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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천기자

신발, 스타일의 문화사

by 광주일보 2021.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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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들, 부츠, 하이힐, 스니커즈에 담긴 시대정신과 욕망
엘리자베스 세멀핵 지음, 황희경 옮김

샌들은 고대에 착용되다 로마 제국 말기에 외면을 받은 신발이다. 그러나 수세기 후 18세기 말에 이르러 서구 패션에 등장했다. 19세기 중반 검소한 삶을 지향했던 영국의 심플 라이프족이 신었던 인도풍 샌들, 20세기 중반 히피가 신었던 지저스 샌들은 독특하거나 이국적 취향을 지닌 사람들과 연관이 있었다.

이후 샌들은 고급 패션에 받아들여지기도 했는데 정치색과는 무관했다. 나아가 레저와 놀이, 나아가 우아함과 세련됨을 상징하기도 했다. 한편으로 개인 특유의 개성을 드러내거나 정치 성향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활용됐다.

옷이 사람을 말해주는 것처럼 신발 또한 그러하다. 다시 말해 신발 또한 사람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준다. “성별과 성격은 물론 추구하는 가치까지” 많은 것을 함의하기 때문이다.

 

샌들과 부츠, 하이힐, 스니커즈에 담긴 시대정신과 욕망을 읽어낸 책이 출간됐다. ‘신발, 스타일의 문화사’는 신발에 관한 놀랍고도 매혹적인 책이다. 저자는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바타 신발 박물관의 수석 큐레이터 엘리자베스 세멀핵. 그녀는 패션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역사학자로, 패션 큐레이터 세계의 판도를 바꾼 인물 중 한명으로 선정됐다.

사실 신발의 원래 목적은 이동의 편리에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신발은 실용성 외에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다. 신체적 편리보다는 “사회적 필요에 따라 디자인”되거나 사용되는 것이 보편적이다.

 

저자는 “‘부적절한’ 신발을 선택했을 때는 손가락질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고정된 사회적 인식이 신발에 매우 깊이 뿌리박혀 있다”고 언급한다. 신발이 성별을 알리며 나아가 지위를 선언하거나 저항을 표현한다는 것이다.

책은 네 가지 주요 신발의 전형인 샌들, 부츠, 하이힐, 스니커즈에 초점을 맞춰 쟁점을 조명한다.

샌들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로 레이먼드 덩컨이 있다. 현대무용가 이사도로 덩컨의 오빠로,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삶을 추구했다. 1910년 순회공연을 위해 미국에 왔을 때 언론은 “인간 사회의 기록에 남겨진 그 어떤 복장과도 완전히 다른 모습”이라고 평했다.

1930년대 경제 불황은 여성복에서 샌들의 호황을 가져왔다. 1931년 잡지에 실린 샌들 광고에는 “대중의 지갑 사정과 판매자의 수익 니즈에 맞는 상품입니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그러나 샌들은 남성에게는 쉽게 매치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와 달리 발등을 노출하는 이브닝 샌들을 신는 여성의 복장은 전통적 관습과 연계돼 있음을 보여준다.

부츠는 ‘다리 전체를 단단하게 감싸 안은 자부심’을 상징한다. 고대부터 착용했지만 16세기에 남성 패션의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이후 남성의 패션에서 여성 복식의 중요한 아이템으로 전이된다. 여성용 부츠에 에로틱한 이미지가 더해진 건 19세기 말이었다. 20세기 중반에는 오토바이 폭주족이나 스킨헤드족 같은 하위문화를 포함하는 다양한 집단들이 착용했다.

실용성과는 거리가 먼 하이힐은 수세기 동안 성적 욕망이 투영된 유혹의 액세서리로 간주됐다. 다시 말해 성적 매력이 있는 여성성을 강조하는 아이콘이었다. 짧은 치마에 착용한 힐은 다리를 길어 보이게 하는 효과를 낳았지만 한편으로 욕망과 사치라는 부정적 의미로 기호화됐다.

튼튼하고 싼 가격에 대중적 신발 형태로 자리 잡은 스니커즈는 현대인을 위한 완벽한 액세서리로 인식된다. 특히 몇몇 신발은 상품화와 브랜딩을 통해 욕망의 대상이 됐고, 이에 따라 한정판 스니커즈에 열광하는 이들이 생겨났다.

저자는 이전에는 복식 액세서리가 성별과 계급의 정체성을 드러냈다면 지금은 신발이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본다. 문화적으로 더욱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책을 읽다보면 ‘인간은 왜 신발을 신는가?’라는 질문이 절로 이해가 된다. 신발의 변신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아날로그·2만8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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