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혜진·엘리자벳·이한비 등
주전 선수들 테이프 감고 경기
경기력 좋아졌지만 체력 한계
아쉬운 실점으로 승리 내 줘
V리그 반환점을 돌고 4라운드에 들어선 광주 페퍼저축은행 여자배구단 AI페퍼스가 ‘선수 부족’이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당면했다.
지난 29일 인천삼산월드에서 열린 흥국생명전은 아쉬움이 고스란히 나타난 경기였다.
AI페퍼스는 이날 선수 한 명이 작은 부상이라도 입으면 경험 적은 신인 선수들로 코트를 메워야 하는 등 ‘얇은 선수층’의 문제로 골머리를 썩혔다.
이날 AI페퍼스는 의도치 않게 센터 라인업에 변화를 줬다. 센터 하혜진이 피로 누적으로 왼쪽 발목 이상을 느껴 전선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다.
최근 AI페퍼스는 센터의 공격력을 높이기 위해 하혜진을 세터 이현 옆에 배치하는 변화를 시도했으나, 정작 하혜진이 빠지자 전략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최가은은 다시 이현 옆에 섰고, 경험이 적은 최민지와 신인 서채원이 번갈아 주전 센터를 맡았다.
설상가상으로 부상병은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
주장 이한비는 스트레스로 인한 소화기 장애와 허리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주포’ 엘리자벳은 2~3라운드 내내 오른쪽 팔꿈치 통증으로 테이프를 감고 다녔고, 이달 중순에는 무릎 통증에 시달려 경기에서 잠시 제외되기도 했다.
이현의 짐을 덜어줘야 하는 세터 구솔도 수비 훈련 중 허리 통증을 느끼고 전력에서 이탈했다. 재활 중인 박사랑이 틈틈이 출전해 녹슬지 않은 세트 실력을 보여주곤 있지만, 아직 발목 부상이 완전히 회복된 게 아니라 적극적인 플레이를 기대하긴 힘들다.
부족한 체력도 고질적인 문제다.
AI페퍼스는 이날 경기 초반부터 집중력을 끌어올려 서브부터 디그, 득점까지 이전보다 발전한 경기력을 선보였지만, 경기가 길어질수록 눈에 띄게 지친 모습을 보여줬다. 앞선 3개 세트에서는 모두 20점을 넘겼지만, 4세트부터 분위기가 바뀌었다. 체력 고갈로 동작이 느려져 무기력하게 실점하기를 반복한 끝에 13-25, 무려 12점차로 승리를 내주고 말았다.
AI페퍼스 주전은 모두 지난 시즌까지 다른 팀에서 백업 출전만 해 왔던 선수들이다. 출전 시간이 갑자기 늘어난데다 마땅히 교체할 전력도 없으니 주전 선수들의 몸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충분한 준비 과정이 없기도 했다. AI페퍼스는 신생팀 연고지를 확정한 지난 5월부터 시즌 개막까지 단 5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6개월 ‘장거리 레이스’를 버틸 체력을 기르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김형실 AI페퍼스 감독의 걱정도 크다. 김 감독은 매 경기에 앞서 “선수들이 피로가 쌓인데다 연패에 대한 강박관념까지 피부로 느끼면서 많이 지친 것 같다. 경기 중 컨디션의 50%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팀 상황을 설명한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부담을 털고 다시 신나는 배구를 할 수 있도록 힘을 쏟고 있다. 김 감독은 최근 선수들에게 휴식 시간을 충분히 주고자 한다. 30일에도 계획상 이틀 뒤 인삼공사전에 대비한 훈련이 예정돼 있었지만,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1일 휴식’을 줬다.
그는 또 박은서, 서채원, 박사랑 등 그동안 코트에 자주 오르지 못했던 신인들의 출전 시간을 늘릴 계획도 밝혔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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