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동영상 링크 주소만 전송 받았다면?

법원 “다운로드 확인 못해…보관했다고 보기 어렵다” 무죄

동영상 파일이 아닌, 음란 동영상이 링크된 인터넷 주소(URL)만 전송받았을 경우, 음란물을 받아 소유한 것으로 볼 수 있을까.

A(33)씨는 지난 2020년 3월 20일 새벽 자신의 집에서 회원가입을 하지 않아도 이용이 가능한 사이트에 접속, 게시판을 통해 치어리더 동영상을 요청한 뒤 텔레그램 채팅창으로 치어리더 영상·사진과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1100여건에 접속할 수 있는 링크 주소를 전달받았다. A씨는 동영상을 요청하면서 사이트 개설자로부터 전달받은 가상계좌로 3만원을 송금했었다.

검찰은 A씨를 붙잡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위반(음란물소지)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주위적 공소사실(주된 범죄사실)로 전송된 링크 주소에 접속해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다운로드 받아 소지한 혐의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볼 수 있는 링크를 전송받아 보관한 혐의를 각각 적용해 기소했다.

A씨는 치어리더 관련 자료를 요청했을 뿐이며 함께 전송된 링크를 클릭하면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볼 수 있는 줄 몰랐다고 반박했다. 또 링크를 열어 음란물을 다운로드한 사실도 없고 링크 전달만으로 자료를 ‘소지’했다고 볼 수 없다는 주장을 폈다.

링크를 클릭해 볼 수 있는 영상이 아동·청소년 음란물인 줄도 몰랐고, 다운로드 받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A씨 손을 들어줬다. “A씨 소유 PC, 휴대폰, 아이패드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분석결과, 다운로드 받은 사실을 확인할 수 없었다”는 게 재판부 설명이다.

광주지법 형사 3단독 오연수 부장판사는 “A씨는 링크를 클릭해 자료를 다운받아보려다 실패한 뒤 대화방을 나갔고 즉시 텔레그램을 삭제, 링크에 접근할 수 없게 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잠시 링크를 전달받았다는 사정만으로 링크에 연동된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계속해서 사실상 점유 또는 지배하에 둘 의사를 가지고 보관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며 최근 무죄를 선고했다.

또 사이트 게시판에 자료를 요청하면서 올린 글 제목으로 보면 음란물 관련성을 의심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전송된 링크에 연동된 자료가 아동·청소년 음란물인 줄 알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게시판에 올라온 다른 글 제목을 복사해 붙여서 올린 것 뿐이라는 A씨 해명을 납득하지 못할 것도 아니라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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