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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은기자

팬데믹 시대, 잘 계십니까

by 광주일보 2021.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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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잘 지냅니다’
광주시립미술관, 12월5일까지 ‘민주인권평화전’
류성실·허산 등 8명 참여… 영상·설치 57점 전시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나도 잘 지냅니다’전은 서로에게 안부를 묻는 기획이다. 유지원 작 ‘노동의 가치’(왼쪽)와 윤소연 작가의 작품.
 

‘팬데믹 시대를 건너는 당신에게 보내는 안부 편지.’

작가는 집 안에 쌓여가는 박스를 그리고 그 안에 푸른 바다를 담았다. 쇼핑 봉투 속에 들어있는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은 눈부시다. 전시장에서 관람객을 만나는 게 불가능해지자 아예 차량에 코로나 바이러스를 소재로 한 작품을 래핑한 후 관람객을 찾아나선 또 다른 작가의 여정은 흥미롭다. 가짜뉴스가 판치는 세상에 역설적으로 더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풀어놓는 작가의 유튜브 방송은 유쾌하게 그지 없다. 폐지와 고물을 가득 실은 리어카는 전시장에 위태롭게 서 있다.

광주시립미술관(관장 전승보)에서 열리고 있는 ‘ 2021 민주인권평화전-나도 잘 지냅니다’(12월5일까지)전은 코로나 19로 새롭게 돌아보게 된 일상에 대한 전시다. 개인과 사회 공동체에 안부를 묻고 서로 위로하며 연대를 꿈꾸는 기획이기도 하다.

‘나도 잘 지냅니다’라는 문구에는 나의 안부 이전에 타인에 대한 염려가 담겨 있다. 로마인들이 편지를 쓸 때 첫 인사말로 자주 사용하는 ‘당신이 잘 계신다면, 잘 되었네요. 나도 잘 지냅니다 (Si vales bene est, ego valeo)’라는 문장에서 따 온 글귀로 고립과 소외 속에서도 ‘당신’을 배려하며, ‘함께하는 삶’을 이야기하자는 마음으로 정한 주제다.

5·18기념재단(이사장 정동년)과 준비한 전시에는 8명의 작가가 참여해 영상, 설치, 회화 등 57점을 선보이고 있다.

첫 번째 섹션 ‘아직과 이미 사이’는 근본적인 사회적 문제, 팬데믹으로 인해 심화된 사회적 불평등을 다루는 작품들이다. 조금은 딱딱한 주제지만 작가들이 풀어놓은 방식은 재미있고 흥미롭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전시실을 받치고 있는 흰 기둥은 기울어져 있고, 전시 벽면을 뚫고 들어앉은 작품은 기이하다. 완전해야 할 공간이 불완전한 공간으로 전환됨을 통해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모순과 평등 속의 불평등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류성실 작 ‘BJ 체리장’
 

지난해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을 수상해 화제가 됐던 류성실의 영상 작품 ‘BJ 체리장’은 기이한 분장을 한 작가가 직접 출연해 ‘기상천외한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B급 블랙 코미디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준다. 일등시민권을 얻는 방법, 한국에 북한발 핵 미사일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가정하고 진행하는 실시간 방송을 소재로 한 영상 작품은 시종일관 웃음을 터트리게 한다. 가짜 뉴스나 떠도는 여론에 흔들리는 소시민들의 모습과 인터넷의 이중적 성격을 통찰력 있게 비판하는 작품이다.

이재형 작가의 작품 ‘Face of City_Gwangju’의 대형 화면에 등장하는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온갖 텍스트가 적혀 있다. 광주 지역의 감성을 얼굴 표정으로 표현하는 인터랙티브 작품으로 광주 사람들의 실시간 SNS 주요 키워드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텍스트로 이루어진 표정에 반영해 구현한 작품이다.

전시장에 놓인 리어커는 유지원 작가의 작품 ‘노동의 가치’다. 광주에서 폐지를 줍는 노인의 노동시간을 최저시급으로 계산했을 때 나타나는 표면적인 노동의 양과 무게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노동에 대한 가치와 사회적 불평등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부서진 건축 현장의 모습을 캔버스에 담아내는 김효숙 작가는 작품 속에서 유기체처럼 움직이는 파편 형태의 파이프, 철망, 콘크리트 잔해 등을 통해 사회속에서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불안정한 현대인을 묘사한다.

두 번째 섹션 ‘그럼에도 불구하고’에서는 변화된 삶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따뜻한 위로와 희망을 만날 수 있다. 팬데믹으로 변화된 일상의 모습에 관심을 갖는 윤소연 작가는 마시다 둔 커피 잔, 택배 박스 등과 삶의 풍경을 결합한 ‘파란 하늘을 골랐어’ 등의 작품을 통해 집콕 생활을 위트있게 표현했다.

최성임 작 ‘일식’(부분)
 

최선 작가의 ‘코로나 위장-움직이는 매개자(도큐멘트)’작품은 코로나 바이러스 촉수를 변형해 만든 이미지를 차에 장착하고 직접 관람객을 찾아 전국을 다니는 과정을 찍은 영상이며 10m에 이르는 대작 ‘나비’는 관람객들이 입으로 불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그밖에 최성임 작가는 비닐,양파망, 빵끈 등 우리 삶에 친숙한 소재를 통해 낯선 풍경을 연출한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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