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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은기자

지상의 아름다운 책과 그 책이 맺어준 따뜻한 우정 이야기… 운명, 책을 탐하다

by 광주일보 2022.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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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말 까까머리 중학생 윤길수는 동네 단골 헌책방에서 용돈을 다 털어넣어 ‘현대조선문학전집’ 1권과 ‘현대시집’1권을 구입한다. 시가집에 실린 시 중에서 특히 정지용과 김기림의 시가 마음에 와 닿았고, 토속적인 백석의 시편들은 시골에서 서울로 올라온 그에게 고향을 떠올리게 했다.

이 두권의 책은 그를 문학의 길로 이끌어주었고 책을 수집하게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그의 탐서 인생은 수십년간 이어졌고, 지난 2011년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김소월의 시집 ‘진달래꽃’은 바로 그가 소장하고 있던 책이었다.

장서가 윤길수씨가 펴낸 ‘운명, 책을 탐하다-한 장서가의 탐서 생활 50년의 기록’은 지상의 아름다운 책과 그 책이 맺어준 따뜻한 우정의 이야기다.

저자는 30년간 다니던 회사에서 정년퇴직한 후 지난 2011년 그동안 수집한 장서 1만4636권을 정리해 ‘윤길수책:한국근현대 도서 목록(1895~2010)’을 펴냈다. 이 책은 개인 장서목록이기도 하지만 개화기 이후 한국근현대도서 100년의 역사를 처음으로 한 권의 책에 담아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이번 책은 기존 자료를 토대로 ‘문학선’에 연재한 글 들중 책과 사람, 그리고 한국문학 작가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엮었다. 또 장서가로서 책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겪은 에피소드와 평소 책과 문학에 대한 생각도 담아냈다.

책은 1부 ‘내 인생을 바꾼 책 이야기’, 2부 ‘내가 아끼는 한국문학 작가와 그 책들’로 구성돼 있다. 최초의 양장본으로 거론되는 유길준의 ‘서유견문’(1895), 한용운의 ‘님의 침묵’(1926), 이광수의 ‘무정’(1925) 등에 얽힌 이야기 등이 눈길을 끈다.

또 최초로 문화재가 된 시집 ‘진달래꽃’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되기까지 겪었던 우여곡절도 기록하고 있으며 “부친의 유품이라고는 가지고 있는 게 없어 늘 허전했다”는 소월의 아들이 ‘진달래꽃’ 유일본을 만져보며 눈물 흘리던 모습을 기억하는 글도 담겼다.

그밖에 사랑하는 백석의 시집을 비롯해 여러 작가들의 시조집과 동요집, 희귀본과 한정본, 1930년대 문학 동인지, 금서 등 책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아름다운 책과의 만남 못지 않게 아름다운 사람들과의 인연도 책 속에 빼곡하다. 그의 장서 수집의 시작이 된 경문서림 고(故) 송해룡 선생을 비롯해 통문관, 문우서림, 경안서림 등 오래된 서점 주인들과의 추억을 세세히 기록한 점도 인상적이다.

책을 보는 또 하나의 재미는 수많은 도판을 통해 책 표지 뿐 아니라 삽화 등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다. 책의 특징을 잘 담아낸 소박하고 아름다운 표지들은 지금 책들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궁리·2만8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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