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절반이 MZ’ 사학연금, 메타버스서 모임
‘출근길 임원차 시승’ ‘술없는 회식’ 경품 추첨
인터넷진흥원, 익명 예능 ‘MZ 토크’ 인기
한전KDN, CEO와 직원간 ‘줌’ 활용 대화 추진
콘진원 ‘혁신 주니어 보드’·한전KDN 매달 설문
50명 이상 행사를 금지하는 고강도 방역조치가 이어졌던 지난 19일 오후 2시.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TP) 임직원 60여 명은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ifland)에 모여 사내 행사를 치렀다.
사학연금은 이날 1990년생부터 2003년생 직원 57명으로 구성된 ‘TP 커넥터즈’ 발대식을 가상 공간에서 진행했다.
메타버스는 가상과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유니버스(Universe)를 합친 말이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분신인 ‘아바타’를 내세워 3차원 가상 공간에서 활동했다.
발대식에서는 주명현(60) 이사장부터 2003년생 6급 신규 직원까지 다양한 연령대와 직급이 자리를 채웠다.
주 이사장은 이날 ‘심부름꾼’이라는 별명을 붙여 참여했다.
‘TP 커넥터즈’는 신세대 직원부터 간부, 임원진까지 모든 세대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하는 소통협의체 역할을 한다. 단원들은 네 차례 정기 회의와 수시 회의를 통해 경영 방침에도 적극적인 의견을 낼 예정이다. 회의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익명으로 진행된다.
‘TP 커넥터즈’ 단원 57명에게는 이날 특별한 선물이 주어졌다. 추첨을 통해 이들에게 나눠진 경품은 ‘출퇴근길 임원진 차량 시승’ ‘술 없는 회식권’ ‘회식시간 2시간 제한권’ ‘부서장이 탕비실 장보기’ ‘2시간 동안 집중 보장해주기’ ‘지역상생을 위한 동반성장물 이용권’ 등이 있었다.
사학연금 기획조정실 혁신전략팀 관계자는 “공단 임직원 230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라며 “사학연금의 주역이 될 젊은 직원들의 의견을 공단 경영에 적극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밀레니얼과 Z세대를 아우르는 ‘MZ세대’로 경제활동 주축이 교체되면서 나주 빛가람혁신도시에 있는 공공기관·공기업들도 MZ 직원들에 맞춘 다양한 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올해부터 사보(社報)를 영상으로 제작·배포하기 시작했다.
여기서는 MZ 직원들이 회사생활에 관한 솔직한 얘기를 나누는 ‘MZ 토크’가 가장 인기다. 예능방송 형태를 갖춘 이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은 가면과 음성 변조를 통해 익명을 보장받는다.
출연자들은 기성세대를 속되게 부르는 ‘꼰대’나 평생 직장,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MZ 세대의 생각을 가감 없이 펼친다.
예를 들어 잦은 회식에 대한 불만을 표현하거나 자신이 ‘젊은 꼰대’ 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방법 등을 공유하며 직장에서 쌓인 피로를 푼다.
인터넷진흥원 소통협력실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바뀐 미디어 환경에 맞춰 기존의 틀을 깬 신선하고 재미있는 구성으로 조직 내 젊은 구성원과 공감을 넓히고자 했다”며 “MZ세대 직원들의 솔직한 마음을 익명으로 들어보는 ‘MZ토크’ 프로그램은 직장 내 다양한 세대 간의 융합을 이루기 위해 마련했다”고 말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은 지난해부터 사원·주임·대리 등 주니어(저연차) 직급으로 구성된 ‘혁신 주니어 보드-청사진’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선배(시니어) 직급과 소통에 나서며 직접 경영·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안건을 제시하고 있다.
콘텐츠진흥원 노동조합은 지난해부터 젊은 층으로부터 인기가 많은 카트라이더, 리그 오브 레전드, 스타크래프트 등 종목으로 사내 게임대회도 열고 있다. 최근에는 이모티콘 공모전을 열어 투표를 거친 3종을 사내 메신저에서 이용하고 있다.
한전KDN은 이달부터 회사 내부망을 소셜미디어 형태로 개선한 ‘리얼타임 게시판’을 운영하고 있다. 회사 관련 동향과 정보를 수시로 게시하면 직원들은 이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다.
올해부터는 신입사원을 포함한 젊은 직원들의 하루 일과를 매달 사보를 통해 소개하고 있다. 이들의 일상은 책자와 사내망을 통해 배포되고 있다. 게시글에 댓글로 소감을 남긴 선후배·동료에게는 추첨을 통해 상품을 주기도 한다.
또 한전KDN은 코로나19 장기화로 내부 모임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 다음달부터 화상회의 플랫폼 ‘줌’을 활용해 사장과의 만남을 추진할 계획이다.
‘CEO와 마음 방역’(가칭)을 내건 이 프로그램에서는 김장현 한전KDN 사장이 부서별·세대별로 나눠 직원들과 소통을 벌인다.
한전KPS는 매달 직원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을 진행하며 이 결과를 회사의 주요 정책결정, 사내복지 증진, 청렴의식 높이기에 활용하고 있다.
설문 소재는 ‘휴식’ ‘자기계발’ ‘취미생활’ 등 다양하다.
한전KPS가 지난 6월18일부터 같은 달 21일까지 269명을 대상으로 펼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49.8%)은 ‘리더가 갖춰야 할 중요한 덕목’으로 ‘열린 마음으로 공감하는 소통능력’을 꼽았다. 이어 ▲전체를 보고 옳은 판단을 하는 통찰력(35.3%) ▲무슨 일이 있어도 든든한 책임감(10%) ▲믿고 따를 수 있는 전문성(2%) ▲추진력(1%) ▲전부 등 기타(1.9%) 등 순으로 나타났다.
사내에 본받고 싶은 리더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82%가 ‘있다’고 답했다. 본인이 경험한 ‘최악의 리더’로는 ‘권위주의형’(31.6%)과 ‘언행불일치’(31.2%), ‘책임회피형’(26.7%), ‘성과제일주의’(10.5%) 유형을 꼽았다. 내가 리더가 된다면 하고 싶은 일을 묻자 응답자 절반 가까이(45.3%)는 “효율적으로 업무 절차를 개선하겠다”고 답했다.
한전KPS는 지난해 2월부터 매달 22일을 ‘상호 존중의 날’로 정하고 ‘서로 존댓말 쓰기’ ‘서로 사생활 존중하기’ ‘부당·사적업무 지시하지 않기’ 등 9개 과제를 실천하고 있다.
/백희준 기자 bhj@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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