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 더 가까이…장르 넘나들며 음악 공감합니다”
해설 있는 클래식과 대중적 레퍼토리
관객과 소통하고 감동 전하고 싶어
함께 하니 힘이 되는 음악 동반자들
팀워크와 기획력이 성장 비결이죠
‘믿고 듣는 팀’ 될 때까지 도전 계속
지난 4월 광주 남구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는 뜻깊은 공연이 열렸다. 19세기 프랑스 낭만파 천재 작곡가 카미유 생상스 서거 100주기와 ‘탱고의 황제’아르헨티나 작곡가 아스토르 피아졸라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지역 연주자들의 무대였다.
피아노와 바이올린, 첼로까지 피아노 3중주로 구성된 연주팀 ‘트리오 Z’는 두 천재 작곡가들의 대표곡을 연주하며 광주문화재단 창립 10주년 기념 ‘빛고을시민문화관과 함께하는 공연나눔’ 첫 번째 공연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음악으로 감동 주는 ‘트리오제트’
“‘Z’가 알파벳의 끝이잖아요. 음악의 끝을 모든 분들에게 들려드리겠다는 마음을 담아 ‘트리오 Z(제트)’라는 팀명을 지었습니다.”
리더를 맡고 있는 이수산씨의 당찬 목소리로 인터뷰가 시작됐다. 트리오제트는 광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클래식 연주자들로 구성된 피아노 3중주 팀이다. 클래식과 대중적인 음악을 넘나들며 관객과 소통하고 감동을 전하고 싶다는 이들은 어렵다고 느껴지는 클래식 곡을 연주하면서 해설을 통해 관객들이 더욱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저희는 클래식 팀이지만 클래식만 고집하지는 않아요. 예전에 비해 클래식이 활성화 되긴 했지만 대중들이 모든 곡을 알기는 힘들잖아요. 대중들과 공감하기 위해서는 재즈나 팝송, 가요, OST, 탱고, 뉴에이지 등 다른 장르도 연주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들이 좋아하기도 하구요.”
지난 2019년 팀을 결성해 올해 3년차가 된 ‘트리오제트’는 여러 단체나 관공서에서 초청을 받아 공연을 할 정도로 지역내에서 일찌감치 인정받고 있는 팀이기도 하다. 코로나19로 무대가 많이 줄었던 지난해에도 20여 차례 온·오프라인 무대에 섰을 정도로 바쁜 활동을 이어갔다. 팀 뿐만 아니라 연주자 개개인의 이름도 알려지면서 솔로 연주를 하는 기회가 늘기도 했다.
트리오제트는 피아니스트 김지현, 첼리스트 김가영, 바이올리니스트 이수산으로 구성됐다. 전남대 음악학과에서 첼로를 전공한 김가영(33)은 팀내 분위기 메이커를 담당한다. 성격이 털털해서 멤버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동시에 팀내 웃음이 끊이지 않게 즐겁게 해주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 연습시간이 항상 즐겁다. 크고 동그란 눈망울처럼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내기도 한다.
첼로를 배우는 어린 학생들의 레슨을 봐주면서 같이 연주를 해보기도 했지만 첼리스트로서의 연주에 대한 갈망을 안고 있던 차에 트리오제트를 만난게 ‘신의 한수’였다고 표현한다.
“연주를 너무 하고 싶지만 무대가 없어 늘 아쉬웠어요. 이렇게 좋은 친구이자 동료를 만나서 연주를 할 수 있게 된게 얼마나 행복한 지 몰라요. 공연이 끝날 때마다 뿌듯함을 느낍니다. 열정을 다해 연주를 하다보니 어느새 우리팀이 지역에서 유명해져 있더라구요. 이렇게 인터뷰도 하고 있는 걸 보면요.”
