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 영상 유포 충격…공동망 사용에 한 집 뚫리면 연쇄 해킹 우려
전국 700여 아파트 명단 떠돌아…광주·전남지역 10여 곳도 포함
시민 문의 급증…렌즈 가리고 비밀번호 설정·인터넷망 분리 나서
“아파트 이름이 적힌 리스트가 떠도니 불안할 수 밖에 없죠.”
광주시 북구 각화동 940여세대 규모의 아파트 관리사무소장 A씨는 최근 ‘월패드’ 해킹 여부를 문의하는 입주민 전화에 대응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월패드(wallpad·가정용 주택 관리용 단말기) 해킹 피해를 입은 국내 700여 아파트 명단에 이름이 올라온 뒤부터다.
A씨는 “월패드 제조사에 문의해 해킹된 정황이 없으니 안심하라는 얘기를 듣고 입주민분들께 전달했는데 불안해하는 입주민들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아파트에 설치된 월패드를 해킹, 불법으로 녹화한 영상이 유출돼 거래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지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월패드는 집안 벽면에 부착된 단말기로 방문객이 호출을 하거나, 집안 냉·난방 환기 등을 조절할 수 있는 장치다.
방문객이 호출하거나 다른 세대와 통화를 할 경우 월패드에 달린 카메라로 내부가 비춰지게 된다. 해커가 이 내부 카메라를 해킹, 입주민들의 사생활 촬영 영상을 유포했다는 의혹이 인터넷에 떠돌면서 정부도 경찰과 공조, 공식 수사에 나선 상황이다.
2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따르면 최근 인터넷 카페 등을 중심으로 해킹된 것으로 알려진 전국 아파트 700여 곳의 명단이 떠돌고 있다. 특히 해커들이 해킹했다는 700여개 아파트에 광주·전남 아파트도 10여 곳이 포함된 리스트가 떠돌고 있는데다, 과학기술부에 도 광주·전남 아파트의 해킹 피해 관련 신고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리사무소에 해당 사실 여부를 문의하는 입주민들이 급증하고 있다.
당장,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아파트 관리사무소에는 사실 여부를 묻는 입주민들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여기에 한 외국 웹사이트에 국내 아파트 내부가 촬영된 동영상까지 올라오면서 주민들 불안감은 더욱 커지는 형편이다.
광주시 광산구 도산동에 사는 B(40)씨는 “내가 사는 아파트가 해킹 명단에 올라와 깜짝 놀랐다”면서 “부랴부랴 월패드 카메라를 가리고 비밀번호를 설정했는데, 가족들 일상사가 유출된 건 아닐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일단, 리스트에 포함된 광주 10개 아파트 관리사무소측은 해킹되지 않았다는 제조사 답변을 받아 주민들에게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 등도 피해를 막기 위한 예방 대책 등을 안내하는 한편, 해킹된 정황이 드러난 공동주택 명단을 입수해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우선 월패드를 이용하지 않을 경우 카메라 렌즈를 가려둘 것과 비밀번호를 설정할 것을 권고했다. 과기부는 또 국내 공동주택 월패드 보안성을 높이기 위한 가구별 인터넷망 분리 등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나섰다.
경찰도 조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한국인터넷진흥원의 수사 의뢰를 받고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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