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까지 예술공간 집
격리와 고립의 나날 속, 작가는 푸른 ‘벽’을 쌓고 작은 방 모퉁이에 웅크려 앉아 깊이를 알 수 없는 상념에 빠져들었다.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던 그는 안과 밖의 경계에서 흔들리는 마음을 다독이다 벽에 새로운 ‘창’을 내고 세상을 본다. 경험 속 기억들이 새로운 형태로 다가올 때, 그는 붓을 들어 이야기를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한국화가 이구용 작가 개인전이 오는 30일까지 예술공간 집(광주시 동구 제봉로 158번길 11-5)에서 열린다. 이 작가는 ‘壁·窓’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 20여 점의 수묵 작품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팬데믹 상황에 대한 예술가의 고찰이랄 수 있다. 작가가 표현해낸 작품들은 바로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작가는 모든 것이 비어있는 공허함임을 설파한 부처의 마음과 순수한 어린아이의 동심을 생각하며 붓을 들었다고 말한다.
힘 주지 않고,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휘두른 붓질에서는 순수한 본성을 깨우는 자유로움이 느껴지며 검은 색과 회색이 주조를 이루는 작품에 등장하는 ‘푸른색’은 삶의 숨구멍 같은 위안을 준다. 나무 아래 사색에 빠진 남자가 등장하는 ‘바람처럼’은 닫힌 마음에 여유를 전달하며 각자의 공간에 갇힌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면벽’은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세상을 꿈꿀까 상상하게 만든다.
작가는 “덜어내기, 내려놓기, 비워가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소박함이 배어있는 수묵으로 사색할 수 있는 단초를 열고자 한다”며 “현란한 이미지가 눈을 빼앗고 사유하기를 멈추게 하는 요즘 수묵과 비움의 여백미를 통해 내면을 성찰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현재 전남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에 재직중으로 서울 학고재 등에서 열두 번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최근 2021 수묵비엔날레 등에 참여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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