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골’에도 침착 “공이 올 때부터 득점할 것 같았다”
골키퍼부터 공격수까지 ‘멀티 포지션’ 장점 살려 ‘기회’
광주FC 이순민의 ‘예감 좋은 날’이었다.
광주는 지난 21일 광주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강원FC와의 K리그1 20라운드 경기에서 3-1로 승리를 거뒀다. 9경기 만에 기록된 귀한 승리였다.
김호영 감독이 “전략적으로 준비한 대로 선수들이 잘 해줬다. 기분 좋은 경기였고, 감사한 경기였다”고 언급할 정도로 모든 선수가 환상적인 호흡으로 후반기를 기분 좋은 승리로 열었다.
이날 특히 눈길을 끈 선수는 이순민이었다.
이순민은 후반 9분 코너킥 상황에서 뒤로 흐른 공을 잡아 오른발 슈팅을 날렸다. 페널티박스에 밀집해있던 선수들을 모두 뚫고 골대를 때린 공은 골망을 흔들었다.
경기장에 있는 모든 이들이 깜짝 놀란 장면, 하지만 2017년 데뷔 이후 첫 골을 기록한 이순민만 침착했다.
이순민은 “공이 굴러 올 때 들어갈 것 같았다. 때리면 들어갈 것 같았다. 맞는 순간 날아가는 궤적을 보고 무조건 들어가겠다고 생각했다. 경기에 필요한 공을 넣을 수 있어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상하게 경기 전날부터 느낌이 왔다.
이순민은 “훈련할 때부터 감독, 코치님이 세컨볼 강조를 많이 하셨다. 세트피스 때 주시하라고 주문하셨고 그런 훈련을 많이 했는데 정말 그런 장면이 나왔다”며 “또 훈련할 때 동료들이 ‘이제 골을 넣을 때가 되지 않았냐’고 했다. 계속 이야기를 들으니 뭔가 걸릴 것 같았다. 상상은 했지만 예상은 하지 못했다”고 웃었다.
2017년 광주를 통해 프로 선수가 됐지만, 같은해 한 경기에도 나서지 못한 그는 2018년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면서 K3 포천시민구단에서 뛰었다. 지난해 광주로 복귀해 기다렸던 데뷔전은 치렀지만 두 경기 출장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올 시즌 이순민은 ‘멀티플레이어’라는 장점을 살려 11경기에 출전, 본격적인 축구 인생을 펼치고 있다.
이순민은 “그만 둬야 하냐는 생각도 했었다. 돌아보면 필요했던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부족했고 문제점이 있었기 때문에 많은 경험이 됐다”며 “김호영 감독님께서 강조하신 게 모든 선수가 주전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경험과 상관없이 훈련에서 보여준 대로 기용해주실 것이라고 했고 그게 동기 부여가 됐다. 꾸준히 열심히 하는 모습에 기회를 주시고 믿음을 주신 것 같다. 학창시절 때부터 장점 중 하나가 멀티 포지션을 소화하는 것이다. 그런 부분을 보여드렸다”고 언급했다.
전력이 약한 광주에서 주축 선수들의 부상이 이어지면서 전천후 이순민은 기회를 얻었다.
골키퍼로 축구를 시작한 그는 매년 다른 포지션에서 뛰었다. 좌우도 가리지 않으면서 지금까지 모든 포지션을 소화했다. 경기를 뛰는 자체가 감사했던 그에게 멀티포지션은 아쉬움이 아니라 강점이 됐다.
이순민은 꿈꾸던 데뷔골을 넣은 뒤 그라운드에 가만히 서 있었다.
이순민은 “골 넣고 아무 생각이 없었다. 데뷔골이기도 하고 머리가 하얗게 된다는 걸 처음 느꼈다. 골 넣고 돌았는데 열광해주시는 팬분들이 바로 보였다. 그 환호와 함성을 깊이 느껴보고 싶어서 그런 세리머리를 했다”며 ‘예감 좋았던 날’을 이야기했다.
/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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