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동 ‘동명이인’] 갤러리·예술교육 공간 … 주민과 밀착
[계림동 ‘시점’] 갤러리·카페 결합…젊은 작가 기획전
[계림동‘치른시빌(7=11)’] 쌀집 리모델링…다양한 아트클래스 진행
요즘 광주의 구도심을 걷다보면 아기자기한 작은 문화공간들이 눈에 띈다. 오래된 가게를 고치고, 누군가 삶의 흔적이 담긴 가정집에 새 바람을 불어넣어 소박하게 꾸민 공간들에선 무슨 재미있는 일이 일어날 것같다. 최근 동명동, 계림동 등 구 도심의 작은 복합문화공간들이 알찬 활동을 펼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광주시 동명동 골목길에서 만난 ‘동명이인’(동명동 207-46)도 그런 곳 중 하나다. 지난해 문을 연 ‘동명이인’은 문화기획자이자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함께 크는 나무 협동조합’ 추현경 이사장이 문을 연 공간이다. ‘동명동의 다른 사람들’이라는 뜻을 가진 이름은 각자의 고유성과 다름을 인정하는 공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지었다.
양옥집을 개조한 1층은 갤러리 겸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공간으로, 2층은 협동조합 사무실로 활용중이다. ‘동명이인’에서는 지금까지 서양화가 박은수 작가의 개인전과 김명신·김정삼·안미현·추현경 작가가 함께 한 ‘틔움’전 등이 열렸으며 조각가 조광석 개인전이 곧 열릴 예정이다.
‘동명이인’이 지역주민과 밀착된 공간이라는 것은 올해 진행한 ‘삶이 깃든, 문화가 물든 든든한 골목 드로잉’ 프로젝트가 잘 보여준다. 동명동 도시재생뉴딜사업 세대 공감 프로그램으로 진행횐 기획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동네주민들과 새싹 어린이집 원생, 인근 전남여고 학생들이 참여해 오랜시간 골목에 깃든 사람들의 삶의 흔적과 추억과 시간들을 담아냈다. 결과물은 ‘동명이인’을 비롯해 동구청, 전남여고 갤러리에서 함께 열렸다.
이곳에서는 앞으로 청년들이 동명동을 바라보는 시선을 담은 아카이빙 전시도 열릴 예정이다.
추현경 대표는 “마을에 살고 계신 분들이 자연스럽게 예술과 친해질 수 있는 문화예술복합공간 역할을 하고 싶다”며 “다양한 전시와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과 작가들이 편하게 만나는 통로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광주시 동구가 추진하는 ‘빈집 청년창업 채움 프로젝트’는 계림동 일대 빈집이나 빈 점포를 활용해 청년창업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금까지 10호점까지 문을 열었는데, ‘문화’에 방점을 둔 두 공간이 눈에 띈다.
금수장 호텔 뒤 푸른길 인근에 문을 연 ‘시점’(무등로307번길 14-1)은 SNS 등을 통해 젊은이들 사이에서 핫한 장소로 자리잡았다. 음식점 등 누군가의 생활터전이었다 오랫동안 비어 있는 가게를 리모델링한 ‘시점’은 지난해 12월 문을 열었다. ‘시점’이란 이름에는 서로 다른 시선, 다양한 시선을 담아보자는 의미가 담겼다.
20대 청년 6명이 창업한 ‘시점’은 갤러리와 카페가 결합된 공간이다. 1층과 2층 작은 갤러리에서는 광주 뿐 아니라 전국에서 활동하는 젊은 작가를 초청해 매달 기획전을 열고 있다. 낡은 나무계단을 올라가 만나는 2층 카페는 오래된 주택 느낌이 살아있다.
리모델링 과정에서 가벽을 뜯어보니 세월의 흔적이 담긴 천정이 나타났고 그 느낌을 ‘그대로’ 살려 인테리어를 했다. 화이트룸이라 명명한 1층 전시장이 전형적인 느낌이라면, 검은 장막을 열고 들어가는 아주 작은 블랙룸은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흥미로운 공간이다.
바로 옆에 지난 7월 문을 연 ‘치른시빌(7=11)’(무등로307번길 10-4)은 쌀집을 리모델링한 곳으로 아트클래스, 아트상품 제작, 작가협업 문화예술 기획 등의 활동을 하는 로컬 브랜드이자 공간이름이다. 청년예술가들의 지속가능한 삶을 고민하며 작가들의 작품을 활용한 다양한 상품을 제작·판매하고 있다. 특히 색연필화, 백드롭 페인팅, 마블링 아트, 액션 페인팅 등 매달 열리는 다양한 아트 클래스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광주극장 옆 골목길엔 최근 작은 문화공간들이 들어서고 있다. 동네 서점 ‘소년의 서’를 비롯해 문화공간 ‘산수싸리’가 문을 연 데 이어 지난 여름부터 대안예술공간 DDF(광주 동구 충장로 46번길 8-17)가 활동을 시작했다.
‘소년의 서’가 현재의 위치로 이사하기 전 자리했던 곳에 문을 연 ‘DDF(Deep Dark Fantasy)’는 사진 작업을 하는 윤태준·김도영·정한결 작가와 최하얀 큐레이터가 운영위원으로 참여해 함께 꾸려가는 공간이다.
새로운 감각의 대안공간을 지향하는 ‘DDF’는 협소한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 정통 화이트 갤러리가 갖고 있는 전시 구성과 색다른 시선으로 전시를 기획한다. 공간 전체가 외부에서 훤히 들여다보이는 점을 이용해 쇼윈도 같은 느낌으로 전시 레이아웃을 진행하는 등 자유로운 실험을 하고 있다.
지난 9월 열린 하승완 작가 초대전은 윈도우 갤러리 형식으로 작품을 배치, 한밤중에도 불을 밝혀 24시간 내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해 색다른 느낌을 줬다. 최근 열린 박준영 드로잉 작품전은 드로잉이 갖고 있는 자연스러움을 살리는 식으로 작품을 배치했다.
얼마 전부터는 ‘DDF’ 바로 앞 담벼락에 작은 전시공간(가칭 캐비닛)도 생겼다. 동구청이 주관하는 사업을 함께 하는 ‘산수싸리’와 공동 운영하는 곳으로 소박한 벽화를 꾸미고 바로 옆에 3~4점을 걸 수 있는 미니 전시공간을 만들었다. DDF와 연계해 재미난 구상을 하기 적합한 공간이다.
최하얀 큐레이터는 “DDF는 기존 갤러리 형식인 화이트 큐브보다는 다채로운 기획을 할 수 있는 공간”이라며 “캐비닛 공간도 작가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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