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일 지음
정수일 한국문명교류연구소 소장은 세계문명의 현장을 누비며 자신만의 시각으로 문명사(史)를 집필해왔다. 실크로드학 연구성과를 집대성한 ‘실크로드 사전’으로 한국출판문화상을 받았고 역주서 ‘이븐 바투타 여행기’로 한국백상출판문화상을 수상하는 등 그의 저작은 믿고 읽는 이들이 많다.
학문이란 이론과 실천의 결합이어야하고, 그 결실은 문헌에 의한 이론 저술과 실천에 의한 허실(虛實) 검증으로 나타난다고 생각하는 그는 인류문명의 통로인 ‘환(環)지구적’ 실크로드를 따라 종횡 세계일주를 수행했다. 문명탐사의 결과물은 2006년부터 2019년까지 ‘초원 실크로드를 가다’, ‘문명의 요람 아프리카를 가다’ 등 14년간 7권의 지역별 현장 답사실록으로 묶여나왔다.
문명교류학 연구자 정수일이 이번에는 흔히 ‘선진문명의 대명사’로 꼽히는 ‘유럽’ 탐사에 나서 ‘문명의 모자이크 유럽을 가다-1 북유럽’을 펴냈다. 그는 책의 서문에서 어느 순간 ‘중심문명’으로 둔갑한, ‘유럽문명의 민낯 드러내기’를 책의 화두로 감히 잡아 본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숱하게 출판된 여느 유럽 관련 책들과는 ‘다른 시각’의 글임을 예감할 수 있다.
여든이 넘은 그는 지난 2017년 북유럽 덴마크에서 출발, 시곗바늘 방향으로 동유럽과 중유럽 서유럽의 15개국을 돌아보는 48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라틴아메라카와 아프리카를 답사할 때 들렀던 남유럽을 제외하고 유럽 전역을 돌아보는 일정이었다.
30여개 문명을 탄생시킨 인류의 5~6000년 문명사에서 보면 유럽 문명은 가장 후발한 문명으로 그 역사는 고작 1500여년밖에 안된다. 이런 후발 문명지 유럽을 굳이 이 시점에서 답사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여러가지 가림색으로 켜켜이 덧칠해져 진위와 허실이 뒤범벅이 된 유럽 문명의 민낯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보려는 시도”라고 말한다. 또 “세계문명의 다종다양한 조각들이 상이한 계기를 타고 유입돼 마침내 전래의 토착문명과 더불어 시공을 초월한 모자이크식 융합문명으로서 유럽문명을 일궈낸 문명교류사의 시말을 추적해 그 본연(本然)을 밝히고 싶다”고 덧붙였다.
책은 ‘비크족의 잃어버린 위용을 되찾다:덴마크’, ‘자연의 변화를 순치하는 지혜:노르웨이’, ‘청렴복지 사회를 향한 중단 없는 개혁:스웨덴’, ‘창의적 중립외교로 개척해온 강소국의 여정:핀란드’ 등 4부로 구성돼 있다.
저자는 북유럽을 상징하는 이미지 중 하나로 과대평가된 ‘바이킹’등 묻히거나 왜곡된 역사에 새로운 시각을 부여하며 다채로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단국대 사학과 교수로 재직중 국가보안법위반 혐의로 5년간 복역하는 등 분단 한반도 지식인으로 치열한 삶을 살았던 그는 특히 북유럽 답사에서 복지사회와 평화국가로의 길을 찾는다.
시리즈로 기획된 책은 앞으로 동유럽, 중유럽, 서유럽 편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창비·2만8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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