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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호기자

층간소음에 얌체주차 갈등 빈발…비정한 이웃 되어간다

by 광주일보 2021. 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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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막한 아파트 문화 공동체 정신 살리자 <상> ‘나’만 있고 ‘우리’는 없다]
광주 아파트 주거비율 65.5%…층간소음 분쟁 매년 크게 늘고
잔디밭·인도 위 무개념 주차도…이기심 버리고 배려와 예의 필요
인도에…놀이터에…떡하니 주차

 

지난 27일 밤 광주시 동구 지산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인도에 차량이 올라간 채로 주차돼 있고(왼쪽), 북구 두암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는 트럭이 아파트 단지내 놀이터까지 들어와 주차돼 있다.

광주의 아파트 주거 비율은 65.5%에 이른다. 지역민 3명 중 2명 꼴로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아파트 도시’다.

하지만 ‘공동’주택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폐쇄적 주거공간이 된 지 오래다. 이웃사촌은 커녕, 앞집에 누가 사는지도 잘 모르고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쳐도 인사 건네는 걸 서먹해하는 사이가 훨씬 많다.

수 백명이 함께 사는 ‘우리’ 공동주택이 아니라 ‘내 아파트’라는 인식이 커지면서 배려, 소통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층간소음으로 멱살잡이를 하고 흉기를 휘두르는가 하면, 심지어 살인도 저지르는 비정한 이웃이 생겨나기도 한다.

비단 층간소음 갈등에 그치지 않는다. 층간 흡연, 주차, 쓰레기 배출, 애완동물 관리 등 사소한 다툼이 큰 갈등으로 번지는 등 파열음이 터져나온다. 층간소음 갈등은 한국인들의 여유와 깊이, 관용을 시험하고 있다.

광주일보는 층간소음 살인을 계기로 배려, 여유, 관용과 예의를 갖춘 아파트 공동체 문화를 위한 ‘슬기로운 아파트 생활 수칙’을 싣는다.

공동주택 주거 비율이 급증하면서 이웃 간 분쟁·갈등이 끊이질 않는다. 단독주택 중심이던 주거 문화가 아파트 거주 환경으로 급변했지만 거주민들 생활 태도는 따라가지 못한 게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층간소음은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가지 않는다면 누구나, 언제든 경험할 수 있는 문제로, 근본 대책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주민 대부분이 겪고 있는 난치병이라는 말도 나온다.

지난 27일 여수 덕충동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도 층간 소음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경찰에 붙잡힌 30대 남성은 자신의 윗층에서 들리는 ‘쿵쿵’거리는 소리를 참지 못하고 새벽에 찾아가 말다툼을 하다가 흉기를 휘둘러 40대 부부를 숨지게 하고 집 안에 있던 60대 부모에게까지 흉기를 휘두른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층간 소음으로 인한 분쟁도 급증세다.

국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조오섭(광주 북구갑)의원이 28일 국가소음정보시스템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접수된 층간소음 1단계 전화상담 접수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 2012년 8795건이던 상담 건수는 지난해 2020년 4만2250건으로 9년 간 4.8배 증가했다.

광주·전남지역 층간소음 상담 건수도 지난해 1492건(광주 879건·전남 613건)으로 전년도(736건)에 비해 1.99배 증가했고 올 상반기에도 광주 590건, 전남 389건 등 987건에 달하는 층간소음 상담이 이뤄졌다.

단순한 상담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소음 측정까지 요구하는 경우도 지난해 557건에 달해 전년도(381건)보다 46% 늘었다.

층간소음 발생원인으로는 ▲뛰거나 걷는 소리 4만598건(67.6%) ▲망치질 2588건(4.3%) ▲가구 2224건(3.7%) ▲문 개폐 1184건(2%) ▲가전제품 1699건(2.8%) ▲악기 927건(1.5%) ▲기타 1만841건(18.1%)으로 확인됐다.

층간소음으로 고통받는 주민들이 많아졌지만 근본적 해결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서울 강남의 국내 최고가 아파트에서조차 층간소음 분쟁으로 오르내릴 정도다.

현행법으로도 해결하기 쉽지 않다. 소음 기준이 있긴 하지만 층간소음 자체가 언제 일어날 지 예측하기 어렵고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것도 아니라 소음 기준을 넘어섰다고 입증하기도 쉽지 않고, 절차도 복잡하다. 국토부, 환경부 등 정부 부처들은 지난해 6월 층간소음을 경감하기 위한 ‘사후확인제도’ 도입을 발표했다. 성능기준 마련을 위한 실태조사와 연구용역에 나섰지만 기준이 언제 마련될 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조정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주민들 간 대화에 의지하는 것이 현실이다.

주차 갈등도 마찬가지다. 1가구 2차량이 일반적인 상황에서 현행 건축법을 적용하면 주차공간은 부족할 수 밖에 없다. 이러다보니 아파트 공원 내 잔디밭 위나 인도 위까지 서슴지 않고 차량을 주차하는 몰상식한 주민들도 적지 않다. 이중 주차한 뒤 연락처도 남겨놓지 않고 사라지는가 하면, 따닥따닥 붙어있는 이중 주차된 차량 사이로 빠져나가기 쉽지 않아 옮겨달라고 요청해도 ‘알아서 밀고 가라’며 배짱을 부리는 무개념 운전자들도 많다. 관리사무소가 위반 스티커라도 붙여놓으면 찾아가 욕설하고 협박하는 ‘진상’ 주민들이 경찰서를 찾는 경우도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7일 밤 10시를 넘어 돌아본 광주지역 지산동·두암동 일대 아파트 곳곳에서도 ‘무개념 주차차량’들로 빼곡했다. 아파트 인도와 놀이터 잔디밭, 가로 주차 공간을 세로로 활용, 통로를 막아버리는가 하면, 장애인 주차 공간에 버젓이 세워 둔 비장애인 차량도 보였다. 소방차 전용공간도 주차 공간으로 사용됐다. 현행법상 아파트 내 도로나 주차장은 도로에 해당하지 않아 과태료 등을 부과할 수 없다. 광주 마을분쟁해결지원센터에 접수된 주차분쟁 건수도 2018년 23건, 2019년 15건, 2020년 27건으로 꾸준하다. 주차장 출구 5m 이내와 일부 구역을 주차금지 장소에 추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과 강제조치가 가능하도록 하는 일명 ‘무개념 주차 방지법’이 발의되기도 했다.

이같은 문제들이 끊이지 않는 데에는 함께 사는 이웃에 대한 배려, 개인의 윤리의식 부재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혼자 사는 주거 공간이 아닌, 공동체가 함께 살아가는 공간에서 묵시적으로 합의된 예의, 에티켓을 무시하고 자신의 편의만을 우선적으로 여겨 갈등과 분쟁이 빚어진다는 것이다.

광주마을분쟁해결지원센터도 이러한 점에 착안, 주민화해 지원 양성교육(기본·심화 과정)을 실시하고 있다. 교육이수자들은 공동주택내 입주민 위원회에서 구성하는 층간소음위원회에 들어가 주민들의 갈등을 들고 중재 및 조정 등을 통해 협상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광주마을분쟁해결지원센터 관계자는 또 “입주자 등을 대상으로 갈등이 생기기 전 소통과 배려의 문화를 안착시키고 주차질서 위반에 따른 분쟁 예방·조정 등을 위한 교육과 자치적인 조직 구성에 관한 사항을 규정, 주차분쟁에 관한 자치적 해결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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