서가를 서점처럼 꾸몄다. 인기가 있거나 추천할 만한 신간은 판매대에 펼쳐놓아 잘 보이도록 진열하기도 한다.
특히 북유럽도서관에는 어딜 가나 무얼 만드는 공간이 있다. 일종의 메이커스페이스. 책을 읽고 토론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만든다. 3D 프린터가 어딜 가나 눈에 띄는 것은 그 때문이다.
저자는 도서관을 매개로 복지정책의 패러다임을 설명한다. 복지정책의 기본 요체는 교육으로, 정보 이해와 판단하는 힘을 키워 민주시민 의식을 기르는 데 있다. 또 하나는 스스로 자존감을 회복해 일어설 수 있는 자활에 있다. 변화하는 사회에 따라 자기의 역할을 찾고 자존감있게 노년을 보내는 노인복지와 시니어 일자리 정책도 중요하다. 여성에게 경력단절을 극복하고 사회에 참여하는 기회를 주는 것과 장애인들이 정보를 활용해 역량을 기르도록 지원하는 것 등이 포함된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도서관이다.
<학교도서관저널·1만6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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