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배워 출판한 시화집 인세 전액 기부
김기순씨 등 6명 인생 담은 ‘할매들은 시방’
수익금 300만원 청소년 인재육성장학금으로
생애 처음으로 한글을 배우고, 시화집을 출판한 장흥 할머니들이 수익금 전액을 장학금으로 기부했다.
사단법인 장흥문화공작소는 최근 ‘할매들은 시방’(정한책방)을 쓴 할머니들이 인세 수입금 전액 300만원을 장흥 용산면 청소년 인재육성장학금으로 기부했다고 9일 밝혔다.
‘할매들은 시방’ 저자는 김기순(81), 박연심(80), 백남순(85), 위금남(82), 정점남(80), 고(故) 김남주(91)씨 등 6명이다. 이들은 모두 용산면 월림마을 이웃들로, 지난 2017~2018년 장흥교육지원청 지원을 받아 장흥 용산면 용산초등학교 한글교실에서 한글을 익혔다.
할머니들은 장흥문화공작소 황희영(59)씨와 함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인문프로그램 ‘두근두근 내 생애 첫 시와 그림’에 참가해 지난해 3월 시화집 ‘할매들은 시방’을 출간했다. 황씨는 장흥에서 6년째 다양한 인문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인문활동가다.
황씨는 “시골 할머니들 중에는 아직도 제 때 교육을 받지 못해 멸시받고, 하고 싶은 일도 못 하시는 등 어려운 삶을 사셨던 분들이 많다. 한이 맺히신 것”이라며 “할머니들 중 거기서 3~4분은 한글교실 졸업 후에도 재차 등록하면서 5년, 6년을 다니시기도 했다”고 말했다.
책에는 할머니들의 인생이 담겼다. 한글을 배우지 못했던 지난 세월의 이야기부터 시어머니에게 전하는 글, 김장과 농사에 대한 이야기, 같이 사는 고양이와 일화 등 일상의 풍경을 시와 그림으로 풀어냈다.
책은 할머니들에게도 의미깊었다. 지난해 5월 열린 출판기념회에서는 자녀들까지 한 자리에 모여 출판을 축하했다. 고(故) 김남주씨는 별세하기 전 요양보호사가 읽어주는 ‘할매들은 시방’ 시화집을 들으며 마음을 달랬다고 한다.
할머니들은 출판에 앞서 책을 통해 얻은 수익금을 모두 좋은 곳에 쓰자고 뜻을 모았다. 오는 12일 오전에는 기부금 전달식을 열고 마을 주민들과 함께 식사 자리도 마련할 예정이다.
황씨는 “책은 뒤늦게 찾아온 배움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열심히 도전한 결과물이다”며 “자라날 아이들도 할머니들이 전하는 도전 의지와 배움의 소중함을 깨닫고 공부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어르신들이 연세를 더 드시기 전에, 한글 교육을 받을 기회가 더욱 확대됐으면 좋겠다. 해묵은 배움의 한을 풀고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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