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바이러스 퍼뜨리는 예술단체]
가곡은 한편의 시를 노래하는 것
시민과 함께하는 애창 운동 13년
성악가·시인 초청 꾸준한 음악회
경계 허물고 노래로 하나되는 것
가곡의 아름다움 널리 알려야죠
‘산 너머 저쪽에 누가 사나/ 아침이면 흰구름 뭉게뭉게 피어오고/ 저녁이면 까마귀 까욱까욱 넘어오네/ 산 너머 저쪽에 누가 사나…’
맑고 고운 목소리로 흘러나오는 노랫소리에 시선이 집중된다. 올해 열한 살 고은채·이지아(살레시오초 4) 어린이가 부른 노래는 김영일의 시에 윤학준이 곡을 붙인 동요곡 ‘산 너머 저쪽’이다. 귀에 익은 노래는 아니지만 한 음 한 음 들리는 아름다운 곡은 노래가 끝난 후에도 오래도록 귓가에 맴돌았다.
또 다른 무대는 ‘사랑의 하모니’ 중창팀의 ‘어느 봄날’(황옥연 시/정희선 곡). ‘돌배꽃 꽃잎에 쌓여/ 어느 새 잠이 든 낮달/ 잠 깨워 데려갈 구름 없어/ 꽃 속에 낮잠을 잔다/ 꿀벌아 멀리/ 멀리 가거라/ 선 잠 깬 낮달이 울면서/ 멀리 떠날라…’
전문 성악가처럼 완벽한 연주는 아니지만 진지하게 노래부르는 이들에게서 가곡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우리가곡부르기 13년
지난 8월 14일 광주 서구 농성동 국제라이온스 회관에서는 광주·전남 우리가곡부르기 13주년 기념음악회가 열렸다. 제 139회 정기연주회를 겸한 무대이기도 했다.
광주·전남 우리가곡부르기(회장 황선욱)는 가곡을 좋아하는 이들이 모여 노래하는 연주단체다. 무엇보다 노래를 듣고 부르는데서 그치지 않고 공연을 찾아온 시민들과 함께하는 ‘가곡 애창 운동’을 벌이는 단체이기도 하다.
“가곡을 들으면 마음이 정화된다고 할까요. 노랫말이 아름답기 때문에 노래를 부르면서 내 마음까지 아름다워진다는 생각을 해요. 외국 성악곡이 아닌 동요나 가곡 등 우리나라 시인이 쓴 노랫말로 만든 우리곡만 연주합니다. 가곡을 부르는 것 또한 우리 언어를 지키고 우리 정서를 지키는 일이기도 합니다.”
광주·전남우리가곡부르기회는 지난 2008년 8월 창단했다. 시작은 한국가곡 모임인 ‘내마음의 노래’였다. ‘내마음의 노래’는 전국에 흩어져 있는 회원들과 함께 ‘우리가곡 살리기’를 위한 애창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곳에서 동호회 형식으로 활동해오다 본격적으로 지역에서 우리가곡 애창운동을 하고 싶은 마음에 별도로 독립해 ‘광주·전남 우리가곡 부르기’를 창단했다.
“우리 광주에서도 한번 제대로 시작해보자는 마음으로 가곡을 좋아하는 회원들이 뭉쳐서 단체를 만들었어요. 올해로 만 13년이 됐습니다. 전국에도 가곡을 부르는 단체가 더러 있지만 가곡을 사랑하고 시민들에게 가곡을 알려주고 있는 곳은 저희가 단연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초창기부터 운영진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원자 광주·전남우리가곡부르기 부회장은 우리가곡운동본부 홍보분과 위원장으로 활동하기도 했을 만큼 우리가곡에 대한 사랑이 강하다. 지난 8월 열린 13주년 기념음악회에서는 기념 축시 ‘그대의 고운 노래는’을 헌정하기도 했다.
‘내 영혼을 흔드는 그대의 고운 노래는 봄날에 속삭이던 아련한 첫사랑의 꿈/ 꿈결 속에 들려오는 그대의 고운 노래는 오월에 피어나는 장미꽃 사랑의 향기/ 노을빛에 타오르는 그대의 고운 노래는 무지개로 떠오르는 한 떨기 그리움 꽃/ 마지막 어둠이 내려도 꽃등에 불 밝히고 잠들지 못하는 영혼의 뜨거운 사랑의 노래’. <박원자 ‘그대의 고운 노래는’ 전문>
우리 가곡을 사랑하는 마음이 시에 고스란히 담겨있는 듯 하다.
