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 노리고 아내 탄 승용차 바다로 밀어 살해 혐의 남편 1심 무기징역→2심 무죄
여수 금오도 차량 추락 사망사고
재판부, 경사로 실험 현장검증도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만 인정
검찰 상고 예고…대법 판단 주목
고의인가, 실수인가.
거액의 보험금을 노리고 아내가 타고 있던 승용차를 바다로 밀어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5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는 살인 혐의를 벗었다. 재판부는 남성의 실수로 차량이 바다에 빠졌다고 판단, 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보고 검찰이 항소심 재판 중 추가한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만 인정했다.
검찰이 상고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최종 판단은 대법원에서 가려지게 됐다.
광주고법 형사 2부(김무신·김동완·위광하)는 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A(52)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금고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살인죄와 같이 법정형이 무거운 범죄의 경우에도 간접 증거만으로도 유죄를 인정할 수 있으나 그 경우에도 주요 사실의 전제가 되는 간접 사실의 인정은 합리적 의심을 허용하지 않을 정도의 증명이 있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주위적(살인)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며 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우선, A씨가 차를 고의로 밀어 빠뜨렸는지 여부에 대해서 1심과 다른 판단을 내렸다.
1심은 ‘A씨가 하차할 당시 정차 상태였던 승용차가 내부 탑승자의 움직임, 하차하고 문을 닫을 때 충격 등으로 차량이 스스로 (경사로를)굴러내려가는 지점이 발견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피고인이 차를 밀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현장 검증을 통해 박씨가 차를 밀지 않더라도 차량 내부의 움직임 등으로 차가 굴러갈 가능성을 확인했다. 실험 차량을 추락 방지용 난간에서 0.5m 떨어진 곳에 중립 기어 상태로 세웠을 때는 조수석 탑승자가 움직여도 차량이 움직이지 않았으나 1.5m 거리에 세우자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떼자마자 차량이 경사면을 따라 내려갔다.
난간으로부터 1∼1.2m 떨어진 곳에서는 조수석 탑승자가 한차례 움직이자 실험 차량이 경사면을 따라 내려가기도 했다.
범행방법의 경우 항소심 재판부는 “사고로 위장하고자 했다면 범행장소나 실행방법을 사전에 치밀하게 탐색하고 준비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미리 작심한 범인이 택하는 방법이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즉흥적이고 우연적 요소가 많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면 만조 때와 간조 때 경사면 끝자락이 잠기는 지 여부가 달라지는 만큼 승용차가 바다에 빠졌을 때 피해자 탈출 가능성, 바닷물 깊이가 충분히 깊은 지 등을 검토해뒀어야 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런 흔적도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범행 동기에 대해서도 1심이 피해자 사망으로 지급될 10억원 넘는 사망보험금을 가장 주된 동기라는 취지로 판단했던 것과 달리, 항소심 재판부는 “사건 전후 피고인의 수입과 지출 내역을 살펴보면 피고인이 경제적으로 다소 어려운 처지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이로 인해 피해자를 살해할 동기가 형성되었으리라는 점을 수긍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구조행위에 대해서도 1심은 ‘A씨가 바다에 빠진 피해자를 구조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A씨를 탓하는 내용도 119 신고 내용에서 찾아보기 어렵고 사고 직후 A씨가 인근 주민에게 구조를 요청할 당시 옷과 머리가 물에 젖은 상태였던 점 등을 들어 “(구조하지 않았다고)보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어 “고의사고가 아님을 뒷받침할 간접사실 등도 존재한다”면서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사고 선착장 경사로는 사고 발생 위험이 높은 곳으로 정차한 곳 경사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고 사이드브레이크를 잠그지 않은 점, 기어를 중립 상태로 둔 채 그대로 내린 과실로 차량이 추락, 피해자가 익사하게 했다”며 금고 3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판결문을 받아본 뒤 검토를 거쳐 상고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A씨는 지난 2018년 12월 31일 밤 10시께 여수시 금오도 한 선착장에서 승용차를 바다에 빠뜨려 차에 타고 있던 아내(47)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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