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 비위 재판서 드러난 광주 법조계의 민낯
경찰이 ‘청탁수사’에 변호사 알선, 수수료 챙기기 오랜 관행
변호사, 전문 브로커 고용해 수익 나누고 재판 불성실 참여도
‘사건 알선 커미션’, ‘청탁수사’, ‘사건기록 열람·복사 제한’ 등.
최근 광주지법에서 진행중인 광주경찰청 소속 경찰관의 비위 의혹과 관련된 재판은 검·경 수사과정에서의 구태, 관행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건 소개하고 소개비 받는 경찰 관행=광주경찰청 소속 경찰이 받고 있는 혐의는 경찰인지, 브로커인지 의심이 들 정도다. A(50) 경위는 동료 경찰관이나 지인에게 수사 진행 상황을 유출하고 자신이 수사했던 피고인에게 변호사를 알선하는가 하면, 압수수색 영장 발부 사실과 집행 시기를 대상 업체측에 미리 알려주고 정작 압수수색나가서는 할 게 없다며 집행을 하지 않고 돌아가기도 했다는 게 검찰 공소사실이다.
9일 광주지법 형사 6단독 윤봉학 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는 A 경위와 함께 근무했던 전직 경찰 B씨도 피고인석에 섰다.
지난 2008년 퇴직한 B씨는 민사사건을 형사사건으로 엮으면 쉽게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며 후배인 A 경위에게 청탁, 수사를 하도록 하겠다며 수사 경비 명목으로 1억원을 받은 혐의다.
A 경위는 B씨를 통해 알게된 정보를 사건화하는 과정에서 수사 기밀을 흘려주는가 하면, 누군가에게 불리한 내용을 조서에 기재하지 않았다고도 알려줬다는 게 검찰 수사 내용이다. 양측이 검찰의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만큼 향후 법정에서의 증인 진술 등을 토대로 재판부가 판단할 것으로 보이지만 무성하기만 했던 청탁수사, 정보 유출, 사건 알선 등이 공개 재판에 올라왔다는 점에서 전면적 수사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신이 맡는 사건 피의자 등에게 ‘실력 좋은 변호사이니 형량을 줄여 줄 것’이라며 아는 변호사를 소개하고 소개비 명목으로 20%의 수수료를 받는 게 오랜 관행처럼 굳어져 있다는 경찰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공공연한 얘기다.
광주지역 모 경찰서 경찰은 “지능수사팀, 경제팀 등 수사 경찰들의 경우 피의자들이나 피해자들에게 자신이 잘 아는 변호사를 소개해주고 리베이트를 받는 게 관행처럼 유지되고 있다”면서 “예전엔 변호를 맡은 의뢰인 사건을 경찰 수사 전부터 알고 있는 수사관을 통해 인지 수사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영업(?) 능력 갖춘 변호사 사무장 고용, 왜=전 변호사 사무장 C씨도 평소 친분이 있는 A 경위에게 수임 사건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는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현행 변호사법(34조)은 법조인은 물론 비법조인도 대가를 조건으로 내걸고 의뢰인을 특정 변호사나 사무직원에게 소개나 알선, 유인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달라진 법조계 실상도 무시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최근 검찰·법원 사건은 비슷한 수준인데,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진입으로 변호사 수는 늘면서 변호사 1인당 사건 수는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광주지방변호사회의 경우 지난 2019년부터 올해까지 120명이 넘는 변호사가 새로 개업해 현재 442명이 회원으로 등록한 상태다. 변호사가 꾸준히 늘면서 사건 선임 경쟁이 치열해지는데다, 변호사 양극화 현상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변호사 업계의 선임료는 심리적 지지선인 330만원은 커녕, 220만원도 깨진 지 오래로, 건물 임대료와 월급 주기도 빠듯한 변호사들의 경우 외근 사무장을 구하는 경우도 생길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브로커들이 특정 사건을 변호사에게 소개해주고 받는 몫은 선임료의 보통 30% 정도라고 한다. 1억원의 선임료를 변호사가 사건 의뢰인으로부터 받았다고 하면 이 중 3000만 원은 브로커가 챙기는 구조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사무실 운영비용과 세금 등을 감안하면 변호사는 브로커보다도 못한 수익을 챙기게 된다.
◇사건 기록·열람도 못하고 재판 받아서야=검찰의 사건 기록 열람·복사는 피고인들의 변호를 맡는 변호인들이 재판 전, 가장 먼저 확보해야 하는 자료다.
광주지법에서 열린 최근 주요한 형사 사건의 경우 피고인들의 사건 기록 열람·복사가 제때 이뤄지지 못하면서 재판 진행 차질로도 이어졌다. 지난달 11일 광주지법 형사 6단독 재판에서는 A 경위 재판에 쓸 증거와 관련, 변호인이 제대로 검토하지 못하면서 재판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첫 재판이 열릴 때까지 의뢰인 사건 기록조차 꼼꼼히 들여다보지 못하고 재판에 참석하다 보니 방어권을 위한 입장을 제대로 밝힐 수 없다는 게 변호인들 주장이다. 변호를 위한 시간이 부족하니 재판을 늦춰달라는 요구도 잇따르는 형편이다.
광주지검의 기록열람·복사실이 비좁은 데다, 복사·열람할 사건 서류가 많아 제때 신속하게 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예약제로 신청을 받아 운영하고 있지만 복사 기계가 많지 않고 개인정보 등이 노출되는지를 확인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게 지역 변호사들 이야기다.
광주지방변호사회는 최근 이같은 점과 관련, 광주지검과 협의해 자동복사를 가능하게 하는 한편, 열람·복사실 공간을 확대하는 방안도 내년까지 강구키로 했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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