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여상 출신 수비 전문 11년 간 실업팀에서 실력 쌓아
금발머리 블루블랙으로 바꿔 라운드별 새 각오로 팀에 활력
고향팀 팬 응원 많이 받아 힘들고 지칠때마다 큰 힘
AI페퍼스 리베로 문슬기(29)가 ‘변신’했다.
1라운드에서 금발 머리를 질끈 묶고 코트를 누볐던 문슬기는 2라운드에서는 푸른 빛이 감도는 블루블랙 색상으로 염색해 눈길을 끌었다.
“라운드별로 머리 색깔을 바꿀 생각”이라고 말하는 문슬기. 여기에는 매 라운드마다 새로운 각오로 경기에 나서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목포 하당초, 목포영화중, 목포여상을 졸업한 문슬기는 광주·전남 ‘고향 팀’ AI페퍼스에서 뛰는 하루하루가 매일 새롭다.
그는 “광주·전남 배구팬들의 응원을 많이 받는다. 늘 고맙고, 지칠 때마다 열심히 하게 되는 큰 힘이 된다”고 고마워했다.
문슬기는 팀 내 유일한 리베로로서 수비의 중심 역할을 맡고 있다. 레프트 김세인이 ‘서베로’(원포인트 서버이자 리베로)로서 힘을 보태주고 있지만, 중요한 수비 상황에서는 어김없이 코트에 올라 촘촘한 그물을 펼친다.
페퍼스가 현재까지 치른 전경기(8경기)에 출전해 리시브 효율 26.47%, 디그 성공률 78.65%를 기록했다. 아직 높은 수치는 아니지만, 차츰 프로 리그에 적응해가며 서서히 기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최근 경기에서는 민첩한 공격 커버로 전위 선수들의 부담을 크게 줄여주고 있다. 공격수들의 볼이 볼로킹에 막혀 우리 코트로 떨어질 때 어김없이 문슬기가 걷어 올린다.
“최대한 부담을 떨쳐내고 경기하려고 해요. 팀원 모두 최선을 다해 열심히, 재밌게 하려고 노력해요. 팀원들이 저를 믿고 편하게 경기할 수 있도록, 든든한 수비의 중심점이 되는 게 목표예요. 또 공격 커버도 더 연마해서 안정적으로 경기를 이끌어가고 싶습니다.”
문슬기는 지난 11년 동안 실업팀에서 실력을 쌓은 리베로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양산시청, 포항시체육회, 수원시청 등에서 뛰었다. 김형실 AI페퍼스 감독은 수원시청에서 뛰는 문슬기의 활약을 보고 직접 스카우트를 제의했다.
11년 전 ‘실력이 부족하다’며 스스로 프로 드래프트에 참가하지 않았던 문슬기. 하지만 실업에서 뛰면서 2019년 종합선수권대회 리베로 상, 2021년 한국실업배구연맹전 리베로 상을 수상하는 등 실력을 입증했다.
문슬기는 “프로 리그가 확실히 경기력에서 더 ‘단단’하고, 외국인 용병도 있어서 더 많은 체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시즌이 길어서 부상에 더욱 조심해야 할 것 같다”며 “그래도 코트 안에서는 똑같다. 차이를 생각하기 보다 어떻게 동료들과 같이 즐길 수 있고, 맞출 수 있는가를 생각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사실 문슬기는 어깨가 무겁다. 29세로 팀 내 ‘맏언니’이자 11년 경력 선배인 만큼 후배들을 이끌어야 하는 부담감이자 책임감 때문이다.
김 감독도 1라운드에서 “(문)슬기가 실수를 두려워하고, 후배들 눈치를 보는 것 같다. 기량에 비해 위축된 모습이다”며 자신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2라운드에서 문슬기는 더 강하고, 단단해졌다. 문슬기는 “처음엔 저 혼자서 힘든 것을 감당하고, 스스로 해결해 보려고 고집을 부렸다”며 “(이)한비나 (하)혜진이가 옆에서 좋은 말도 많이 해주고, 응원해줘서 자신감이 생겼다. 따뜻한 팀원들 덕분에 편하게 경기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다음 GS칼텍스와 경기도 기대해 주세요. 팀을 받쳐주는 역할 잘 해서 기대 이상의 경기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많은 준비를 할 테니까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많은 응원 보내주시는 팬들에게 항상 감사합니다.”
한편 AI페퍼스는 19일 오후 7시 서울장충체육관에서 GS칼텍스와 맞붙는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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