“가곡을 부르는 건 한 편의 시를 노래하는 거에요. 세대간의 경계가 없고 빈부의 차별도 없어요. 가곡을 통해 타 지역과 오고 갈 수 있으니 지역간 경계도 없습니다. 노래로 하나가 되는 거죠. 언젠가부터 젊은 사람들이 가곡을 부르지 않게 되고 공영방송에서 가곡 프로그램이 자취를 감춰버려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가곡이 주는 힘을 깨닫고 많이 듣고 부르게 되기를 꿈꿔봅니다”.
◇시민과 함께 하는 애창 운동
광주·전남우리가곡부르기는 ‘시민과 함께하는’ 단체임을 강조한다. 매월 정기연주회 무대를 마련하고 시민 누구나 찾아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홍보에도 적극적이다.
연주회는 다양한 레퍼토리로 꾸며진다. 매회 12명의 솔로 연주 신청을 받아 메인 무대를 꾸미고 성악가 초청 공연을 하기도 한다. 그동안 우리가곡부르기에 다녀간 성악가만 100명이 넘는다.
‘시민과 함께하는 애창 운동’을 겸하고 있어 관객과 함께 노래 부르고 새로운 곡을 배우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시(詩)에 곡을 붙인 가곡인만큼 시 낭송회를 곁들이기도 하고 주제를 정해 ‘추억의 노래’ ‘정다운 노래’ ‘사랑의 노래’에 맞춰 다함께 부르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추억의 노래는 학창시절 배웠던 가곡, ‘성불사의 밤’이나 ‘장안사’, ‘봄이 오면’, ‘그리운 금강산’ 등을 불러보며 그 시절을 떠올려봅니다. 대부분 60~70대 회원들이 많은데 학창시절에 배웠던 노래를 부르는 그 시간만큼은 학창시절로 되돌아가는 듯한 감정이 들기도 합니다.”
작곡가를 초청해 작곡가의 노래를 집중 조명해 보는 시간도 갖는다. 유명 작곡가나 광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곡가를 초청하기도 한다.
지난 9월 11일 열린 제140회 광주·전남 우리가곡부르기에서는 김애경 작곡가와 박수진 시인을 초청해 곡을 배워보는 시간을 가졌다.
박수진 시인과 김애경 작곡가는 동시와 동요를 만드는 부부 창작자다. ‘정다운 이웃’, ‘산으로 바다로’, ‘어머니 마음’, ‘잠자리’, ‘우리 그렇게 살자’, ‘동동동 둥둥둥’ 등 함께 작사 작곡해 초등학교 음악교과서에 실린 곡만 20여 곡에 달한다.
“지금도 여전히 주옥같은 우리 가곡이 계속 쏟아지고 있지만 현실은 1회용 발표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가 더 많은 무대를 만들고 시민들과 함께 부르면서 가곡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려주는 사절단이 되고 싶습니다.”(박원자)
황선욱 회장은 “우리나라처럼 민족의 고유한 정서를 담은 가곡을 가진 나라는 많지 않다”며 “모임을 통해 꾸준히 가곡을 부르며, 전 국민이 함께 공감하며 부를 수 있는 가곡이 탄생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지루한 나날을 보내느라 힘든 때일수록 큰 소리로 노래 부르며 스트레스는 푸는 일이 건강에 유익하다”고 덧붙였다.
광주·전남 우리가곡부르기는 매월 둘째 토요일 오후 3시 국제라이온스 회관 4층 대회의실(농성동)에서 정기 연주회를 갖는다. 가곡을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나 찾아와 관람하고 함께 노래 부를 수 있다. 다음 카페 http://cafe.daum.net/gjkrsong.
광주·전남 우리가곡부르기가 후원하는 연주단체 ‘음악인 포럼’도 언제나 열려있다. 매월 첫째 토요일 오후 3시며, 장소는 공연 2주 전에 인터넷 다음(daum) 카페 ‘음악인 포럼’을 통해 안내한다.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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