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는 크게 두 시간대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1972년과 1992년, 세 사람의 등대지기와 그 아내들, 연인의 이야기가 중심 줄거리다. 과거 시간대에서는 등대 안 남자들이 저마다 등대에 대한 생각과 과거, 동료에 대한 감정을 펼쳐 보인다.
현재의 시간대에서는 과거의 상실을 극복하지 못한 여자들이 그동안 꺼내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털어놓으며 진행된다. 한 사건을 매개로 여러 사람이 입을 통해 말하게 함으로써 책을 읽는 독자들의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간다.
바다 위 타워 등대에서 세 사람의 증발 사건을 모티브를 서사화한 장편 ‘등대지기들’은 역동성과 현장감이 뛰어나다. 책은 2019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최고 화제작으로 소개돼 지금까지 28개국에 판권이 팔렸다. 저자는 영국 출신 에마 스토넥스로, 그녀는 이번 소설에서 ‘문학적 감수성과 장르적 쾌감이 절묘하게 혼재된 놀라운 데뷔작’이라는 평을 받은 바 있다.
언급한대로 이번 작품은 1900년 영국 앨런모어섬에서 세 명의 등대지기가 사라진 실제 사건이 모티브가 됐다. 고립된 인간에게 찾아오는 낯설고도 친밀한 감정을 섬세하게 풀어냈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1970년대 등대 생활은 전염병 확산으로 거리를 두는 상황이 현재와 많이 닮아 있다. 지금의 코로나 확산으로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소설의 전편에 흐르는 주제의식은 ‘어두운 곳에 빛을 던져야 한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이들이 슬픔과 원망을 딛고 희망을 밝힐 거라는 실마리는 미스터리를 의미 있는 이야기로 전이시킨다. <다산책방·1만6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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