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소련 한글학교에 핀 ‘광주 온정’ 30년
광주일보 학교 설립 기금모금 전개
당시 사진·신문·교재 등 30여점 전시
언어는 민족의 정체성과 본질을 규정하는 핵심 요인이다. ‘언어에는 민족 고유의 지문이 있다’는 표현은 그만큼 말과 글이 지닌 역사성, 보편성, 생명력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한글에는 우리 민족 고유의 정서와 정신이 투영돼 있다. 오늘날 세계에서 인정받는 ‘K문화’의 토대에는 한글을 토대로 한 콘텐츠가 자리 잡고 있다. 앞으로도 한글을 모티브로 하거나 한글로 쓰여질 콘텐츠는 무궁무진할 것이다.
옛 소련의 6개 고려인 집성촌에 세운 광주한글학교가 개교 30주년을 맞았다. 지난 1991년 광주전남지역 개인과 단체가 현지에 건립한 사실상 국내 최초 민간한글학교다. 당시 광주일보는 학교 설립을 위한 기금 모금 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기도 했다.
광주한글학교 개교 30주년을 맞아 뜻깊은 기획전이 열려 ‘눈길’을 끈다.
월곡고려인문화관(관장 김병학·광주시 광산구 산정공원로50번길 29)은 광주한글학교 개교 30주년 기획전을 2022년 4월 30일까지 개최한다.
이에 앞서 지난 2일 고려인문화관에서는 개교 30돌을 기념하는 행사가 조촐하게 열렸다. 이 자리에는 김삼호 광산구청장을 비롯해 이영훈 광산군의회 의장, 당시 사업을 총괄 추진했던 김중채 통일원 광주북학관 관장(광주 향교 전교), 박용수 고려인동행위원회 위원장(한신대 초빙교수), 김병학 고려인문화관 관장, 월곡동 거주 고려인 등 모두 40여 명이 참석했다.
김삼호 구청장은 “당시 고려인 모국어 교육과 계몽을 위해 광주가 앞장서 진행했다는 것은 대단히 뜻 깊은 일”이라며 “현지에서 한글을 가르친 교사들의 노고는 기억해야 할 소중한 가치 ”라고 말했다.
당시 한글학교 태동은 전남대 임채완 교수의 창의로 시작됐다. 특히 광주일보가 주도적으로 학교 설립을 위한 기금 운동을 전개해 화제가 됐다. 특히 광주일보는 ‘창사 39주년 기념사업 타슈겐트 광주한글학교 개교’(1992년 1월 17일자)라는 타이틀로 기사를 게재했다. 당시 ‘타슈켄트에 ‘한글 선생님’ 간다’라는 기사에는 타슈겐트로 떠나는 ‘한글 선생님’들에 대한 이야기가 소개돼 있다.
개교 첫해는 현지 고려인을 채용해 건물 수리와 학교 운영을 해왔다. 그러다 1992년 초부터는 광주에서 한글학교 교사가 파견됐다. 1~3월에 임채희·김수진·전현숙·허선행·이강희 교사가 우즈베키스탄으로 3~6월에는 장원창·장경미·김병학 교사가 카자흐스탄으로 떠났다. 9월에는 한민숙·조영옥 교사가 러시아로 떠났다.
파견 교사들은 대부분 갓 대학을 졸업한 새파란 청년들이었다. 이들은 자원하여 소련으로 그렇게 건너갔다. 말로만 듣던 고려인들과 만났고 모국어에 목말라하던 이들과 조상의 언어로 소통을 했다.
전시장에는 당시 한글학교 모습과 운영현황을 보여주는 사진, 신문, 학교 회계장부 등 30여 점이 전시돼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교재, 관련 서적들이다. ‘재외국민용(러시아판) 한국어’, ‘재미있다 한국어’, ‘한국어(초급)’ 등 소련에서 초기에 사용된 한국어 교재들은 이역만리 타국에서 모국어를 그리워했을 고려인들의 마음이 담겨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후 타슈켄트한글학교를 제외한 다른 학교들은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굳건히 모국어교육의 사명을 담당했다. 그러나 교육 여건과 상황이 변해 부득불 1995~1998년 사이에 문을 닫았다. 현재 타슈켄트한글학교는 첫 파견교사였던 허선행 교장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옛 소련에서 가장 훌륭한 한글학교로 발돋움했다. 타슈켄트한글학교는 1995년 교명과 체제를 타슈켄트세종한글학교로, 2011년에 세종학당으로 바꾸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첫 파견교사였던 김병학 고려인문화관 관장은 “정부도 아닌 우리 지역의 민간인들이 이루어낸 이같은 뜻깊은 일은 우리나라 교육사 및 고려인 교육사에 획기적인 일로 남아 있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글·사진=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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