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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천기자

라디오 키즈의 탄생-김동광 지음

by 광주일보 2021.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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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와 함께 했던 그때 그 시절 추억 소환

다음은 어떤 사물을 말하는 것일까? 현대사의 굴곡 속에서 민초들의 사랑을 받았다. 한때 대중매체 가운데 왕좌를 차지했다. 바로 라디오다. 비록 지금은 TV나 유튜브, 유선 방송 등 다양한 매체에 밀려났지만 여전히 라디오를 애청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라디오는 8·15 해방, 미군정, 한국전쟁, 박정희 군사정권 등 현대사 격랑을 거치며 사회문화적 지위를 확보했다. 박정희는 군사 쿠데타로 실권을 장악하면서 라디오의 영향력을 절감했다. 군사정부 정당성을 비롯해 반공주의를 확산하는 데는 라디오만한 매체가 없었다. 당시 ‘농어촌 라디오 보내기 운동’이 펼쳐졌던 것은 그러한 이유다.

라디오가 처음 등장한 무렵은 세계 1, 2차 대전이 벌어지던 시기였다. 공보수단으로 라디오의 영향력은 절대적이었다.

물론 라디오의 파급력이 예전만 못하다 해서 라디오의 시대가 끝난 것은 아니다. 여전히 사람들은 라디오를 통해 문화를 접한다. 아날로그 감성의 매력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라디오 키즈의 탄생’은 라디오를 매개로 사회문화사를 조명한 책이다. 저자는 고려대 과학기술연구소 연구원으로 ‘그림으로 보는 시간의 역사’를 펴낸 김동광 박사다. 그는 지난 시절 라디오와 함께 겪었던 추억과 기억을 소환한다.

저자는 라디오가 개발 독재의 도구로만 사용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전쟁으로 국토가 황폐화되고 삶은 피폐했지만 민초들은 라디오에 귀를 기울였다. 더러는 “‘노란샤쓰의 사나이’를 따라부르고 ‘청실홍실’이나 ‘하숙생’ 같은” 드라마를 들으면서 현실의 고달픔을 달랬다.

금성사 A-501 라디오

저자에 따르면 국산 최초 라디오는 ‘금성사 A-501’다. 1호가 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1959년 이승만 정부는 선거를 목전에 두고 국산 라디오 생산이라는 업적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싶었다. ‘대한 늬우스’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했던 것은 그런 일환이다. 이어 등장한 박정희에게 라디오는 정권의 정당성을 견인할 도구였다.

그러나 김수영 시인은 여러 작품에서 정부의 통제를 비판했다. 그의 비판은 “불온성 자체가 문화의 본질”이라는 믿음에서 비롯됐다. 1968년 2월 27일 ‘조선일보’에 쓴 ‘실험적인 문학과 정치적 자유’라는 글에서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본인은 ‘모든 전위문학은 불온’하고 ‘모든 살아 있는 문하는 본질적으로 불온한 것’이라고 말하면서 그 이유로서 ‘그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문화의 본질이 꿈을 추구하는 것이고 불가능을 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명확하게 문화의 본질로서의 불온성을 밝혀두었는 데도 불구하고….”

그러나 신동엽은 적극적으로 라디오를 받아들였다. 그는 1967년 동양라디오에서 ‘내 마음 끝까지’라는 코너를 진행했다. ‘껍데기는 가라’의 참여시인 신동엽이 라디오 코너를 진행했다는 것은 의외의 일이다.

이러한 사례들은 당대 지식인들이 새 매체인 라디오에 대해 취했던 태도가 상이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라디오를 통해 시대의 문제점과 아울러 깊은 성찰, 대중과의 공감 등을 나눴다는 방증이다.

한편으로 라디오의 전성시대였던 60년대와 70년대는 라디오 자작(自作) 문화가 성행했다. 당시 세대들에게는 중요한 집단적 경험으로 작용했는데 공통의 문화적 체험은 동질성을 확인하는 기제였다.

저자는 “‘응답하라 00’와 같은 드라마가 인기를 누렸던 것도 당시 인기 있던 전자제품, 영화, 노래 등 깨알같은 디테일을 구현해서 같은 세대의 사람들에게 큰 공감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다시 말해 금성사 A-50 라디오, 이후 규격화된 전자 키트로 변환된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자작 문화는 동시대 문화와 베이비붐 세대의 정체성 형성에 기여했다는 의미다. 그렇듯 라디오는 그 시대의 기억과 함께했던 가장 감성적인 매체였다. 라디오 시대는 끝나지 않았다.

<궁리·1만5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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