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9년 신전마을 ‘손가락 총’ 사건 다룬 ‘잊을 수 없는 과거’
공연 위해 7월 ‘극단 1949’ 창단…2년 전 동명소설책도 펴내
순천 초등학생들이 여순사건을 주제로 창작한 연극을 무대에 올렸다.
순천시 별량면 송산초등학교 5~6학년 학생들은 최근 순천만생태문화교육원 공연장에서 연극 ‘잊을 수 없는 과거’를 공연했다.
연극을 기획한 이만옥 교사는 “올해는 여순사건 특별법이 제정된 특별한 해다. 직접 대본도 짜보고, 무대에서 관객과 소통하면서 아이들에게 깊이 있는 역사 교육을 전해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연극은 이른바 ‘손가락 총’ 사건으로도 알려진 신전마을 학살 사건을 그렸다.
1949년 순천 낙안면 신전마을 사람들은 갑자기 들이닥친 빨치산 무장대로부터 문홍주(당시 14세)군의 치료를 부탁받았다. 마을 사람들은 문군을 재워 주고, 밥과 빨래도 해주고 정성으로 보살폈다.
문군은 이후 이웃마을에서 동네 아이들과 말다툼에 휘말렸다 ‘우리 무리를 데려와 혼내주겠다’고 실언한다. 이를 지켜보던 면서기가 문군을 경찰에 고발했고, 경찰은 마을 사람들을 집결시킨 뒤 문군에게 자신을 도와준 이를 ‘손가락 총’으로 지목하게 했다. 지목당한 마을 주민 22명은 빨치산 혐의자로 분류돼 모진 고문을 당하고 총살당했다.
이 교사는 “문홍주 또한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일 뿐이었고, 마을 사람들도 시대의 문제에 휘말린 피해자였다는 이야기를 부각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연극은 지난 2019년 이 교사의 지도 아래 집필한 소설책 ‘잊을 수 없는 과거’를 바탕으로 줄거리를 짰다. 당시 학생들은 5개 소설 작품을 쓰고 순천시·풀뿌리교육자치지원센터 등 지원을 받아 책으로 펴냈다.
“2019년 당시 신전마을 유가족 분이 학교에서 근무를 한 적이 있어요. 그 때 신전마을 사건 전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죠. 이후 학생들과 마을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눴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겠다고 학생들과 다짐했어요.”
송산초 학생들은 이번 공연을 위해 지난 7월 ‘극단 1949’를 만들었다. 신전마을 사건이 일어난 해인 1949년을 상징하는 이름으로, 학생들이 토의를 거쳐 직접 선정했다. 이후 4개월여간 연습을 거쳐 최근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이성원, 강래현, 강명송 등 18명의 학생들이 출연했으며 이만옥, 김태요 교사가 지도했다. 연극 감독은 구례에서 연극 활동을 하는 이상직씨가 맡았다.
이 교사에 따르면 공연에는 200명 관객이 찾아와 객석을 가득 메웠다.
학생들 또한 “잘 몰랐던 여순항쟁과 연극 등을 깊이 있게 배우게 돼 좋았다. 후배들도 여순항쟁 연극을 꾸준히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고 한다.
“우리 지역 슬픈 이야기들을 듣고 배우는 걸 넘어 다른 사람에게 알려준다는 점에서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1회 공연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5~6학년생들이 매년 공연을 이어갈 수 있도록, 새로운 학교의 전통으로 남기고 싶습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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