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충돌속도 시속 4㎞...상해 발생 어렵다” 무죄
브레이크를 뗐을 때 발생하는 크리핑(creeping·브레이크를 떼면 저절로 조금씩 전진하는 현상) 상황에서 앞 차를 추돌했다면 피해차량 탑승객들은 얼마나 다친걸까.
A씨(45)는 지난 2020년 12월 20일 광주시 남구 진월동 씨티병원 앞길에서 나주 방면으로 가다 신호에 멈춰서 차량을 세웠다. A씨는 신호대기중 기어를 중립에 두고 사이드 브레이크를 채운 뒤 브레이크에서 발을 뗐다. 완만한 내리막 경사로에서 발을 떼니 크리핑이 발생해 슬금슬금 기어가면서 바로 앞 정차중인 차량을 추돌했다.
피해차량에는 운전자(36) 등 어른 2명, 아이 2명이 타고 있었고 어른은 2주, 아이들은 각 1주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A씨에게 상대방 차량 운전자·동승자를 다치게 한 혐의(교통사고 처리 특례법 위반(치상))를 적용해 기소했다.
A씨는 경미한 충격이라 피해 차량 탑승객들이 ‘상해’를 입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그 정도 충격으로는 ‘피해자 신체의 완전성을 훼손하거나 생리적 기능에 장애를 초래하는 것’을 의미하는 형법상 ‘상해’를 인정할 수 없다고 맞섰다.
광주지법 형사 3단독 오연수 부장판사는 A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크리핑 상황에서 가해차량 속도는 시속 최고 6~8㎞로, 이 때 피해차량 유효충돌속도는 시속 평균 4㎞에 불과하다고 봤다. 사고 이후 피해차량 범퍼에 눌린 자국(압착흔)도 보이지 않았다. 통상 압착흔은 추돌당한 차량에 시속 평균 5.1㎞의 속도변화가 있을 경우 관찰된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재판부는 또 동일 조건에서 가해차량 이동속도를 측정해보니 시속 3~5㎞ 정도인 점을 들었다. 여기에 피해차량 유효충돌속도가 시속 8㎞이하일 경우 차량 내부 피해자는 특별한 치료 없이 2~4일 이내 증상이 사라지는 것으로 보고된 점,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해당 사고와 같은 상황에서 경추상해가 발생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점 등도 판단에 반영했다.
오 부장판사는 “피해자들이 상해를 입은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오 부장판사는 “재판에 이르는 과정에서 보인 A씨 태도는 매끄럽지 않았다”면서 “승리의 기억으로 남기는 게 아니라 과정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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