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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은기자

보존·수복 전문가 김종욱 소장 “작품 복원은 소중한 인류 유산 지키는 일”

by 광주일보 2022. 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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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립미술관 소장품 전수조사 참여
동경예술대 문화재 보존학 박사
회화복원 연구소 운영…대학 강의

김종욱 회화복원 연구소를 운영하는 김종욱 대표는 회화복원은 문화유산을 지키는 일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광주시립미술관은 5개월여간 소장품 5236점에 대한 전수 조사를 진행했다. 개관 30주년을 맞아 소장품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연구에 도움을 받기 위해서였다. 수장고에 소장된 작품을 하나 하나 살피며 상태를 확인한 후 작품 등급을 네 부류로 정리했다. 품이 많이 들어간 이번 조사에는 미술관 작품관리 담당윤영필 학예사와 함께 보존 수복 전문가 김종욱(김종욱 회화복원연구소) 소장이 참여했다.

광주시 북구 중흥동 작업실에서 그를 만나 낯선 직업인 보존·수복 전문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의 명함엔 유화 복원, 회화 조사, 미술품 컨디션 체크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김 소장과 광주시립미술관의 인연은 일본과 광주를 오가며 활동하던 지난 2007년 시작됐다. 기획전을 준비하던 미술관으로 부터 의뢰를 받아 지금까지 이우환과 오윤의 작품을 비롯해 재일교포 전화황·김영숙 작가 작품 등을 작업했다. 이번 전수 조사 과정에서 복원이 시급한 것으로 분류된 작품은 예산 확보를 통해 올해부터 복원에 들어갈 예정이다.

전남대 예술대 미술학과를 졸업한 후 미술교육과 대학원에서 공부한 그는 당시 지도교수였던 신경호 교수에게서 미술복원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이후 일본에서 공부하고 전남대에서 한국화 강의를 하던 주재현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복원 전문가에 대한 관심을 갖게됐다.

복원을 공부하겠다고 마음 먹은 그는 일본행을 결심했고, 동경예술대학에서 문화재 보존학을 전공하고 문화재보존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술품 복원이라는 게 결국은 인류 유산을 지키는 일이라는 생각에 도전해보고 싶었습니다. 오랫동안 함께 해온 그림과 계속 접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구요. 복원은 손재주만이 아니라 과학적인 기술도 필요하다고 생각해 일본행을 택했습니다. 그곳에서 유럽의 복원 기술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가 동경예대를 택한 또 하나의 이유는 한국 서양화의 역사라 할 수 있는 작품들을 ‘직접’ 보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동경예대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고희동의 ‘자화상’ 등 한국 근현대미술 작품을 눈으로 보고 조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똑같은 유화 작품도 유럽과 일본, 한국 그림이 다 달라 복원할 때도 다른 방법을 취해야 합니다. 재질이 다르고 기술이 다르기 때문이죠. 유럽 쪽은 거칠게 다뤄도 쉽게 손상되지 않지만 그런 식으로 한국 그림을 다루면 손상될 우려가 있지요. 일본은 복원에 대한 개념이 치밀하고 꼼꼼하지요. 작품을 다루는 ‘엄중한 시각’을 배우게 된 건 큰 소득이었습니다.”

김 소장은 동경국립박물관에 계약직으로 1년 6개월간 근무하며 박물관 시스템을 배울 수 있었고 동경예대에서는 외주 받은 작품들을 복원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김관호의 ‘해질녘’, 밀레의 ‘씨 뿌리는 사람’ 등을 작업했다.

일본 현대사의 중요 현장인 동경대 야스다 강당 대형벽화를 복원할 때는 사용할 재료, 진행 방식 등을 결정하며 많은 것을 경험했고,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작품을 작업한다는 뿌듯한 마음도 들었다.

회화 복원의 중요 과정인 색맞춤 작업을 진행하는 모습. <김종욱 회화복원연구소 제공>
 

광주에서는 개인 소장품과 관련해 문의가 많이 들어오기는 하지만 복원까지 연결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일본의 경우 그림의 가치를 따지기 전에 “아버지가 아꼈던 그림이라”는 이유 등으로 복원을 요청하며 그림에 애착을 갖고 소중히 여기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복원해 가치를 높여 팔겠다는 생각이 앞서는 듯 해 조금 아쉬운 마음도 든다.

“유명하고 유명하지 않고를 떠나 작품을 대하는 태도는 모두 같습니다. 캔버스가 찢어져 삭아있거나, 물감이 떨어져 보기 힘든 작품을 제 딴에 원래 상태로 복원해내면 그만큼 뿌듯하죠. 그림을 가져올 때와 돌려 보낼 때 차이점이 확연히 보여질 때는 기분이 좋지요. 처음 그림을 가져올 때는 설레는 마음입니다. 그림을 찬찬히 뜯어보며 어떤 손상이 있고, 어떤 재료와 방법으로 복원할까 고민하는 과정이 행복하죠. 재미있기도 하구요. 훼손이 심한 작품은 2~3개월 갖고 있기도 하는데 돌려보낼 땐 서운함이 들기도 합니다.”

오랫동안 강의해온 전남대에서 수업을 듣는 학생중에는 초기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있기도 하지만 ‘직업’으로 삼는 이들은 없다. 그 만큼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복원 작업을 하며 손상된 것을 내 손으로 고치는 즐거움과 기쁨을 느낍니다. 손상되지 않은 부분을 손상시키지 않고 복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오리지널 작품에 최대한 손상을 주지 않고 복원하는 게 필요하죠. 간단하게 처리해 버릴 수도 있어요. 복원은 결국 자기에게 진실한 작업인듯 합니다. 복원은 소중한 우리 문화자산을 지키는 일이기에 보람도 있구요 ”

/글·사진=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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