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내 집 마련은 꿈에 가까울 만큼 어려운 게 현실이다. 원룸과 같은 주거 공간이 늘어나면서 우리 사회에서 ‘집’이 차지하는 의미는 남다르다. 과연 집이란 무엇일까?
‘82년생 김지영’의 작가 조남주가 ‘사는 곳’과 ‘산다는 것’의 의미를 묻는 작품집을 펴냈다. 전작 ‘82년생 김지영’으로 여성 서사의 반향을 일으켰던 작가는 한국 사회의 현주소를 예리하게 바라본다. 책은 2년 전 여름에 출간됐던 테마소설집 ‘시티 픽션’의 수록작 ‘봄날아빠를 아세요?’가 모티브가 됐다. 모두 7편의 이야기가 가상의 지역인 서영동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연작소설로 ‘봄날아빠를 아세요?’는 집값을 둘러싼 이해관계를 그렸다. 반면 ‘서영동 이야기’는 서영동이라는 동네에 사는 다양한 인물들에 초점을 맞췄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등장인물들은 고달픈 심신을 누일 수 있는 보금자리라기보다는 자산을 증식하기 위한 매개로 생각한다. 아이들을 위해 서영동 집값이 올라야 한다고 생각하며 고가의 매매를 위해 대치동 부동산을 이용하는 인터넷 카페 회원 봄날아빠, 검소하고 성실한 아빠가 부동산 투기로 재산을 모은 수혜자임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다큐멘터리 감독 보미, 학부모이면서 학원장인 탓에 자신의 학원 옆에 노인복지시설 건립을 반대하는 백은학원연합회 회장 경화 등 다양한 인물들의 집에 대한 관점을 엿볼 수 있다. 인물들의 공통점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통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집이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하고 이 집을 가져서 다행이기도 불행하기도 했다”라는 희진의 말처럼 끊임없이 사는 곳과 사람답게 사는 일 사이에서 분투한다. 어쩌면 오늘을 사는 많은 이들이 겪는 하나의 갈등일 것이다.
<한겨레출판·1만5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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