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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은기자

예술공간 ‘집’ 문희영 관장 ‘수잔 발라동’ 출간

by 광주일보 2021.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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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진의 행보’ 수잔 발라동 인상적”
여성 넘어 ‘화가’로서의 생애·예술 다룬 첫 책
지역 작가 연구 지속…‘집’ 이야기도 출간 예정

 

그녀는 당대 최고 화가들의 모델이었다. 그림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친숙한 르누아르의 ‘부지발의 무도회’, 술병을 앞에 두고 턱을 괴고 있는 여성의 모습을 그린 로트렉의 ‘숙취’의 주인공이 바로 그녀다. 드가의 모델이기도 했고, ‘짐노페디’로 유명한 작곡가 에릭 사티가 평생 사랑했던 여인이었다.

서커스단의 곡예사, 가난한 세탁부였던 그녀는 모델로 화가의 시선 앞에 앉아있는 데서 멈추지 않고, 화가가 돼 캔버스 앞에 섰다. 자의식이 강하게 드러난 자화상과 누드화 등을 통해 자신만의 인장(印章)을 강렬하게 남긴 프랑스의 화가 수잔 발라동(1865~1938)이다.

마리 클레멘타인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화가의 길을 지지해준 로트렉이 지어준 수잔 발라동이라는 이름으로 스물 두살 무렵 화가의 길로 들어선 그녀의 생애와 예술을 다룬 책 ‘수잔 발라동, 그림 속 모델에서 그림 밖 화가로’(예술문화)는 국내에서 수잔 발라동을 본격적으로 다룬 첫 책이다.

여성예술가의 자리가 없었던 시절, 스스로 그 길을 찾아나선 한 인간의 이야기를 다룬 책을 쓴 이는 예술공간 ‘집’을 운영하고 있는 큐레이터 문희영 관장이다.

“수잔 발라동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직진의 행보’입니다. 모델로 안정적일 법한데 이를 박차고 나왔고, 안정적 결혼 생활에서도 벗어나 열정적 삶을 추구했던 직진의 행보가 결국 예술의 열정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쓰면서 그녀가 소외되었던 작가였기에 더 흥미롭고, 보물같았고 나의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어 더 좋았습니다. ”

신문에 실렸던 글을 읽은 출판사의 제안으로 책을 준비하기 시작한 문 관장은 자료를 찾는 과정이 힘들기는 했지만 그만큼 보람된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수잔 발라동의 수많은 작품 중 문 관장의 마음을 움직인 건 표지작으로도 쓰인 ‘푸른 방’과 ‘자화상’ 시리즈였다.

“그의 작품을 보면서, 또 삶을 알아가면서 느꼈던 건 해방감이었습니다. 기존 여성 누드화의 상징과 같은 ‘올랭피아’ 작품과 비교할 때 ‘푸른방’에 표현된 58세의 발라동은 자기 삶의 방식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펑퍼짐한 모습에, 책과 담배도 보이구요. 남성들에 의해 박제화된 기존 여성 이미지에 대한 도전이라고 할 수 있죠. 또 르누아르가 수잔을 그린 초상화와 그녀가 직접 그린 자화상을 비교해 볼 때 그녀의 작품은 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좋았습니다.”

문 관장은 그녀를 “가정의 울타리에 갇힌, 사회에 의해 규정된 여성이 아닌 자신의 의지에 따라 존재하는 한 인간”이라 평했다.

이번 책을 쓰며 몇 가지 꿈을 꾸게됐다. 타마라 드 렘피카, 파울라 모더존 베커 등 조명되지 않은 여성 작가를 더 연구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고 한국의 윤석남 작가를 페미니즘 관점 보다 한 인간으로, 예술가로 탐구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갖게 됐다.
 
‘자화상’(1898)


최근 오승우 화백 연구 논문에 참여했던 문 관장은 지역 미술사, 특히 우리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에 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하겠다는 마음도 먹었다.

조선대 학부와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문 관장은 신세계갤러리(광주·서울) 큐레이터를 거쳐 지난 2017년 자신의 유년시절 추억이 담긴 한옥을 개조한 ‘집’을 오픈, 의미있는 기획전을 열고 있다. 순수미술 이외의 장르를 발굴해 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진행하고 있는 예술공간 집 ‘추천작가전’이나 중견작가들의 파격적 도전을 소개하는 ‘전시실 넘어 실험실’이 대표적이다.

문 관장은 앞으로 어렵기는 하겠지만 ‘집’을 예술성과 상업성을 갖춘 공간으로 꾸미고 싶다고 했다. 좋은 기획전을 지속적으로 개최하면서 지역의 숨겨진 작가들을 발굴하고, 그들이 상업적으로도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서포트하는 것이다.

‘집’의 이야기는 첫 책 ‘빈센트 반 고흐, 세상을 노랗게 물들이다’를 펴냈던 사계절 출판사의 제안을 받아 책으로 묶여나올 예정이다. 5주년을 맞는 내년, 책과 함께 멋진 기획전을 꾸미는 게 그녀의 바람이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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