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바리 제거한 채 콘크리트 타설…공정 앞당기려다 사고

[‘화정 아이파크 붕괴’ 수사 진행 과정 공개]
공정 앞당기려 36~38층 동바리 철거…“현장소장이 해체 지시” 진술도
수십톤 달하는 7개 콘크리트 받침대(역보) 구조 계산도 하지 않고 설치
비용 아끼려 공사 서두르고 지침 어겨…불법 재하도급 의혹 수사도 시작
목재를 ‘보’삼아 동바리로 받친 일명 ‘헛보’…단차로 헛보 설치할 수 없어

25일 광주경찰청 수사본부이 붕괴원인으로 꼽고 있는 콘크리트 담의 시공위치와, 붕괴되지 않은 지역에 설치된 ‘헛보’가 설치된 위치를 표시한 화정동 아이파크 아파트 붕괴사고 현장 모습. 점선안은 콘크리트 타설 후 붕괴된 바닥 슬래브(수평 널빤지) 구역.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광주시 서구 화정동 아이파크 아파트 붕괴사고’는 늦어진 공정을 단축하려고 공사를 서두르고 비용을 아끼려다 기존 규정을 무시하면서 빚어진 사고라는 게 경찰 수사로 드러났다. 광주일보 보도<광주일보 1월 13일 1면, 1월 19일 6면>가 사실로 확인되면서 부실 시공과 감리, 부당한 건설 관행에 대한 전면적 개혁이 시급하다.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25일 수사 브리핑을 갖고 공정을 앞당기기 위해 콘크리트 타설 때 설치해야할 동바리(지지대)를 미리 제거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동바리의 경우 현행 국가건설기준센터의 표준시방서에는 30층 이상 또는 지상 120m 이상 건물 신축 과정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할 때에는 타설 층 아래층부터 하부 3개 층을 동바리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타설하기 전부터 3개 층 동바리를 미리 제거했다는 게 경찰 수사 결과다. 동바리 설치 규정은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의 자체 시공 지침에도 적시됐지만 무시됐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경찰은 또 이같은 지시를 현대산업개발측 현장소장이 내린 사실도 하도급업체 관계자 진술을 통해 확인했다.

경찰은 “현대산업개발은 계획보다 늦어진 공정을 앞당겨야 했고 콘크리트 타설을 맡은 하도급 업체는 내부 인테리어 공사를 위해 동바리를 철거했다가 다시 타설할 때 부담할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는 점 등 양측의 이익이 맞아떨어지면서 이같은 공정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산업개발은 감리보고서에 적시〈광주일보 1월 19일 6면〉된대로 지난해 11월 말까지 골조 공사를 끝낼 계획을 세웠다가 1월 초까지 마무리되지 않는 등 늦어지면서 쫓기는 상황이었다는 게 경찰 분석이다. 층 내부에 동바리가 설치된 상태에서는 창틀 조적(組積·벽돌쌓기), 타일 작업 등의 공정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공정 속도를 서두르려는 시공사측 입장에서는 제거하는 게 유리했을 것으로 경찰은 판단했다.

속도와 비용 절감만 중시한 건설업체의 성과주의가 빚어낸 참사라는 게 경찰 수사로 확인된 셈이다.

경찰은 또 39층 옥상 콘크리트 타설 과정에서의 하중을 견뎌낼 3개층 지지대를 미리 제거해버린 것 외에도 39~38층 사이 PIT층(배관 등 설비 층) 공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꼼꼼한 구조 계산 없이 동바리 대신, 수십ｔ 규모의 콘크리트 담장을 여러 개 만들어 지지대 역할을 하도록 한 점도 붕괴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지목하고 있다.

무너진 201동에는 화단, 테라스, 야외 정원 등을 구성하기 위한 PIT층 내부 천장 높이가 0.55~1.5ｍ까지 다양하게 설계됐다. 건설사측은 해당 규격에 맞는 동바리를 자체 제작하기도 어려워 지지대 역할을 할 콘크리트 담장을 여러 개 만들어 하중을 떠받드는 역할을 하도록 했는데, 인근 붕괴되지 않은 건물에는 콘크리트 담장을 설치하지 않았다는 점에 경찰은 주목하고 있다.

경찰은 그러나 갱폼 인근 벽체에 생긴 미세 균열을 사전 징후로 봐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건물 붕괴와 관련성이 없다고 선을 그었고 애초 15㎝ 두께의 슬라브를 35㎝ 두께로 구청 승인없이 변경했다는 일부 주장도 설계변경 승인을 거친 것으로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시공사측과 하도급업체 간 거푸집 공법을 데크 플레이트 방식으로 구청 허락 없이 바꿨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해당 사항은 허가를 받지 않고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그러나 “정확한 붕괴 원인의 경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나 건설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로 증명할 수 있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경찰은 또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측이 규정을 무시하거나 충분한 안전 조치 없이 공사를 진행하거나 지시한 정황을 확인한 만큼 엄정한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부실 감리에 대한 책임도 불가피하다는 게 경찰 입장이다.

경찰은 불법 재하도급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24일 콘크리트 타설업체인 A업체 대표를 불법 재하도급 혐의(건설산업기본법 위반)로 입건, 조사중이다.

붕괴사고 당시 콘크리트 타설은 철근콘크리트 하청업체인 A회사 직원들이 아닌 별도의 노무 약정서를 체결한 펌프카 장비 B업체 직원 8명이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현대산업개발 측 관계자에 대한 소환 조사를 본격 진행하는 등 제기된 의혹에 대한 수사를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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