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봉선·용봉동 등 교통 혼잡 속 아이들 잇단 사고 ‘위험’
감사원 지정 독려·학부모 대책 요구에도 지자체는 무관심
#.광주시 남구 봉선동에 거주하는 초등학교 4학년생 김모군은 최근 쌍용아파트 사거리의 학원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달리던 자동차의 헤드라이트에 치여 넘어졌다. 김군은 다행히 두터운 패딩점퍼를 입고 있어 타박상을 입는 데 그쳤지만, 이후 혼자서 도로를 걸을 때마다 무서워하는 등 트라우마가 생겼다고 한다.
김군 부모는 “집 근처 학원이라 걱정은 안 했는데, 아이가 사고를 당하고 나서부턴 항상 불안한 마음”이라며 “방학시즌이라 학원가에 아이들이 수백명씩 오고가는 데, 우리 아들처럼 다른 아이들이 교통사고를 당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광주시가 감사원의 지적에도 초등학원 밀집지역에 ‘어린이 보호구역’을 단 한곳도 지정하지 않는 등 어린이 교통사고 예방에 소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초등학생을 둔 학부모들은 학원가 주변에서 크고 작은 교통사고가 빈발한다며 광주시를 상대로 대책을 요구하고 있지만 별다른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특히 감사원마저도 행정자치부를 통해 광주시에 어린이 보행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초등학원 주변 도로를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검토할 것을 통보했는데도, 광주시는 “주변 상인 등의 민원이 우려된다”며 지정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감사원이 2019년 발표한 ‘교통약자 보호구역 등 보행자 안전관리실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어린이·노인 및 장애인 보호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규칙과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따라 (초등학생)100인 이상이 다니는 초등학원 주변은 학원장이 지자체장에게 요청하거나 지자체 장의 직권으로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자동차의 통행을 금지하거나 제한, 자동차의 정차나 주차 금지, 운행속도의 시속 30km 이내 제한, 이면도로의 일방통행로 지정·운영 등 어린이의 안전에 도움이 되는 조치를 할 수 있다.
광주에는 이 같은 어린이보호구역 지정이 가능한 초등학원(100인 이상)만 192곳에 이르지만, 지정된 곳은 단 한곳도 없다.
반면 서울 3곳을 비롯한 인천(13곳) 부산(3곳), 대구(1곳) 등 전국 대도시를 중심으로 초등학원 주변 20여곳이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으며, 매년 확대하는 추세다.
감사원과 행정자치부도 초등학생의 안전을 위해 광주시 등 전국 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초등학원 밀집지역 주변 도로를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광주시 역시 감사원과 행정자치부의 지적을 받았지만, 다소 번거로운 지정 절차와 주변 상인의 집단민원 등을 핑계로 소극적인 행정 행태를 보이고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감사원의 지적을 받고 검토를 해봤지만 현재 여건상 직권 지정은 힘든 상황으로 판단했다”며 “어린이 보호구역 지정을 위해선 지정대상시설 주변 도로의 자동차 통행량, 주차 소요, 교통안전시설, 교통사고 발생 현황, 어린이 통행자 수, 통행로 체계 등을 조사해야 하고 주변 상인 등의 민원발생까지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광주교통문화연수원 관계자는 “학교는 그나마 안전한 등하교를 돕는 교통안전도우미나 교사 등이 있지만, 학원가는 아이들의 활동범위가 더 넓고 교통사고 위험도 훨씬 크다”며 “어린이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과 함께 어린이 보호구역은 확대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광주에는 615곳의 어린이보호구역이 지정돼 있다.
/글·사진=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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