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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천기자

흙의 전쟁, 세계 역사와 지도를 바꾼 ‘피의 자원 쟁탈전’

by 광주일보 2021.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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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현신 지음

 

범박하게 말한다면 세계의 역사는 ‘땅 따먹기’ 전쟁이었다. 땅은 일반적으로 영토를 말한다. 땅 속에는 석유를 비롯해 금, 다이아몬드 등 자원이 묻혀 있다. 천연자원은 한 나라의 부의 토대가 되기도 하지만, 그것 때문에 전쟁에 휘말리기도 한다.

비단 흙은 광물과 같은 자원만을 품고 있지는 않다. 인간의 생존 요소인 식량 자원도 흙에서 일구어진다. 향후 식량 자원은 인류의 존폐를 결정할 중요한 요인이기도 하다.

흙속에서 시작했고 흙과 시작했으며 흙 위에서 벌어진 역사를 다룬 ‘흙의 전쟁’은 흙에서 비롯한 세계사를 아우른다. 저자는 ‘가루 전쟁’, ‘바이러스 전쟁’, ‘신의 전쟁’ 등 전쟁 시리즈를 써온 도현신 작가. 인문 역사 분야 다양한 책을 펴낸 도 작가는 이번에는 ‘흙’을 모티브로 인간의 역사를 횡단한다.

몽골인의 조상 흉노족의 군주 모돈 선우는 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나라의 근본이니 어찌 남에게 줄 수 있단 말인가”라고. 중국사람들은 흉노족을 멸시했지만, 흉노족을 다스린 모돈 선우는 땅의 소중함을 익히 알고 있었다. 그의 말이 아니더라도 땅은 매우 귀한 자원이다. 한 나라의 흥망성쇠를 결정하고 한 개인의 영욕을 가늠하기도 한다.

 

세계 역사는 자원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의 역사였다. 사진은 석유 시추 장면.

고대 그리스인들이 신성시하는 델포이 신전에 켈트족이 침입한 것은 황금 때문이었다. 신전에 보관된 금덩어리를 빼앗고자 하는 야욕이 전쟁으로 이어졌다. 로마제국은 경제가 악화되자 금광이 있는 다키아왕국을 침략한다. 자국에서 산출되는 금이 줄어들고 물가가 오르면서 그 같은 전략을 구사했다.

석유 때문에 벌어진 전쟁도 적지 않다. 저자는 제1차 대전은 영국이 독일의 경제 발전에 필요한 석유 공급을 차단하기 위해 중동에서 벌인 갈등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석유를 둘러싼 전쟁은 이후에도 반복되었다. 1991년과 2003년 발발한 걸프전과 이라크 전쟁의 원인도 석유 때문이었다. 2011년 서방 국가들이 연합해 카다피 정권을 무너뜨린 것도 “리비아의 풍부한 석유 매장지를 차지하려는 야심”과 맞닿아 있다.

흔히 자원이라고 하면 땅 속에 묻힌 황금과 같은 보석을 일컫는다. 그러나 자원이라 해서 모두 아름답고 휘황찬란한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동물 배설물이 귀중한 자원이 되는 경우도 있다. 새똥이 모여 만들어진 구아노가 바로 그것이다. 비료 역할 등 탁월한 효능을 지니고 있었다.

페루는 1839년부터 40년간 1200만 톤 구아노를 유럽 각국에 수출했다. 그러나 너무 많이 팔다보니 구아노가 다 떨어졌고, 페루의 경제도 치명적인 타격을 받았다. 제조업 개발도 소홀히 한 탓에 페루 경제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시에라리온과 같은 내전지역에서 불법으로 생산된 블러드 다이아몬드는 아프리카를 피로 물들였다. 전쟁이나 테러의 자금줄로 악용된 탓이었다. 15세기 이탈리아를 휩쓴 ‘중세 유럽의 희토류’ 백반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이후 유럽과 오스만제국 역사를 바꾸는 계기로 작용한다.

고대 염료인 티리언 퍼플을 비롯해 구리와 초석 등을 차지하기 위한 세계의 경쟁과 전쟁은 결국 흙의 전쟁에 다름아니었다. 이렇듯 저자는 세계 역사와 지도를 바꾼 ‘흙의 전쟁’이라 정의한다.

<이다북스·1만7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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