역시 전남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김지현(37)은 음악학과를 수석 졸업한 수재다. 맏언니답게 차분한 성격과 목소리로 멤버들이 의지할 수 있는 포근함을 갖고 있다. 특유의 친근함을 주 특기로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고민상담을 해주기도 한다. 학원을 운영하면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동시에 성악이나 다른 기악의 반주 위주로 활동을 해오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혼자서 연주하는 것보다는 함께하는 걸 좋아했어요. 이렇게 팀을 이뤄 연주하는게 저에게도 큰 꿈을 이룬 것 같아 매일매일이 행복합니다. 누군가의 반주자가 아닌, 내 연주를 누군가와 함께 할 수 있다는게 얼마나 기쁜 일인지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학사, 석사를 졸업한 바이올리니스트 이수산(28)은 막내지만 두 멤버가 언니처럼 믿고 따르는 힘을 가진 팀의 리더다. 꼼꼼한 성격에 어떤 일이든지 책임감을 가지고 끝까지 밀고나가는 끈기와 일을 처리하는 추진력, 기획력이 뛰어나 멤버들의 무한한 신뢰를 받고 있다. 리더답게 당당하게 일을 주도해나가면서도 항상 뒤에서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고마운 존재이기도 하다.
“광주가 고향이 아니지만 광주에 정착하면서 5년째 연주활동을 하고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생활하고 있어요. 팀을 결성하고 연주활동을 해오면서 함께할 수 있다는게 감사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어린 저를 믿고 따라와주는 두 언니들의 배려에도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팀워크· 기획력이 우리의 힘”
어릴 때부터 악기를 시작해 크고 작은 무대에 올라 연주를 하는게 익숙할 법도 하지만 여전히 긴장되고 부담감이 크다는 멤버들에게 ‘팀’이라는 울타리는 개개인에게 생각보다 크게 자리잡고 있는 듯 하다.
“솔로 연주를 할 때는 혼자서 무대를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이 큽니다. 같이 하면 무게를 나눠가지면서 부담감도 줄게 되지요. 함께 한다는 것에 서로가 힘을 받게 되는것 같아요.”(이수산)
“피아노 곡을 연주하면서 곡에 대한 한계를 느낄 때가 있어요. 그렇지만 첼로와 바이올린이 함께 연주하면 훨씬 풍성해진다고 할까요. 무대도 다양해지고 다른 장르의 곡을 연주하더라도 보다 고급스럽고 클래식하게 들려줄 수 있는 것도 좋습니다.”(김지현)
“악기마다 음역대가 다르거든요. 바이올린은 높고 첼로는 낮고 피아노는 여러 선율이 있는데 이 악기들이 모여 하나의 소리를 만들어내면 소름이 돋는다고 할까요. 연주에 힘이 느껴지고 짜릿함이 느껴져서 연주자들도 힘을 받게 됩니다. 자신감도 생기는 것 같아요.”(김가영)
서로가 주는 힘을 받아 더욱 성장하고 있는 트리오제트는 불러주는 곳이 많아 무대가 끊이지 않는다. 자체적으로 기획한 공연이나 광주문화재단 등 지원사업에 선정되는 행운도 많았다. 단순히 운으로만 볼 수 없는 건 각자가 가지고 있는 능력 때문이기도 하다.
팀원들은 트리오제트의 성장에 대해 팀워크와 기획력을 한목소리로 꼽는다. 지원사업의 경우 연초에 이뤄지는데 어떤 연주를 할 것인가에 대한 기획이 핵심이다. 지난해의 경우 5·18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이 되는 해여서 공연과 5·18이라는 역사에 맞게 컨셉을 만들었다. 올해는 생상스 서거 100주기와 피아졸라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에 초점을 맞춰 두 작곡가의 작품을 모아 연주하는 컨셉을 잡았는데 높은 평가를 받아 광주문화재단의 ‘빛고을 시민문화관과 함께하는 공연나눔’선정 1순위 팀이 될 수 있었다.
‘트리오제트는 믿고 듣는 팀’이라는 소리를 들을 때까지 트리오제트의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지난 공연 때 생상스의 ‘거미’라는 곡을 연주했던 적이 있어요. 이 곡은 본래 클라리넷, 플루트, 피아노 버전의 곡인데 저희가 처음으로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로 도전을 했어요. 곡을 준비하면서는 힘들었지만 끝내고 나서 희열을 느꼈습니다. 남들이 하지 않은 걸 이뤄냈다는 보람도 있었구요. 그동안 참 많은 곡을 연주했지만 앞으로도 무궁무진한 많은 곡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각자의 역할에서 바쁘기도 하지만 지금처럼 계속 노력하는 팀이 될 테니 항상 관심을 갖고 지켜봐주세요.”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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