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투자 사기 등 피해 잇따라
광주지법 법정에서는 매일 수백 건의 형사 재판이 열린다. 취업·투자 사기, 보이스피싱 등 각종 사기 범죄는 가장 빈번히 열리는 형사 재판이기도 하다. 재판과 판결을 들여다보면 사기꾼들 전략과 수법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지만 비슷한 속임수에 계속 넘어가는 피해자들은 끊이질 않는다.
◇전문가라 믿었더니…=A씨는 자신을 해외 선물투자 전문가라고 소개했다. 이 분야 최고수로 인정을 받아 증권회사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거나 명문대를 졸업한 삼촌에게 투자회사를 설립하자는 제안을 받기도 했다는 점을 자랑스럽게 흘렸다. 또 여태껏 10억 이상을 벌어 주변에 인심도 많이 썼다며 상대방에게 신뢰감을 줬다. 피해자는 이 말에 속아 6억2000여만원을 건넸다.
광주지법 형사 10단독 김용민 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A씨는 돈을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는데도 피해자를 속여 고액을 가로챘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스승 아들이 속일까 했는데…=‘아는 사람’ 영역에 들어온 인물을 잘 의심하지 않는 경우도 피해를 키운다.. B씨는 초등학교 교사였던 아버지 제자 C씨에게 “조상님이 화가 나 있어 가정 운이 좋지 않다”, “기도를 드리지 않으면 남편, 자식 모두 죽는다”며 불행을 예고하고 기도비 명목으로 돈을 받아 챙기기 시작했다. B씨 어머니에게 자식이 신통력이 있다는 말을 오래 전부터 들어왔던 C씨는 2008년부터 2017년까지 37차례에 걸쳐 2억7400만원을 기도비 명목으로 전했다. 법원이 인정한 피해액만 이 정도로, 검찰은 애초 B씨가 9억3000만원을 받아 챙겼다고 기소했었다. B씨도 4억 가량 받았다고 인정했다.
중국에서 중의학 등을 공부하며 도를 깨우쳤다는 게 B씨 주장. 재판부는 일정 기간 중국에 머물렀을 뿐 신통력이나 예지력을 갖고 있다고 인정할 자료가 없다고 봤다. 신당이나 유사한 공간에서 무속행위를 했다고 볼 만한 증거도 전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B씨는 하지만 C씨에게 “자식이 죽는다, 귀신이 들릴 것이다”며 온갖 불행한 일을 예고했고 막기 위해 기도가 필요하다며 돈을 요구했다. C씨가 의심하면 더 강하게 불행을 예고했고 궁지로 몰았다. 매일 기도를 드리고 굿을 하고 천도제를 두 달 내내 지냈다는 B씨 주장과 달리 날짜, 장소, 방식, 소요 경비 등에 대한 설명을 재판부에 전혀 하지 못했다. B씨는 이 돈으로 30회 이상 미국·오스트레일리아·이집트 등으로 해외 여행을 다닌 것으로 재판부는 판단했다. 광주지법 형사 12부(부장판사 노재호)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B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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