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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담긴 세상

이덕일의 ‘역사의 창’-다음 대통령의 역사관

by 광주일보 2022.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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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꼽는 다음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자질은 역사관이다. 사실 이것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지도자라면 자국 역사에 대한 뚜렷한 인식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과거 김대중 대통령 서거 후 TV 카메라가 연희동 사저 안의 서재를 비춘 적이 있었다. 그때 서재 벽면에 필자 등이 쓴 ‘고조선은 대륙의 지도자였다’라는 책에서 부록으로 제공한 고조선 강역지도가 붙어 있는 것을 보고 김대중 대통령은 우리 역사의 첫 뿌리부터 제대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확신을 가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가야사 복원을 국정 주요 과제로 내세웠고, 무려 1조 2천억여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는 중이다. 당초 문 대통령이 가야사 복원을 피력했을 때 이 나라 역사학계를 장악하고 있는 강단사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들은 촛불 혁명으로 당선된 대통령이니 당연히 식민사관을 철폐하는 방식으로 가야사 복원이 이루어질 것으로 지레 짐작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런 예상과는 달리 가야사 복원이 아니라 임나일본부사 복원이 이루어지고 있고, 더 이상 강단사학자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그 단적인 표현이 2019년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국립 중앙박물관에서 기획한 ‘가야본성’(加耶本性) 전시회였다. 우리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혼슈(本性)라는 일본식 용어를 쓴 것부터 우연은 아니었다. 전시 설명문에 “369년 가야 7국(비사벌, 남가라, 탁국, 안라, 다라, 탁순, 가라), 백제·왜 연합의 공격을 받음(서기)”이라고 썼다. 여기서 서기는 일본 극우파들의 경전인 ‘일본서기’를 뜻하는 것이었고, 그 내용은 일본 제국주의자들의 ‘임나일본부설’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었다. 서기 369년 야마토왜가 가야를 점령하고 이른바 임나 7국을 세워서 562년까지 지배했다는 임나일본부설의 핵심 논리를 국립 중앙박물관이 버젓이 선전하고 있었다.

일본 왕가의 발상지라는 큐슈의 미야자키(宮崎)현 사이토바루(西都原) 유적에서는 고령 지산동의 가야 철모와 똑같은 철모가 출토되었다. 가야계가 일본 열도로 건너가 일 왕가를 세웠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유물이다. 그러나 ‘가야본성’전에서는 “남해안 일대 연안 항로의 요충지를 따라서 왜와 관련되는 유적과 유물이 발견되고 있고, 일본에서는 가라국의 귀걸이가 여러 곳에서 출토되고 있습니다”라고 왜(倭)가 고대부터 남해안 일대를 지배했던 것처럼 왜곡해 놓았다. 당초 ‘가야본성’전은 일본으로 가서 일본 극우파들에게 축배를 들게 할 예정이었지만 많은 시민들의 항의로 일본 전시가 중단된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또 하나는 가야 고분군의 유네스코 등재 신청이었다. 가야사 복원 차원에서 가야 고분군을 등재하려면 서기 1세기 유적부터 신청해야 하지만 5~6세기 유적만 집중적으로 신청했다. ‘삼국유사’ ‘삼국사기’에 가야는 1세기에 건국되었다고 명시되어 있음에도 일본인 식민사학자들과 한국인 강단사학자들은 가야가 3세기 후반에 건국되었다고 우기고 있으므로 5~6세기 유적만 집중적으로 신청한 것이었다. 게다가 경남 합천의 옥전고분군을 임나 7국 중의 하나인 다라국 고분으로 신청하고, 전북 남원의 두락리 고분군을 ‘일본서기’에 왜왕이 소유한 것으로 나오는 기문국 유적이라고 신청했다. 그래서 남원 시민들이 들고 일어나 항의하고 있는 중인데, 관련 당국은 시민들의 당연한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다음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자질은 바로 역사관이다. 그 역사관이란 말할 것도 없이 단재 신채호로 대표되는 독립운동가들의 역사관을 계승하는 것이다. 이 나라 대학 사학과 중에 백암 박은식, 석주 이상룡, 단재 신채호의 역사관을 가르치는 곳이 단 한 군데도 없다는 현실이 가야사 복원이 왜 임나일본부 복원으로 왜곡되고 있는지를 말해 주고 있다. 차기에는 독립운동가들의 역사관을 이 나라 국민의 상식적 역사관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부를 가진 대통령이 당선되기를, 지하의 수많은 순국선열들과 빌어 마지않는다.

<순천향대학교 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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