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필가 유시민에게 ‘거꾸로 읽는 세계사’는 처음으로 작가라는 이름을 달아준 책이다. 단시간에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이자 가장 오랫동안 독자들에게 사랑 받은 책이기도 하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베스트셀러 ‘거꾸로 읽는 세계사’가 1988년 초판 출간 이후 재개정돼 독자들 곁으로 돌아왔다. 30년 넘게 축적된 정보를 보완하고 사건에 대한 해석을 바꿨다. 그러나 제목을 그대로 쓴 것은 초판에서 견지했던 대로 ‘거꾸로 읽는 자세’를 전부 거둬내지는 않았다.
전면개정판과 초판의 다른 점은 ‘20세기’라는 표현에서 찾을 수 있다. 초판을 집필하던 1980년대 후반이 20세기였다면 지금은 그 세기를 넘은 시점이다. 20세기를 돌아보고 21세기를 내다보며 유의미하다고 판단되는 사건들을 추릴 시간적 거리가 생겼다.
저자는 “내 인생의 절반은 냉전 시대였다. 전직 장군들이 양복을 입고 우리나라를 지배했다. 말할 자유가 없었다. 말을 해도 통하지 않았다”며 “이 책을 다시 쓰면서 내가 ‘20세기 인간’임을 새삼 확인했다. 20세기의 사건을 들여다보면서 가슴이 울렁거리는 느낌이 들었으니 ‘20세기 인간’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책은 드레퓌스 사건, 사라예보 사건, 러시아혁명을 비롯해 팔레스타인, 핵폭탄·핵무기 문제 등 역동적인 세계사를 관통한다. 20세기를 만든 11가지 결정적 장면에는 저마다 시공간적 무대가 있지만 모두 연결돼 있다는 깨달음을 준다.
무엇보다 책은 재미있고 쉽게 읽힌다. 박학다식한 지식소매상 특유의 유려한 문체와 술술 읽히는 스토리텔링이 주는 글맛 때문이다. <돌베개·1만75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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