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감지기 소독 안한 채 사용 논란…지역민들 “어이없다”
감염예방 시스템 가동 안돼…“경찰청 지침 없다” 변명만
광주시 서구에 살고있는 회사원 A(38)씨는 설 연휴 마지막날인 지난 27일 밤 모처럼 고등학교 동창들을 만나 저녁식사를 하고 귀가하던 중 심한 불쾌감을 느꼈다.
도로를 막고 음주단속을 하던 경찰이 무작정 들이댄 음주감지기에 자신의 입술이 닿았기 때문이다.
이날 술을 마시지 않았던 A씨는 “우한 폐렴으로 전세계가 떠들썩한 데 경찰관이 음주단속을 한다며 약품소독 등도 없이 타인의 침 등이 묻은 음주감지기를 들이댔다”면서 “감지기를 부는 과정에서 입술이 닿았고, 아직도 찜찜하고 불쾌한 기분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전남경찰청이 지역 내에서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능동감시자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데도, ‘경찰청의 지침이 없다’는 이유로 감염병 전염 우려가 높은 음주단속 방식을 고수해 논란이 되고 있다.
지역민들 사이에선 전염병 발생 시기는 물론 평소에도 상시적으로 음주단속기 소독 등 위생적인 음주단속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8일 광주지방경찰청과 전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에 나선 지난 23일부터 27일까지 도심 곳곳에서 음주단속에 나서 광주 68건, 전남 52건 등 총 120건의 음주운전자를 적발하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이번 음주단속 과정에서 ‘우한 폐렴’에 대한 예방시스템이 전혀 가동되지 않아 일부 지역민의 불만을 샀다.
경찰은 지난 2015년 중동호흡기 증후군인 ‘메르스 사태’ 때만 해도 감염 가능성이 높은 음주감지기 대신 선별적으로 1회용 필터를 사용하는 음주측정기를 사용하고, 음주 측정기를 소독하는 등 감염예방 시스템을 가동했었다.
광주의 일선 경찰서 관계자는 “(경찰청에서) 별다른 지침이 내려오지 않아 평소와 같은 방식으로 음주단속을 실시하고 있다”면서 “추가 지침이 없는 한 감염 예방 시스템을 가동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경찰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지역민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스크를 매일 착용하고 다닌다”는 직장인 나영민(45·광주시 남구)씨는 “언론을 보니 (문재인)대통령께서도 과하다 할 정도로 ‘우한 폐렴’ 대책을 마련하라고 했다는데, 경찰의 음주단속 행위를 보니 너무 무사안일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전남경찰청 관계자는 “(광주일보 취재 이후) 자체적으로 내부 통신망을 통해 메르스 사태에 준하는 음주단속 시스템을 운영하도록 조치했다”고 해명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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