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가족 잊지 말아달라…소방대원분들 다치지 않으면”
2주 가까이 허비한 현대산업개발 구조활동에 불만 표출도
“빨리 구조해주길 기다리실 것 같은데….”
‘광주시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아파트 붕괴사고’의 피해자 가족들은 말을 잇지 못했다.
‘아이파크 붕괴 피해자가족협의회’는 29일 언론에 호소했다. 탐색·구조활동을 조금만 더 서둘러달라고. 가족들은 구조가 2주 넘게 걸릴지, 명절까지 가족을 만나지 못한 채 지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피해자 아들이라는 A씨는 “아버지가 보통 출장 다니다 보니까 보통 가족보다 명절이 더 소중해 상실감이 더 큰 것 같다”면서 “이 사고가 아니라면 4살이 된 손녀딸을 위해 장난감 사놓고 기다리고 계셨을 것이다”고 했다.
A씨는 “처음에 현장에 왔을 땐 명절 전에 끝날 것으로 예상했는데 19일째까지 이어질지는 몰랐다”고 울먹였다.
19일째 수색·구조작업이 이어지면서 가족들은 건강이 악화되고 심리적으로도 많이 힘든 상태라고 호소했다.
한 피해자 가족은 “너무 힘이 들어서 앉아 있을 수 없고 밤에는 잠을 못 자고 경련이 일어난다”면서 “병원에서 처방해준 진정제로 버티는데, 심장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는다”고 했다.
피해자 가족들은 쌓아놓았던 사연을 털어놓으며 울먹였다.
실종자의 아들이라고 밝힌 B씨는 “아버지가 사고 나기 얼마 전 ‘가족들과 시간이 중요하다’며 주말에는 할머니댁으로 여행을 가자고 했지만 3월에 중요한 시험이 있어서 시험 끝나고 가자고 했다”면서 “아버지와 여행을 갔으면 추억이 더 많았을 것 같은데, 따르지 못한 게 너무 힘들다”고 눈물을 흘렸다.
실종자의 아내인 C씨는 “내가 기다리는 건 괜찮지만, 아빠랑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먹겠다고 기다리고 있는 딸에게 무슨 말을 해줄 수 없어 너무 힘들다”고 했다.
지난 25일 발견된 작업자의 동생도 “DNA채취로 형님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때까지 생존 확률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냥 빨리 보고 싶다”면서 “ 하루빨리 구조되길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지난 27일 발견된 작업자의 아내도 “사고 전 지난 1일 연휴 때 만나고 8일 통화가 마지막이었다”면서 “35년 동고동락하며 살았다. 이런 상황이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눈물을 보였다.
A씨는 “ 정부에서 앞으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법을 제정하고 제대로 된 감시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저희를 위해서 일하고 계신 소방대원분들이 정말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현대산업개발의 늦은 구조활동에 대한 불만도 쏟아냈다.
사고 발생 후 크레인철거와 옹벽 보강 작업등의 핑계로 2주 가까이 시간을 허비했다는 것이다.
막상 벽을 뚫고 내시경 등을 활용해 작업을 시작하자 6일 만에 두 명의 실종자를 발견한 것을 보면 더 빨리 작업을 시작했으면 수색도, 구조도 빨랐을 거라는 것이다.
안정호 피해자가족협의회 대표는 “이렇게 나서서 이야기 하는 게 너무나 힘들지만, 실종자들과 가족들을 잊지 말아 달라는 바람때문”이라며 “길어지는 수색·구조 작업에 모든 피해자 가족들이 힘들어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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