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무청 생계 곤란 병역 감면처분 거부 위법”…20대 가장 승소
“결혼한 뒤 분가해 아이들 낳고 7년 넘게 따로 살아왔는데, 부모님께 남은 가족 생계 맡기고 군대 가라고요?”
병무청이 자녀를 키울 부양자가 없어 군대가기 곤란하다며 ‘병역 감면 처분’을 낸 남성에게 따로 생활하는 부모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며 거부하는 ‘책상머리 ’ 행정을 펼쳤다가 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A(28)씨는 지난 2013년 결혼한 뒤 세 자녀와 함께 경기도에 살고 있다. 남원에 사는 부모님과 떨어져 대학 재학 중 결혼을 한 이후부터 계속 따로 살게 된 게 7년이 넘었다. A씨는 현역 입영 대상자였다. 하지만 자신이 입대하면 가족의 생계가 위태로운 상황이라 ‘병역감면’이 절실했다.
A씨는 입영을 수 차례 연기했다가 병무청에 ‘생계유지 곤란사유 병역 감면원’을 제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냈다. 따로 살고 있는 A씨 부모 등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어 “병역감면 대상이 되기 어렵다”는 게 병무청 입장이었다.
공무원인 아버지와 별도 수입이 있는 어머니 등 A씨 부모, 누나 등의 지원이 가능해 사실상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광주지법 행정 2부(부장판사 채승원)는 “병무청은 A씨에 대한 ‘생계유지곤란 병역감면 거부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A씨 본가 부모, 형제 및 조모에게 재산과 수입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들과 A씨가 사실상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병무청의 ‘병역감면 거부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병무청이 병역감면 기준에 맞지 않다고 본 것은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의 범위를 면밀히 검토하지 않았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어린 나이에 결혼, 출산하면서 세대를 분리해 7년 이상 따로 가족을 이루고 생활한 점, A씨 수입·대출 등으로 생계를 유지해온 점, A씨 부모가 보낸 손자 생일축하금 등을 제외하면 최근 부모, 형제, 조모 등의 경제적 지원을 받았다고 볼 사정이 없는 점 등을 반영한 결과다. 재판부는 “A씨는 배우자, 세 자녀 등을 기준으로 한 수입·재산도 병역감면 기준에 충족한다”고 판결했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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