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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은기자

박홍근 건축가 “도시재생 과정 개인의 기록도 소중한 자산이죠”

by 광주일보 2021.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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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는 도시를 위한 기록’ 펴내
전일빌딩 245·충장22 등 공공사업 참여 과정 담아
“경험 나누고 공유하면 더 나은 삶의 공간 조성될 것”

 

전일빌딩 245는 지난해 ‘오월 광주’의 역사를 품은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났다. 1968년 완공된 후 50여년의 세월을 거쳐 전일빌딩 245로 재탄생하기까지 숱한 논의가 이어졌고 우여곡절도 많았다. 이처럼 어떤 공간이 탄생하기까지는 그 안에 숱한 이야기가 담긴다. 특히 사업을 실제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도 거쳤을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들은 건물이 완공됨과 동시에 사라자져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애써 기록으로 남기지 않는다면.

 

박홍근(58) 건축가가 ‘기억하는 도시를 위한 기록-건축가, 도시재생 현장의 경험을 남기다’를 펴낸 건 그 과정과 경험들을 나누고 싶어서였다. 지자체에서는 재생사업과 공공건축물 건립이 숱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사업주체나 참여했던 이들의 일로만 남을 뿐, 그 진행 과정 등이 공공 자산이 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도 있었다. 물론 사업주체가 백서 등을 발간하지도 하지만, 공공의 영역에서 만들어낸 자료와는 또 다른 ‘개인’의 기록이 갖는 의미가 분명 있다고 생각했다.

“기록되지 않은 삶은 기억되지 않고 역사가 될 수 없습니다. 개인 한 명 한 명의 경험이 참 중요한데 그게 기록되지 않으면 그냥 누군가가 겪었던 일에 그치고 말지요. 개인의 작은 경험들이 축적되고 기록으로 남으면 분명 도시의 자산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지자체가 진행한 사업들에 대한 기록은 다음 사업을 진행하는 데도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좋았던 것은 좋았던 대로, 문제가 있었던 부분은 문제가 있었던 대로 모두 세세히 기록해 보자 싶었습니다.”

박 건축가는 자신이 참여했던 재생 사업들을 꼼꼼히 기록했다. 책에는 모두 4가지 사례가 실렸다. 기획 단계부터 설계·시공 전과정을 담당하는 총괄건축가로 참여했던 양림동 공예특화거리 조성사업, 설계가 끝난 후 시공과정에서 총괄코디네이터로 참여한 전일빌딩 245, 설계 용역자로 함께했지만 시공 과정에서는 배제된 충장 22 사업이다. 서석초등학교 정문보행자공간 지키기는 시민단체와 함께 도심 환경에 관심을 갖고 활동했던 일이다.

책에는 사업들을 일목요연하게 살표볼 수 있도록 꼼꼼히 기록한 일지를 실었고, 광주일보 등에 기고했던 관련 글도 담았다.

책에는 사업을 진행하면서 느꼈던 소회도 솔직하게 담겼다. 누군가에게는 불편할 수도 있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쓰겠다고 마음 먹은 건 기록으로 남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다.

“사업에 참여하며 기획단계가 중요하고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며 담당 공무역량이 중요하다는 걸 알았습니다. 시민이 주인인 공공건물은 많은 논의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공공건물은 잘 지어놓으면 바로 공간을 통한 복지를 실현하는 것과 같죠. 단순히 하나의 건물을 완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민들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면서 공간 복지를 확장해 갈 수 있습니다.”

박 건축가는 “책의 내용은 저의 주관적 경험·기억·생각이 바탕이 된 거라 어떤 부분에서는 고민도 있었지만 각자의 경험이 쌓이고, 그 경험을 나누고, 공유하면 더 나은 삶의 공간이 만들어질 거라는 마음으로 책을 쓰게 됐다”며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질문’을 던졌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건축가는 ‘사람이 온다는 건/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중략)/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라는 정현종의 시 ‘방문객’을 책 말미에 실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경험은 어마어마한 일이고, 그 경험과 지식과 지혜가 기록되고 축적될 때 우리 삶은 더 풍요로워질 거라고 믿는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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