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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은기자

임의진 관장 “오월 기억하는 정거장 역할 하고 싶어”

by 광주일보 2021. 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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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정신 메이홀 10주년 기념전
지원 없이 시민 힘 모아 운영
임옥상·박불똥 등 오월전 눈길
“우정과 연대가 만들어낸 공간”

 

 

올해로 10주년을 맞는 메이홀에서 열리고 있는 ‘10주년 기념전-판테온’

‘10주년 축하드립니다. 시민들의 자유로운 예술과 꿈!’ 가수 하림이 남긴 메모처럼, 이 곳은 자유와 예술과 꿈이 ‘함께’하는 곳이다. 뜨거운 우정의 장소이자, 무한한 상상력이 발현된 공간이기도 하다. 예술가들의 연대를 통해 선보인 작품들은 시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영화를 보고, 강연을 듣고, 음악을 나누며 마음은 풍요로워졌다.

 

 

시민자생공간 ‘광주정신 메이홀’(대표 박석인·광주시 동구 문화전당로 23번길)이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옆 인쇄골목 건물 2~5층에 둥지를 튼 메이홀은 관의 지원 없이 회원을 비롯한 시민들의 십시일반 후원금으로 꾸려진 공간으로 ‘오월 광주 정신’의 상징적 장소이기도 하다.

 

메이홀 임의진 관장(오른쪽)과 주홍 작가.

관장을 맡고 있는 임의진 목사와 전시 기획 등을 담당하는 회원 주홍 작가를 만나 ‘메이홀 10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메이홀 10주년 기념전-판테온’(31일까지)전에서 만나는 전시회, 남미영화제, 음악감상회, 강연 등 10년간의 행사 포스터와 자료들에선 ‘메이홀의 저력’이 느껴졌고, ‘참으로 다양한 관심사’도 발견할 수 있었다.

주 작가는 며칠 전 경남 거제에서 다녀간 부부 이야기를 들려줬다. 광주를 알고 싶어 전일빌딩 245에 들른 후 메이홀을 찾은 부부는 작품을 둘러보고, 오월 이야기를 들으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주 작가는 메이홀을 찾는 이들 가운데 왜 그런지 ‘눈물’을 보이는 이들이 많다고 전했다.

‘메이홀’을 상징하는 건 역시 해마다 오월 즈음이 되면 열리는 전시회다. 사실, 이 공간은 회원들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곳이라 1년 중 시민들에게 온전히 오픈되는 기간은 그리 길지 않다. 하지만 워낙 ‘강렬했던’ 전시들이 많아 뇌리에 깊이 남은 터라 ‘늘 함께하는 공간’처럼 느껴진다.

광주비엔날레 파동을 일으켰던 홍성담의 ‘세월오월전’을 비롯해 윤상원 열사의 모습을 만났던 정영창 작가의 작품전, 한국 민중 미술의 상징적 인물인 임옥상과 박불똥의 전시, 시사만화가 박제동과 판화 작가 김봉준의 작품전 등이다. 내년 오월에는 이상호 작가의 전시회가 예정돼 있다. 광주에서, 그것도 오월에 개최한 전시는 작가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들은 ‘새로운 힘을 얻어 가고, 마음을 다 잡는 기회’였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광주정신, 10년간의 동행작가 메이홀과 아나키즘’전에서는 메이홀과 인연을 맺었던 작가들과 회원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그 시대에 가져야 할 이슈에 대해, 표현의 자유에 대해 적어도 광주라면 자연스레 발언할 수 있어야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합니다. 최근의 미얀마 민주화 지지 작품전처럼 메이홀은 현장 중심의 미술을 응원하는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또 광주의 현장성, 광주의 세계성에 대해 작가들과 고민하는 통로이기도 하구요. 메이홀이 자생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전국적인 인연이 계속 이어져왔다는 점입니다. 오월정신이 뿌리 내리는 실핏줄 역할을 하고 있죠. 오월을 잊고 있는 사람들을 격려하고, 광주를 다시 기억하고 복귀시키는 것, 메이홀은 그런 정거장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임의진 관장)

메이홀은 한희원·김해성·주홍·리일천 등 예술가들과 의사, 교사, 사회운동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자연스레’ 뭉쳐 오픈했다. 건물이 자리한 인쇄골목은 엄혹했던 시절 등사기로 ‘찌라시’를 밀었던 곳이었고, 건물은 홍성담 작가가 시민미술학교 화실로 쓰던 곳이기도 하다. 회원들은 직접 공간을 꾸리고, 철거된 전남도청의 벽돌을 가져와 ‘역사의 현장’을 기억하는 의미로 장식해 두기도 했다. 지난 2015년에는 바로 인근에 청년들의 공간인 ‘이매진’도 오픈해 운영중이다.

현재 회원은 20여명으로 약간의 들고남은 있었지만 거의 변함이 없다. 메이홀은 임의단체도 법인도 아니다. 회원이 움직이고, 회원이 운영하는 공간이다.

“우리는 모두 길에서 만난 ‘친구들’이예요. 출발은 마음에 맞는 이들끼리 ‘의미있게’ 놀아보자는 생각이었죠. 주변에 자신만의 개인 공간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는데, 우리는 흩어졌다 모이며 함께 누리는 ‘공공살롱’ 개념을 도입해보면 어떨까 싶었어요. 더불어 시민들과 나누는 행사도 하구요. 자긍심 있는 공간을 만들었고, 지역에 새로운 씨를 뿌렸다고 생각해요. 회비를 내서 운영하는데, 1만원이라도 내야 주인의식이 생깁니다. 내 돈, 내 시간을 써야 정이 붙는 거죠. 본인이 와서 누리되, 책임을 지고 가는 곳입니다.”

‘오월정신’은 메이홀의 정체성과 바로 닿아있다. 처음 건물을 얻었을 때 1층에 주먹밥 식당을 열려 했던 점이나, 직접 제작한 ‘주먹밥 뱃지’가 상징하는 것이기도하다. 회원들은 ‘함께’ 나누는 삶에 물들어갔고 나눔의 공동체에 대한 관심도 높다.

“메이홀이 10년을 이어갈 수 있었던 건 사람과 사람의 ‘우정과 연대’ 덕분입니다. 회원 뿐만 아니라 이곳을 다녀간 작가들, 작품을 보러 온 관람객들, 강연을 듣고 영화를 본 사람들 모두의 연대죠. 공간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사람’입니다. 좋은 실험이 성공을 했다는 생각에 조금은 뿌듯하죠. 사라져가는 공동체 네트워크에 대한 작은 실험이기도 합니다. 무작정 전시를 많이 열기보다는, 역설적으로 설렁설렁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메이홀이 오월 정신, 공동체주의를 자연스레 떠올리는 그런 ‘시작점’이 되면 좋겠습니다. 와 보지 않으면 몰라요. 한 번 오신 분들, 한번 인연을 맺은 이들은 늘 이 곳을 잊지 못합니다.(웃음)”

10월에는 장회익 서울대 명예교수를 비롯해 구미정, 홍성담 작가와 10주년 기념 행사도 열 계획이며 9월부터는 노순택 사진작가 전시회가 예정돼 있다.

‘메이홀’에 대한 주홍작가의 말이 마음에 남는다. “메이홀은 한 사람이 ‘전부’라는 생각으로 맞이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합니다.”

메이홀은 ‘우정과 연대’로 꽃피운 공간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들어내는 ‘어떤 떨림’과 ‘진동’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곳, 그 곳이 메이홀이다.

/글·사진=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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